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시장서 미국 주주 비중 커졌다

기사승인 2020-06-29 08: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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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 시장서 미국 주주 비중 커졌다[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올해 국내 주식 시장에서 미국 주주 영향력은 2016년 때보다 높아진 반면 중국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주주 중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이하 블랙록)는 국내 주식 시장의 큰 손으로 등극했고, 세계 우량기업을 현금으로 쇼핑하듯 사들이는 중국의 ‘판다 쇼핑’ 현상은 다소 시들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가 ‘한국 주식 시장에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미국과 중국 주주 현황 분석’ 결과에서 도출됐다고 29일 밝혔다. 조사는 이달 20일 기준으로 금융감독원 자료를 토대로 미국과 중국 국적의 주주와 보유 주식 현황을 파악했고, 주식평가액은 이달 22일 보통주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됐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국 국적의 법인 혹은 개인이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는 45곳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45곳의 주주는 국내 상장사 111곳에서 5% 넘는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 22일 기준 상장사 111곳에서 보유한 미국 주주의 주식평가액만 해도 27조 7093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6년 3월 당시 조사된 18조 1500억 원보다 52.7% 증가한 평가액이다. 미국 주주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 숫자는 지난 2016년 121곳보다 올해 10곳 정도 감소했지만 주식가치 영향력은 더 커진 셈이다. 

미국 주주 중 국내 상장사 지분가치가 가장 높은 곳은 ‘블랙록’으로 조사됐다. 해당 법인은 국내 상장사 11곳에서 5% 이상 지분을 확보해 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1곳에서 보유한 지분의 가치만 해도 22조3451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상장사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미국 주주 지분가치의 80.6%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지난 2016년 3월 당시만 해도 블랙록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국내 상장사 3곳에서 5% 이상 지분을 보유해 지분가치는 1조 7000억 원 수준이었다. 4년여 사이에 블랙록은 공격적인 투자로 국내 주식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달 6월 기준으로 블랙록은 한국 1위 기업 삼성전자 지분을 5.03%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에서 보유한 블랙록 지분가치만 해도 22일 기준 15조 6203억 원이나 됐다. 삼성전자에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특수관계자 지분 포함)과 우리나라 국민연금에 이어 블랙록이 세 번째로 높다. 

블랙록은 삼성전자 이외에도 네이버(2조 2364억 원), 엔씨소프트(1조 1787억 원), 신한지주(8733억 원), 포스코(8474억 원), LG전자(5564억 원), KT&G(5476억 원), 에이치엘비(2241억 원), 현대해상(1084억 원)  등에서도 1000억 원 넘는 주식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식평가액과 달리 국내 상장사에서 5% 이상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주주는 따로 있었다.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이하 피델리티)’가 주인공이다. 피델리티는 한국 상장사에서 5% 넘는 지분을 34곳에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으로 오뚜기 지분을 6.82%로 보유하며 지분 가치만 1419억 원으로 평가됐다. 동국제약(9.99%) 1088억 원, 리노공업(6.32%) 1028억 원 등에서도 1000억 원 넘는 주식을 보유 중이다. 특히 피델리티는 광동제약, 대원제약, 환인제약, 경동제약, 쎌바이오텍와 같은 바이오 관련 주식 종목에서 5% 이상 지분을 다수 보유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과 달리 중국(홍콩 포함) 국적의 주주가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곳은 지난 2016년 50곳에서 올해 34곳으로 3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25곳에서 다음해에 100% 이상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양상이다. 현금을 동원해 세계 우량기업을 쇼핑하듯 사들이는 이른바 중국의 ‘판다 쇼핑’ 열기가 다소 식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주식평가액 가치도 지난 2016년 3월 당시 4조 4700억 원 에서 올해 6월에는 2조 3900억 원으로 46.6%나 크게 쪼그라졌다. 

중국 주주 중 국내 상장사 지분가치가 가장 높은 곳은 LG생활건강 지분을 6.2% 정도 갖고 있는 ‘티 로우프라이스 홍콩리미티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주주의 이달 22일 주식가치는 1조 2263억 원이었다. 이외 주식가치가 1000억 원 넘는 중국 주주는 동양생명 최대주주인 안방라이프 인슈런스코엘티디(3593억 원), 키움증권 지분을 6% 정보 보유한 ‘제이에프 에셋매니지먼트 아시아퍼시픽 리미티드(1262억 원)’, 코스닥 업체 SNK 최대주주 ‘주이카쿠(1037억 원)’ 등으로 조사됐다.

미국 주주 중 82% 정도가 ‘단순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은 64% 정도가 ‘경영참가 목적으로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경우가 높아 대조를 보였다. 실제 이번 조사 대상 34곳 중 중국 주주가 최대주주인 곳은 14곳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드림씨아이에스(최대주주 홍콩타이거메드), 로스웰(저우샹동), 룽투코리아(룽투게임 홍콩리미티드), 피델릭스(동심반도체주식유한공사), 넥스트아이(유미도 국제미용연쇄집단유한공사) 등이 중국 국적을 가진 주주가 최대주주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될 경우 국내 주식 시장에서는 중국보다 미국 주주들의 움직임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삼성전자는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과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21% 정도에 불과하고 외국인 주주가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3대주주인 미국 블랙록의 지분이 향후 어떻게 변동될 지가 최대 변수”라고 말했다.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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