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의사를 만나다] 검진 미뤘는데 갑작스런 4기 전이..."하늘이 무너지는 줄"

전미옥 / 기사승인 : 2020-07-04 05: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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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폐포폐암 치료환경 좋아져...4기암도 희망있어

심병용 교수와 진영수씨.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4기암 진단을 받고 집에 와서 가족들 모두 아무 말 못했어요. 눈물이 쏟아질까봐."

진영수(가명·53)씨는 올해 2월 ALK 양성 비소폐포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3년전 초기 폐암 수술을 받고 완치를 기대하던 그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한동안 정기검진을 미뤄 두긴 했지만 크게 불편한 증상이 없어 더 당혹스러웠다. 진씨는 "몸이 좀 피곤하다 싶었지만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암이라고 하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나도 울고 아이들도 울고 난리가 났었다"고 회상했다.

한국인 세 명 중 한 명이 걸린다는 암. 첫 진단도 힘들지만 두 번째 진단은 더 힘들다. 진씨는 담배 한 번 피운 적 없이 폐암에 걸린 케이스다. 2017년 11월 폐암 1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지만 올해 검진에서 돌연 4기 전이성암을 선고받았다. 폐에서 뻗어나간 암세포가 뼈를 넘어 뇌수막까지 전이된 것이다.

주치의 심병용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뼈와 뇌수막에 암이 전이가 심각해 좋지 않은 상태였다. 뇌수막은 뇌를 둘러싼 막인데, 이 부위에 전이가 일어나면 예후가 나빠진다. 과거 치료제가 없을 때는 뇌수막 전이 시 3개월 내에 사망했다"며 전씨의 진단 상황을 설명했다.

암 수술을 받고 2년이 지나면 통상적으로 3~6개월 주기로 정기검진을 받는다. 재발의 95%가 2년 내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3개월, 6개월 등 짧은 기간에 4기암에 이를 정도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심 교수는 “1기 수술을 받고, 2년이 지나면 재발 가능성이 낮아 방심하기 쉽다. 보통 2년이 지나면 6개월 주기로 검진 간격을 넓히는 의사들이 많다. 그런데 단 6개월 사이에도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보통 폐를 중심으로 검진하고 다른 장기는 잘 확인하지 않는데, 이번 환자는 폐가 아닌 부위에 재발했다. 뇌 사진을 보면 뇌를 둘러싼 뇌수막이 하얗게 암이 번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뇌수막 전이가 있는 비소폐포폐암의 경우 3개월 내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최근 치료환경의 발전으로 만성질환처럼 관리하면서 장기생존을 내다볼 수 있게 됐다. 진씨의 경우도 표적 치료제가 존재하는 ALK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사례다. 올해 2월부터 최근까지 약 4개월간 표적항암제(알렉티닙) 치료를 진행 중이다. 

진료현장에서는 치료환경의 개선이 전씨와 같은 4기 암환자들의 생존기간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한다. 심 교수는 “일반항암제로만 환자를 치료한다면 생존기간은 여전히 1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가 효과가 있다면 예후가 달라진다. 최근의 발표된 임상연구에 따르면, ALK 양성 환자에 알렉티닙을 적용했을 때 62.5%가 5년 이상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15%p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또한 알렉티닙은 아직은 생존기간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다. 그만큼 환자들이 오래 산다는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소세포폐암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른 암보다 빠르게 치료제가 개발되고 등장하고 있다. 4기라고 포기할 일이 절대 아니며, 재발했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이 있을 수 있고 이를 찾는다면 5년 생존도 꿈이 아니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치료를 시작한 지 약 4개월, 진씨의 상태도 점차 회복되고 있다. 뇌수막과 뼈에 퍼졌던 종양이 줄어들고, 일상생활도 무리없이 지속하고 있다. 전씨는 “몸을 움직일 때마다 뻐근하고 뻣뻣하게 느껴졌던 것들이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전했다. 이어 “암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달라진 것이 운동과 식이,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이다. 요즘은 공원에서 걷거나 집에서 실내자전거를 타는 시간을 꼭 챙긴다. 부정적인 생각도 갖지 않으려 한다. 다른 사람들도 이겨냈으니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