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비웃던 선미, 사랑에 빠지다 [들어봤더니]

사랑을 비웃던 선미, 사랑에 빠지다

기사승인 2020-06-29 16: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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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한낮의 뜨거움이 누그러지고 서늘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는 시간. 가수 선미는 초여름 저녁 보랏빛 하늘을 보며 사랑을 시작할 때의 설렘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의 감정을 음악으로 옮기고 싶었다. 여느 때처럼 파워포인트로 자신이 구상한 곡의 밑그림을 정리한 뒤, 곧장 작업에 나섰다. 29일 오후 6시 발표하는 신곡 ‘보라빛 밤’은 이렇게 세상에 나오게 됐다.

△ “사랑에 빠진 선미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이날 온라인 쇼케이스로 만난 선미는 “‘보라빛 밤’에서 사랑에 빠진 선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하며 “그렇다고 제가 진짜 사랑에 빠진 건 아니다”라고 농담했다. 선미가 작사하고 선미와 프란츠가 공동 작곡한 이 노래에서 선미는 ‘그대 손 잡고 / 안 놔줄래’ ‘꿈인가 싶다가도 / 니가 떠오르니까 / 그 밤은 진심인 거야’ 같은 가사로 여름밤 꿈 같은 사랑을 떠올린다. 

애초 선미는 ‘보라빛 밤’이 아닌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음반 단위 결과물로 팬들을 만날 생각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는 계획을 바꿨다. “무겁고 답답한 마음을 해소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가시나’, ‘주인공’, ‘세이렌’ 등 사랑을 비웃던 노래를 주로 발표해왔던 선미는 “이번엔 여름과 어울리는, 밝고 청량한 느낌의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라면서 “사랑하는 청춘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랑을 비웃던 선미, 사랑에 빠지다 [들어봤더니]△ “빨간색과 파란색을 섞은 보라색이 내 진짜 색깔 아닐까”

선미는 보라색을 좋아한다. 정열적인 빨강과 시원한 파랑을 섞은 보라색이 자신을 잘 나타내준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내 안엔 뜨거운 선미도 있고 차가운 선미도 있다”라며 “그 두 색깔을 섞은 게 내 진짜 색깔 아닐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보라색은 신비롭고 몽환적인 색깔이기도 하다. 박진영 프로듀서는 ‘보라빛 밤’ 뮤직비디오를 미리 본 뒤 “보라색은 파장이 짧아서 금방 사라진다. 이걸 알고 (가사에) 쓴 것이냐”며 놀라워했단다. 선미는 “그냥 잘 어울려서 썼는데 잘 맞았다”며 미소 지었다.

△ “이선미, 드디어 완주”

이달 초 SBS 파일럿 프로그램 ‘선미네 비디오가게’를 통해 개그우먼 박미선을 인터뷰하기도 했던 선미는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게 내 장점이라고 생각해 녹화 내내 박미선 선배님 눈을 쳐다봤다. 그러다보니 감정이 이입됐다”며 신기해했다. 당시 방송에서 박미선이 자신의 인생을 엮은 비디오에 직접 이름 붙였던 것처럼, 선미에게도 자신의 지난 시간을 비디오로 만들면 어떤 이름을 짓고 싶느냐고 물었더니 “이선미, 드디어 완주”라는 답이 돌아왔다. 인생을 마라톤에 빗댄 대답이었다. 

그는 “인생은 장기전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내 페이스를 잘 유지하면서 달려오려고 했다”라면서 “내가 계속 잘될수는 없는 것이다. 오르락 내리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티고 싶다. 지금 당장 어떤 결과를 맞닥뜨리더라도 슬퍼하거나 좌절하거나 너무 들떠서 기뻐하지 않고, 오랫동안 내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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