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자막·음성 번역 전무” 코로나19에 학습권 배제된 장애 대학생들

기사승인 2020-06-05 0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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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각 대학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는 것과 관련 장애인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대학민주화를 위한 대학생연석회의, 고려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 건국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 등은 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장애학생에 대한 부실한 지원체계를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대학 내 소수자의 권리는 재난을 핑계로 지워졌다”며 “현재 발생되고 있는 장애인 학습권, 이동권 침해는 바이러스로 인한 것이 아니다. 뿌리 깊은 비장애인 위주의 한국사회와 대학의 장애인 차별이 낳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는 언제든지 재유행할 수 있다고 한다”며 “이를 위한 정부와 대학의 책임 있는 자세에 입각한 배리어프리 보장을 시급하게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 및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생활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없애는 것을 뜻한다. 

장애학생들은 장애 유형별로 각각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자막 부실 등을 호소하고 있다. 문지윤 고려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온라인 수업 초기 학교에서는 청각장애 학생의 경우 유튜브 자동생성 자막을 이용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유튜브 자동생성 자막의 한국어 인식률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이후 자동자막생성프로그램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교수자의 부정확한 발음, 녹음 음질 저하 등으로 인해 명확한 정보 전달이 어렵다. 강의 속기록이 제공되지만 학생들은 이를 수업이 다 끝난 후에야 받아볼 수 있다.  

시각장애 학생도 불편 겪기는 마찬가지다. 시각장애 학생들이 온라인 사이트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화면을 음성으로 변환하는 프로그램 ‘스크린리더’가 필요하다. 그러나 다수의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는 스크린리더의 사용이 어렵다. 조은산 한국시각장애대학생회 비대면강의 접근성TF 팀장은 “스크린리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영상 재생부터 과제 제출, 출석체크 등의 기본적인 활동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PPT, PDF 등 수업자료를 음성화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대면 강의의 경우, 수업자료를 워드 또는 한글파일로 변환해주는 도우미 학생이 지원됐으나 일부 대학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이러한 지원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체장애를 가진 학생 중 일부는 장애학생 활동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학생 학습도우미, 기숙사 생활도우미 등의 업무를 맡은 일부 학생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등교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활동 지원을 통해 도서관에도 가고 학습 지원을 받던 일부 지체장애 학생들이 고립된 상황”이라며 “장애학생 도우미 시스템이 온전하지 않아 발생하게 된 문제”라고 꼬집었다.  

“부실한 자막·음성 번역 전무” 코로나19에 학습권 배제된 장애 대학생들교육부는 원격 수업(온라인 수업)에 따른 장애대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격교육 권고안 나오자마자 각 대학에 장애대학생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 조치할 사항들을 대해 공문으로 전달했다. 지원 계획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대학은 유선상으로 연락을 다시 돌렸다”며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학생이 수업 듣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세세하게 체크하고 상황을 모니터링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학생들은 각 대학에서 장애학생 학습권 책임을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미루고 있다고 질타했다. 정승원 중앙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 위원장은 “각 대학의 장애학생지원센터가 가진 인력과 자원에 비해 맡는 업무가 너무 많다. 수업 자막 제작 등도 장애학생지원센터가 담당하고 있다”며 “온라인 강의 관련 부서는 따로 있다. 학교 본부는 장애학생 지원센터와 ‘협력’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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