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협 용서 못 한다” 이용수 2차 기자회견…‘위안부’ 운동 향후 방향은

이소연 / 기사승인 : 2020-05-26 0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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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씨가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과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운동 방향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씨는 25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7일 열었던 기자회견의 연장선이다. 이씨는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 정의연과 정대협으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이후 정의연의 부실한 회계와 윤 전 이사장이 본인의 명의 계좌로 기부금을 받았다는 의혹, 경기 안성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고가에 매입해 방만하게 운영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  

이씨는 이날 윤 전 이사장에 대해 “30년을 함께 운동했는데 한마디 말도 없이 팽개쳤다”며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마음대로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나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줄줄 나오는 의혹이 엄청나다. 할머니들을 팔아서 활동했다”며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검찰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정대협의 모금 활동과 명칭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이씨는 “(정대협에서) 모금을 하는데 왜 하는지 몰랐다. 교회든 어디를 가도 돈을 주면 ‘그런가 보다’ 하면서 30년을 운동해왔다”며 “(모금을 마친 후) ‘배가 고프니 좀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하면 ‘돈 없습니다’라고 답했다”고 질타했다. 

이씨는 기자회견 내내 여자근로정신대(정신대)와 위안부 피해자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신대는 일제강점기 당시 노동인력으로 공장 등에 강제동원된 피해자를 뜻한다. 그는 “정대협이면 정신대 문제만 다뤄야지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만두의 ‘고명’처럼 이용했느냐”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먹었다. 내가 왜 팔려야 하느냐. 정대협에서 위안부를 이용한 것을 도저히 용서 못 한다”고 울먹였다.

다만 정대협 등의 투쟁 성과는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운동의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지 끝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한일 양국이 친하게 지내면서 역사 공부를 해야 한다. 올바른 역사를 학생에게 가르쳐서 (일본 정부에서) 위안부 문제를 사죄하고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는 ‘시민 주도 방식’, ‘30년 투쟁의 성과 계승’,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원칙으로 위안부 운동이 전개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위안부 운동은 현재와 다른 길을 걷게 될까. 이씨의 지적처럼 현재 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일부 단체명에는 정신대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 1990년 위안부 문제가 처음 문제 제기 됐을 당시 위안부와 정신대 피해자를 구분하지 못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온 몸을 던져 헌신한다’는 뜻의 정신대를 모집, 남녀노소 구분 없이 조선인을 강제동원했다. 1990년대 중후반 학계에서 정신대와 위안부의 개념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기존에 알려진 명칭을 변경하기는 쉽지 않았다.

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관계자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했던 이름”이라며 “현재까지 명칭 변경 등에 대해서는 논의되는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의연 측은 “정대협은 일관되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활동해왔다”며 ‘정신대 문제에 위안부가 이용당했다’는 이씨의 주장을 에둘러 반박했다. 

회계와 사업 등의 투명성은 당국의 감시 강화로 일부 개선이 점쳐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 “만에 하나로 그런 일이 있다면 철저히 조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세청도 정의연의 결산 내역에서 오기재된 부분에 대한 재공시를 명령할 방침이다. 정의연도 내부에서만 회계 감사를 진행하던 것에서 벗어나 외부에 회계 감사를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운동의 방향은 현재 흐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이씨의 첫 번째 기자회견 후 열린 해명 기자회견에서 “정의연의 위안부 운동이나 사업의 방향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수요집회와 국내외 연대사업, 기림사업 등을 지속한다는 뜻으로 분석됐다. 

또한 이씨가 강조한 한·일 학생 간의 교류와 교육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다. 이하나 아베규탄시민행동 활동가는 “한일 청소년간의 교류는 매우 많은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해 불매운동 때도 반일이라고 부르지 않고 반 아베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 그 방증”이라며 “시민단체들은 국민들이 위안부 운동에 더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연이 위안부 운동에서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어 운동 자체를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위안부 운동에 있어서 정의연의 ‘덩치’가 너무 커졌다”며 “성역을 부수려면 내부 활동가들이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열심히 해왔는데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달라지기가 힘들다”고 내다봤다.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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