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영업직, 여성들이 과감히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약업계 사람들] 휴온스에서 영업만 10년차, 박혜미 부장

기사승인 2020-07-10 03: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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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영업직, 여성들이 과감히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휴온스 경인사업부 박혜미 부장/사진=휴온스 제공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여성들이 겁먹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제약사 영업분야는 과거와 비교해 굉장히 많이 바뀌었거든요. 뛰어난 성과를 내는 여성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약산업은 대표적인 남성 중심 산업이다. 지난해 국내 주요 10개 제약기업의 여성 직원 비율은 평균 26.6%으로 집계됐다. 전체 산업군의 여성 직원 비율 평균인 38.4%에 한참 못 미친다.

제약업계 내에서도 영업직은 혹독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회사 밖에서 동분서주해야 하는 외근직이다. 영업 현장에서 마주치는 돌발상황을 혼자서 돌파해야 한다. 고객인 의료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한 치의 빈틈도 허용되지 않는다. ‘제약사의 꽃’, ‘제약사의 얼굴’, ‘조직의 간판’ 등 영업직에 붙는 수식어가 화려하고 무거운 이유다.

남성이 주류인 업계, 고난이도 직군에서 내리 10년을 활약한 여성이 있다. 휴온스 경인사업부의 박혜미 부장은 인천 지역에서 회사의 입지를 다진 공신이다. 그는 인천2소의 소장으로서 후배 직원들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박 부장은 “스스로 한계선을 긋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자주 해주는 조언이 있어요. 일을 하다보면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을 해?’, 어떻게 나한테 이런 심부름을 시켜?‘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이때 남자도, 여자도 아닌 ’프로 영업사원‘으로서 주어진 일을 차근차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다보면 고객의 믿음을 얻고, 본인의 성과도 쌓이게 되거든요”

박 부장의 눈에 비친 제약기업의 영업 방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n차까지 가는 술자리, 무리한 접대 등 과거의 영업방식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영업 현장에서 여성의 비율도 점차 증가했다.

“이제는 영업직원의 전문성과 섬세함이 영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가 됐어요. 제가 입사했던 지난 2009년부터 변화는 꾸준히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판촉물이나 회사에서 배정한 업무비용을 활용해 충분히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거든요. 불법적이거나 무리한 영업활동은 오히려 회사의 가치를 훼손하는 역효과를 불러오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고객이 의료인인 만큼, 보다 정확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설명할 수 있는 영업사원이 선호를 받고 있어요. 그런데 섬세함과 설명력은 여성 영업직원들의 강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여성 영업직원들이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거든요”

여성 영업직원이 늘어나면서 이들 사이에 연대감이 생겼다. 영업 현장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다. 소속된 회사는 다르지만, 여성 영업직원들이 서로의 롤모델이 되기도 한다.

“병원에 들어가면 제약사에서 나온 영업직원들은 대부분 남자인데, 간혹 여자가 있으면 눈에 띄잖아요. 그러면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명함을 나누는 거죠. 고객들이 ‘어떤 회사의 누가 참 괜찮더라’라며 칭찬을 해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여성 영업직원들끼리 서로 알음알음 친분이 생깁니다”

“얼마 전 병원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타사 영업직원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명함을 건네면서 ‘휴온스 박혜미 부장님 아니세요?’라고 인사를 하셨어요. 그리고는 제가 롤모델이라고 말씀하셨죠. 얼떨떨하면서도 뿌듯했습니다. 저도 과거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거든요. 고객이 타사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이어온 여성 영업직원의 인터뷰 기사를 공유해줬어요. 그 기사를 읽으면서 ‘나도 열심히 해서 이분처럼 되어야지’ 생각했죠. 제 인터뷰 기사도 여성 후배들에게 격려가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제약기업의 영업직원에게 주어진 역할과 업무들은 박 부장의 적성과 맞아떨어졌다.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 도중에도 박 부장의 핸드폰에는 그의 도움이 필요한 고객들의 전화가 계속해서 걸려왔다. 그러나 모두에게 능력을 인정받는 그에게도 어려운 순간은 있었다.

“여성 영업직원에게는 극복해야 할 편견이 한 가지 있어요. 고객들의 눈에 여성 영업직원은 금방 이직하거나, 떠날 사람으로 보이기 쉽습니다.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임신·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는 동료들이 많거든요. 특히, 제약기업의 영업직은 고객인 의료인들과 계속해서 친분을 쌓고 신뢰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때문에 영업현장을 떠났다가 복귀하는 것은 정말 어려워요”

“고객에게 제가 오래 함께할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까지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했어요. 고객들이 이제 그만 찾아와도 된다는 말을 해도, 꾸준히 얼굴을 비추고 마음의 벽을 허물었죠. 나를 반갑게 맞아주지 않는 곳에 계속 웃는 얼굴로 찾아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힘들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 관계를 형성한 고객들이 이제는 저를 반갑게 맞아주고 있습니다. 진솔한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를 도와주는 진정한 파트너가 된 것이죠”

박 부장에게 제약기업의 영업직원은 ‘극한 직업’이자 멋진 직업이다. 과감히 도전하는 것은 좋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미래의 여성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박 부장은 “‘부탁한 사람이 잊어버릴 정도로 사소한 부탁’까지도 완벽히 챙기는 꼼꼼함을 주특기로 삼아라”라고 말했다.
  
“다른 직군에 비해 영업직은 문턱이 높지 않다는 인식이 있어요. 지원자들이 만만하게 생각하고 지원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제약기업의 영업직은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회사의 가치와 비전을 의료인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한 업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 최대 과제입니다. 고객의 질문에 완벽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거나, 고객이 요청하는 논문·통계 자료를 적절히 제시하지 못하면 신뢰를 얻을 수 없어요. 홍보물·샘플을 가져다 달라는 심부름, 안 지켜도 그만인 사소한 약속까지 철저히 지키는 것이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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