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스 노이지’ 이불 털기에서 시작된 갈등의 확장 [쿡리뷰 in 부천]

‘미세스 노이지’ 이불 털기에서 시작된 갈등의 확장

기사승인 2020-07-17 06: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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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스 노이지’ 이불 털기에서 시작된 갈등의 확장 [쿡리뷰 in 부천]
사진=영화 '미세스 노이지' 스틸컷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모든 건 이불에서 시작됐다. 어린 딸을 키우며 소설을 쓰는 마키(시노하라 유키코)는 좀처럼 히트작을 내지 못해 초조해한다. 그에게 가장 거슬리는 건 옆집에 사는 미와코(오오타카 요코)가 아침마다 베란다에서 이불을 털면서 발생하는 소음이다. 실종됐다고 생각한 딸이 알고 보니 미와코의 집에 있었던 사건으로 마키의 분노는 더욱 커진다. 급기야 베란다에서 서로를 조롱하는 모습이 지나던 행인에게 찍혀 SNS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이웃 간의 소음 갈등을 유쾌한 톤으로 그려나가는 것 같았던 ‘미세스 노이지’(감독 아마노 치히로)는 미와코의 시점에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진짜 주제를 꺼낸다. 자신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이상해졌다고 읊조리는 미와코의 태도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어느 쪽도 편들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오히려 미와코의 단단한 생명력과 이유 있는 고집을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대체 무엇이 이 둘의 오해를 만들어냈는지 고민하게 한다.

‘미세스 노이지’는 그에 멈추지 않고 이야기를 한 번 더 확장한다. 이웃 간의 충돌을 지켜보는 사회의 시선을 넣어 개인의 윤리와 존엄에 대한 성찰을 그린다.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사건 속에서 인격에 대한 존중과 창작자 윤리의 중요성 등 여러 주제를 곱씹게 한다. 그리고 그 끝엔 개인 간의 이해와 연대가 갖는 힘이 있다. 현대 사회가 놓치고 있는 무언가를 흥미롭게 설명해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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