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주 도둑’ 공방, 승기 잡은 메디톡스·뒤집겠다는 대웅

대웅 “혐의 낱낱이 밝히겠다”vs메디톡스 “제소 의도부터 불순”

기사승인 2020-07-08 05: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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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주 도둑’ 공방, 승기 잡은 메디톡스·뒤집겠다는 대웅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메디톡스가 보톡스 균주를 둘러싼 대웅제약과의 미국 법정 공방에서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미국시장의 자리 보존이 걸린 최종 판결이 남아 있어 상대 주장을 무력화 할 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4년을 끌어온 보툴리눔톡신제제 기술도용 관련 예비판결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ITC 행정판사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보고, 최종판결을 내리는 ITC 위원회에 미국에서 판매 중인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10년간 수입금지하는 명령을 내릴 것을 권고했다. 

예비판결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 ITC는 엄밀히 따지면 사법기관이 아니고, 미국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한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ITC 위원회에서 나온 최종판결은 60일 이내에 미국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이행되는데 오는 11월 예정된 최종판결에서 예비판결의 확정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예비판결의 파급력은 두 회사의 주가를 뒤흔들 정도로 컸다. 이날 메디톡스의 종가는 전날보다 4만9800원 오른 21만5800을 기록했다. 반면 대웅제약의 종가는 11만500원으로, 전날보다 2만3000원 떨어졌다.

이번  ITC 예비판결은 메디톡스에게 분위기 전환의 기회다. 메디톡스는 고난의 상반기를 보냈다.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메디톡스의 주력 상품인 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신’의 허가취소를 결정했고, 이노톡스에 대해서는 제조정지 3개월을 갈음하는 과징금을 처분했다.

메디톡스가 무허가 원액을 사용해 메디톡신을 제조하고, 역가 시험 결과와 품질관리 서류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사실이 공익제보를 통해 밝혀지면서다. 같은 이유로 메디톡신의 정현호 대표도 지난 4월 기소돼 수사를 받고 있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 허가취소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ITC 예비판결은 반전이기도 하다. 앞서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불법 행위에 대한 자료를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이를 수용하고 검토하기 위해 예비판결 일정을 한달 연기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재판부가 메디톡스의 불법행위를 중대한 사안으로 간주하고 재판에 참고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대웅제약 측도 자사에 유리한 예비판결을 얻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구일까. 최종판결에서 패소한 기업은 수입금지 조치를 받고, 당분간 미국 시장을 포기해야 한다. 현재 메디톡스의 이노톡스는 미국에 출시되지 않았으며,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때문에 메디톡스는 최종 패소하더라도 직접적인 매출 타격을 입지 않는다. 반면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미국 제품명 ‘주보’로 출시됐으며, 국내외에서 매년 약 500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양사는 예비판결을 앞뒀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메디톡스는 예비판결이 최종판결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ITC 예비판결이 최종판결에서 뒤집어진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최종판결을 미국 대통령이 승인하지 않은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기술을 도용했음이 명백히 밝혀졌다”며 “국내 법원과 검찰도 ITC의 판결과 동일한 결론을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ITC에 제출한 증거자료와 전문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소송을 더욱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대웅제약은 최종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ITC의 예비판결은 기술도용 사안보다, 미국의 국익에 집중한 정책적 판단으로 보인다”며 “최종판결에서 사실 관계를 명확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예비판결에서 나온 ‘10년 수입 금지명령’은 구속력을 지니지 않는 권고사항에 불과해, 아무 의미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메디톡스의 ITC 제소 의도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메디톡스는 미국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지도 않은 상태”라며 “게다가 ITC는 미국 행정부 소속으로, 국내에서 진행 중인 민·형사 재판과도 별개”라고 말했다. 이어 “메디톡스가 엘러간을 앞세운 대리전을 펴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은 엘러간과 대웅제약의 재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도 공문을 통해 “이 사건은 엘러간이 메디톡스를 이용해 경쟁회사를 음해하고, (경쟁사의) 미국 시장 진입을 저지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두고 지난 2013년부터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당시 두 회사는 미국 보톡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미국 기업과 각각 파트너십을 모색했다. 메디톡스는 엘러간과 보툴리눔 톡신 ‘이노톡스’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도 나보타의 국내 출시 전, 에볼루스와 미국 판매계약을 맺었다.

이후 나보타의 미국 임상이 진행 중이던 2017년, 메디톡스는 나보타가 메디톡스의 기술을 도용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지방법원과 서울중앙지법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메디톡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듬해 2018년 4월, 오렌지카운티 지방법원은 메디톡스의 제소에 소송부적합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2월 FDA도 메디톡스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메디톡스는 엘러간과 함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사이에는 ITC 소송과 국내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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