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이 액션영화를 놓치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준범 / 기사승인 : 2020-07-30 06: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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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한국영화가 해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던 추격 액션 장르의 매력을 한국영화의 색깔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불필요한 감정과 과한 메시지, 엉뚱한 감동은 이 영화에 없다. 차갑고 건조한 톤을 유지한 상태로 갈 수 있는 끝까지 달려가는 것에 온 힘을 다한다. 잡념이 사라지고 속도감이 붙자, 인물들의 무시무시한 집념과 악의가 남아 액션으로 폭발한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일본에서 마지막 작업을 마친 청부살인업자 인남(황정민)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죽인 남자가 킬러 레이(이정재)의 형제였던 것. 인남은 피를 뿌리며 뒤쫓는 레이를 피해 인천으로 돌아온다. 잃어버린 가족이 납치된 사실을 알게 된 인남은 새로운 목표를 얻고 방콕으로 떠난다. 그 뒤를 레이도 따라간다.

납치된 가족의 행방을 쫓는 인남의 추격과 인남을 쫓는 레이의 추격이 방콕에서 펼쳐진다. 두 사람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았지만 다르다. 삶의 이유를 잃고 떠돌던 인남은 새로운 삶의 기회를 발견하고, 레이는 인남을 만나 삶의 이유를 잃고 폭주한다. 단 한 가지를 위해 모든 것을 거는 남자와 단 한 가지를 위해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남자의 외로운 대결엔 그 무엇도 끼어들 틈이 없다. 인남은 어느 새 자신이 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레이는 자신이 무엇을 쫓는지 잊는다.

사진=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인물의 배경에서 국가를 지웠다. 인남은 강제로 국가에서 떠나라는 통보를 받았고, 레이는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환영받지 못하는 자이니치 출신이다. 인남의 가족은 외국에서 태어나 외국어 교육을 받고 자랐고, 인남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유이(박정민) 역시 한국인의 정체성을 버렸다. 방콕의 경찰 역시 공권력을 수행하지 못하고 폭력조직에 휘둘린다. 인물들은 각자 자신이 하나의 국가이자 세계인 것처럼 행동하고 사고한다. 홀몸으로 두려워할 것도, 눈치 볼 것도 없는 독립적인 인물들의 의지에서 비롯된 행동은 직선적이다. 한 마디 말도 없이 움직임만으로 감정을 보여주는 추격 액션에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스톱모션 기법’으로 촬영된 영상은 인물들의 힘과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테이큰’처럼 시작된 영화는 ‘본’ 시리즈의 빠르고 간결한 액션을 ‘킹스맨’ 같은 촬영으로 보여준다. 영화 ‘곡성’, ‘기생충’ 등 굵직한 한국영화를 찍어온 홍경표 촬영감독의 아름다운 앵글과 색감은 영화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다. 모그 음악감독의 음악도 앞으로 회자될 가능성이 크다. 최대치를 뽑아낸 배우 황정민과 이정재의 열연도 눈에 띄지만, 박정민의 충격적인 등장에 놀라지 않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다음달 5일 개봉. 15세 관람가.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