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도 ‘빈익빈 부익부’…정의연 논란에 “씁쓸”

정진용 / 기사승인 : 2020-05-27 0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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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기부금 유용과 불투명한 회계처리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도 안성에 조성한 위안부 피해자 쉼터의 고가 매입과 헐값 매각도 논란이다. 

검찰은 26일 정의연 회계 담당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에 걸쳐 서울 마포구 정의연 사무실과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 주소지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마포 평화의 우리집 총 3곳을 압수수색했다.

일선의 활동가들은 자칫 ‘정의연 논란’이 시민단체 전체에 대한 일반화로 번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교육 분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의연처럼 청소년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에게 후원을 받을 수 있는 단체는 흔치 않다”며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기부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극히 일부의 사례를 가지고 다른 시민단체들도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다는 인식이 생길까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다수 시민단체들은 재정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8년 서울시에 소재지를 둔 비영리 민간단체 433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단체들이 꼽은 가장 큰 애로 사항은 활동 예산 부족(68.4%)이었다. 전체 응답 기관 중 재정 규모 5000만원 미만이 30.5%이고 2억원 이하는 전체에서 63.8%를 차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활동가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투잡’까지 뛰는 실정이다.

지자체 보조금을 받기 위해 매년 각종 공모전, 사업에 선정되려 애를 쓰는 소규모 시민단체 관계자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시 공익지원사업 경쟁률은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2018년 서울시 NPO센터에서 발간한 ‘서울시 시민사회 정책 제언’ 연구 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공익지원사업 경쟁률은 지난 2017년 경쟁률은 2.7:1 △2016년 2.5:1 △2015년 2.4:1을 기록했다. 

또 다른 단체의 익명을 요구한 한 활동가는 “규모가 크고 인지도 있는 단체들과는 다르게 작은 단체들은 후원금으로는 운영이 어렵다. 지자체의 보조금이 절실하다”며 “지자체에서 공모사업을 한 번 하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1500만원~200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공모사업에 선정되려 서류작업을 하는 게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유원선 ‘공익네트워크 우리는’ 대표는 “공익법인 회계 기준이 지난해부터 도입되면서 현장에서도 혼선이 많다. 지자체에는 단식부기로 재정을 보고하고, 국세청에는 복식부기로 공시하는 등 기관마다 양식이 달라 담당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국세청 공시 자료만을 가지고 비영리 단체가 투명하게 운영되는지 아닌지 판단하기는 사실 어렵다. 그런데 이번에 국세청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비리 의혹 제기가 잇달면서 시민단체들은 모두 다 굉장히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익법인 감사 전문가 최호윤 회계사는 “국세청에 공시된 내용과 그 단체 결산서 혹은 장부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영리 단체들의 ‘회계 처리는 나중에 천천히 해도 된다’는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계사는 기부자들도 ‘기부하면 끝’이 아닌 그 이후 과정에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계사는 소비자가 가전제품을 구입한 뒤 문제가 생기면 기업에 A/S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비영리 시장에서의 소비자는 후원자라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기부자들이 ‘숨어있는 힘없는 사람들’로 비친다. 이름도 ‘소액 기부자’다. 기부금 논란이 나올 때마다 이래서 나는 기부 못 하겠다가 아니라 그렇다면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하는 지에 대한 논의로 발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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