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이야기]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1939)’ 와 금본위제도

입력 2020-05-06 12: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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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바움(1856~1919)의 <오즈의 마법사>는 1900년 출판된 이후, 총 14권이 출간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에 완역되었다. 1939년 미국 MGM사에서 제작한 <오즈의 마법사>는 1권에 해당하는데, 19세기 말 미국의 ‘금본위제도’ 하에서의 정치현실을 풍자한 작품이다. ‘금본위제도’란 통화당국이 보유하고 있는 금의 양만큼 화폐를 찍어내는 것을 말한다. 

1880년경 금의 보유량이 부족하여 화폐를 찍어내지 못하자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됨으로써, 가난한 농민이나 서민들의 생활은 힘들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회오리바람에 의해 희망이 없는 캔자스(Kansas)를 벗어나, 희망의 나라를 꿈꾸며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를 불렀던 17세의 소녀 도로시. 이 소녀가 온갖 고초 겪으며 ‘세상 어디에도 집만한 곳은 없다’며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내용을 소개하기 보다는 등장인물들과 각 지명의 상징적 의미를 정리해보자.

① 도로시(Dorothy) :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 ② 토토(Toto) : 금주주의당, 절대금주주. ③ 허수아비(Scarecrow) : 지혜(뇌)를 갖고 싶어 하는 볏짚으로 만들어진 허수아비(미국의 가난한 농부들). ④ 깡통 나무꾼(Tin Woodman) : 따뜻한 마음(심장)을 갖기 원하는 깡통 나무꾼(당시의 대다수의 하층민을 구성하고 있던 도시근로자들). ⑤ 겁쟁이 사자(Cowardly Lion) : 겉모습과 말만 그럴듯할 뿐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 후보 윌리엄 브라이언(힘없는 정치가). ⑥ 먼치킨(Munchkins) : 동부의 사람들. ⑦ 사악한 동쪽 마녀(Wicked Witch of the East) : 동부의 금융자본가. 

⑧ 사악한 서쪽 마녀(Wicked Witch of the West) : 서부의 철도산업가. ⑨ 선량한 북부 마녀 : 북동부의 금은본위제 지지자들. ⑩ 마법사(Wizard) : 당시의 금본위제를 지지하는 보수세력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 매킨리. ⑪ 도로시의 은 구두 :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 은 구두(당시의 민중이 원했던 금․은본위제도). ⑫ 회오리바람 : 당시에 불었던 강력한 정치 바람(금본위제와 금ㆍ은본위제에 대한 정치적인 대립). ⑬ 금빛 벽돌 길(Yellow Brick Road) : 에메랄드 성으로 가기 위해 따라가야 했던 금빛 벽돌 길(보수적인 세력이 주장하던 금본위제도). ⑭ 오즈(Oz) : 금 등의 무게를 잴 때 사용되는 도량형 단위인 온스(ounce)의 약자. ⑮ 에메랄드 시(Emerald City, 워싱턴 시) : 도로시와 친구들이 초록색 안경을 통해 보고 도착한 도시.(미국 화폐는 Green Back으로 불렸으며, 에메랄드는 연두색이므로, 에메랄드 시는 화폐를 상징한다.)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이야기]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1939)’ 와 금본위제도주인공 도로시(미국의 일반시민)는 노란색으로 표현된 험난한 고생(금본위제도하에서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고난)을 겪으며 금길(금본위제도)을 찾아 헤매게 된다. 그 금길 끝에는 에메랄드 성(화폐)이 있었고 고생 끝에 도착하지만, 결국엔 오즈의 마법사는 사기꾼으로 밝혀진다. 도로시는 은 구두(금․은본위제도)의 힘으로 집으로 돌아오지만, 금본위제도 하에서는 많은 고생을 했으나, 정작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서민들의 현실적인 삶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를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지 않는다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으며, 자신이 원하는 목표(집으로 돌아가는 것)를 이루기 위해서는 부족한 친구들과 합심하여 힘들고 험난한 과정을 극복해야 사실도 보여준다. 가장 중요한 점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희망(도로시), 지혜(허수아비), 사랑(나무꾼), 용기(사자) 등의 가치가 필요하며, 이 가치들은 자신이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누구나 이미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도로시가 꿈꿨던 ‘무지개 저편(Over the Rainbow)’이란 희망을 생각하며…. “무지개 저편 저 높은 곳 어딘가에 / 바람결에 들어본 그런 곳이 있죠 / 무지개 저편 푸른 하늘 어딘가에 / 그리고 당신이 꿈을 꾸면 / 반드시 이뤄지죠.”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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