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망 확충·민주노총 협상파 퇴진…‘코로나19 노사정 합의’가 남긴 것

기사승인 2020-07-29 0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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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안전망 확충·민주노총 협상파 퇴진…‘코로나19 노사정 합의’가 남긴 것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사정 협약식 서명을 마친 노사정 주체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후 손경식 경총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제외한 노사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을 의결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28일 오전 10시30분 본회의를 열고 노사정 합의문 협약식을 진행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노사정 협약에는 ▲고용유지 ▲기업 살리기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등 사회안전망 확충 ▲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의료 인프라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사회안전망 확충을 관철시킨 것을 성과로 보고 있다. 협약 전문에는 “위기 극복과정에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었던 과거의 전철을 반복하지 않도록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앞서 정부는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정책을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오는 2025년에는 모든 일하는 국민이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일자리를 잃으면 실업급여를 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요구해온 ‘상병수당’ 도입도 추진 중이다. 오는 2022년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상병수당은 병으로 인해 수입이 끊기거나 줄어든 국민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생계비다.

한국노총은 “오늘의 협약을 시작으로 노동자 국민과 함께 코로나19 위기극복에 나설 것을 다짐하며 정부와 사용자단체도 함께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회안전망 확충·민주노총 협상파 퇴진…‘코로나19 노사정 합의’가 남긴 것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지도부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사퇴기자회견을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이번 협약은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노사정 합의를 첫 제안했던 민주노총은 협약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합의안을 두고 내부 반발은 컸다. 코로나19 기간 해고금지가 명시되지 않았고, 전국민 고용보험·상병수당 추진 계획이 추상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내부 추인을 시도했으나 큰 표 차이로 부결됐다. 김 전 위원장 등 지도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지도부 사퇴 후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이끌 위원장에는 강경파로 꼽히는 김재하 부산본부장이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김 비대위원장은 노사정 합의안을 비판해왔다.

하반기 민주노총은 ‘전태일3법’ 등 입법 발의를 위해 투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태일 3법은 5인 미만 노동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 보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가리킨다. 김 비대위원장은 “하반기 투쟁 과제가 엄중하다. 민주노총이 조합원과 함께 다시 희망과 도약의 계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함께 투쟁했으면 한다”며 “연말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야기했다.

soyeo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