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직원 드문 제약업계 ‘경력단절·편견 등 극복할 장애물 많아’

주요 제약사 10곳 직원 중 여성 비율 평균 26.6%

기사승인 2020-07-11 0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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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직원 드문 제약업계 ‘경력단절·편견 등 극복할 장애물 많아’
그래픽=픽사베이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제약업계 기업들의 여성대표성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직자들은 여성이 극복해야 할 위기가 가정과 일터에 상존한다고 토로했다.

제약업계의 여성 직원 비율은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낮다. 지난해 국내 주요 제약사 10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제약업계의 성비 불균형이 여전했다. 여성 직원의 비율이 타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일동제약(33.6%) 보령제약(31.3%), 동아에스티(30%) 등의 기업도 절대적 수치는 30%대에 그쳤다. 이어 종근당(29.5%), 한미약품(28%), 대웅제약(27.6%), 유한양행(23.5%), GC녹십자(22.8%), 제일약품(22.3%) 등이 20%대에 머물렀다. 광동제약은 18.3%를 기록해, 직원 10명 중 여성은 1~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10개사의 여성 직원 비율은 평균 26.6%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적극적고용개선전문위원회가 발표한 전체 산업군의 2064개 기업 노동자 중 여성 비율인 38.4%에 못 미치는 수치다. 같은 통계의 2010년도 수치인 34.1%와 비교해도 7.5%p 부족하다. 국내 제약업계의 여성대표성은 타 산업군보다 10년 이상 뒤쳐진 셈이다.

성별에 따른 근속연수의 차이도 나타났다. 지난해 남성 직원과 여성 직원의 근속연수 차이는 ▲광동제약 0.7년 ▲제일약품 0.4년 ▲보령제약 2.18년 ▲동아에스티 3.6년 ▲종근당 2년 ▲한미약품 0년 ▲대웅제약1.37년 ▲유한양행 3.82년 ▲GC녹십자 2.2년 등으로, 대부분의 제약사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오래 일했다. 여성의 근속연수가 높은 제약사는 남성이 10.57년, 여성이 11.49년을 기록한 일동제약이 유일했다. 

제약사 내부에서도 특히 남성이 주도하는 분야로 인식되는 직군은 영업직이다. 국내 중견 제약사 A사 관계자는 “영업부서에 1~3년차 여성 직원이 3명 있었는데, 지난 1월과 2월에 모두 퇴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제약사 B사 관계자는 “영업직 신입사원 채용에서 이전보다 여성들이 많이 합격하지만, 통상적으로 남성 직원보다 퇴사율·이직률이 높은 듯하다”고 말했다.

제약사의 여성 영업직원이 드문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으로서 오랫동안 영업직군 경력을 쌓은 현직자들은 여성이기 때문에 극복해야 하는 한계와 편견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여성 영업직원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경력을 오래 유지하는 사례는 드물다는 것이다.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제약업계의 여성들도 임신과 출산에 따른 경력 단절 위기를 맞는다. 특히, 병원에 지속적으로 방문해 고객인 의료인과 친분을 유지하는 것이 제약사 영업직원에게 중요한 업무인 만큼, 육아휴직 이후 영업 현장에 복귀하기도 쉽지 않다. 

외국계 제약사에서 10년간 경력을 유지해온 C차장은 “그동안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자면, 아이가 태어났을 때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계 회사는 국내사 보다 상대적으로 여성 영업직원이 많아, 나와 비슷하게 임신과 출산으로 경력 단절 위기를 경험한 동료들에게서 도움과 격려를 받아 극복했다”면서 “여성 동료들이 없었거나, 모성보호 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관리자를 만났다면 경력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 현장에서 씌워지는 편견도 여성 영업직원들이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이다. 고객들이 남성 영업직원에게는 쉽게 하는 부탁을 여성 영업직원에게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 영업직원은 이직·퇴사가 잦다는 업계 인식도 고객에게 신뢰감을 얻는 과정에 장애물이 된다.

국내 제약사에서 10년 이상 영업직군 경력을 유지해온 D부장은 “고객들이 여성 영업직원은 더욱 조심스럽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고객과 대화를 하고 친분을 쌓으려면 더욱 오랜 시간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했다”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의 입장에서는 2~3년 후에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영업직원에게 쉽게 신뢰를 주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며 “내가 영업 업무에 열정을 가지고 있고, 오랫동안 경력을 이어갈 준비가 된 사람이라는 사실을 고객이 믿게 하는 과정에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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