[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에프 엑스(FX-Murder By Illusion, 1986)’ 와 조세피난처

입력 2020-04-29 13: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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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의 ‘증인보호프로그램(증인들에게 새 신분증을 주고 다른 도시에 정착하게 하는 것)’이라는 미명 아래 음모에 말려든 영화 특수효과 전문가가 자신의 기술을 총동원하여 위기를 해결하는 내용의 영화로, 이 영화에서 살인과 음모가 이루어진 배경에는 제네바 로얄 은행(조세피난처)에 보관되어 있는 돈 때문이었다.

특수효과 전문가인 롤리 테일러(브라이언 브라운)는 증인보호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는 법무부 직원을 만난다. 마피아 조직에 관해 증언할 40년간 암흑가의 보스였던 니콜라스 드 프랑코(제리 오바치)가 국가를 위해 증언을 해주기로 했는데, 그의 신변보호를 위해 특수효과를 사용해 공공장소에서 가짜로 살해당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그가 죽은 것처럼 위장해 달라는 것이었다.

테일러는 그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였으나 그때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그 이유는, 부정한 경찰들이 제네바 로얄 은행의 안전금고에 보관되어 있는 돈을 유용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경찰들의 음모를 알아내고 스위스은행의 금고 속에서 돈 가방을 찾아 나오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에프 엑스(FX-Murder By Illusion, 1986)’ 와 조세피난처이 영화에서 제네바 로얄 은행은 조세피난처의 역할을 한 것이다. 조세피난처(tax haven)란, 기업의 소득에 대한 조세가 없거나 저율의 조세 및 기타의 특수한 혜택이 제공되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이 조세회피나 조세절약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국가 및 지역을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이러한 조세피난처를 지정할 때, 낮은 세율, 조세정보교환(비밀주의), 조세행정의 투명성, 실질경제활동 수행 여부 등 네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그리고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로 케이맨제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파나마, 버뮤다, 모리셔스, 마샬제도, 바베이도스 등을 지목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 통계에 의하면, 2018년 조세피난처별 국내에서 해외로 송금한 건수는 328,537건이며, 금액은 1,368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피난처와 관련하여 다음 용어에 대하여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조세회피(tax avoidance)란 합법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납세자가 세부담의 감소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를 말한다. 조세회피가 비록 조세부담의 부당한 감소를 하고자 하는 행위이지만, 근본적으로 사법상 유효한 행위로서 법을 직접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절세(reducing tax payments)란 합법적인 수단으로 조세부담의 감면을 받고자하는 행위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근로소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행위도 이에 속한다. 탈세(tax evasion)란 사기 등의 부정한 행위에 의한 조세의 면탈이다. 즉, 이중장부 작성, 부외자산 등 소득을 은폐하여 세금을 적게 내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조세피난처를 통한 역외 탈루는 국가 부를 유출함으로써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악성범죄다. 언제나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피해를 받지 않고 또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철저하게 색출해내야 한다. 국세청에서는 ‘역외탈세 추적 전담센터’를 설치하여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세를 원천 차단함은 물론, 국내외 탈세 정보수집, 해외 부동산 등 자산가의 은닉자산 및 소득탈루 정보 분석, 관련 조사활동 지원을 하고, 관련국들과의 국제 공조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 해외 재산은닉은 꿈도 꾸지 못할 날이 올 것을 기대한다.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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