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파업하려 할까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인 정책추진의 기회로 삼는 정부 독선 묵과할 수 없어”

기사승인 2020-08-05 15: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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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파업하려 할까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월 23일 국회 앞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의사단체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파업을 예고했다. 이들이 파업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일 ‘4대악 의료정책 철폐촉구 및 대정부 요구사항 발표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정원확대 계획 즉각 철회 및 대한의사협회-보건복지부 공동 '대한민국 보건의료 발전계획 협의체' 구성 및 3년간 운영 ▲공공의료대학 설립 계획 철회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주도 비대면 진료 육성책 즉각 중단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민관협력체제 구축 등을 요구하고 12일까지 책임 있는 개선 조치가 없다면 14일 제1차 전국의사총파업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도 의협이 파업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의협은 “코로나19의 세계적 위기이기에, 잘못된 정책을 보고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것이 의사된 도리가 아닐지를 우리는 고뇌했다. 하지만 우리의 망설임을 오히려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인 정책추진의 기회로 삼는 정부의 독선을 묵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협의 파업보다 1주일 앞선 7일 파업을 예고했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4일 “의대 정원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정책은 본래의 취지인 지역·공공·필수의료 활성화가 아닌, 현재도 왜곡돼있는 의료를 더 왜곡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고갈시키는 자승자박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출산율 0명대의 ‘인구소멸국가’에 진입했지만, 의사 증가율은 2.4%로 OECD 국가 중 1위다. 의료 접근성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며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 느끼는 것은 수도권에 대다수의 의료기관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때 치료를 받기 어렵다 느끼는 것은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모두가 소수의 병원으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공공의료원보다는 민간병원을, 지방병원보다는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국민이 많은 상황에 의무복무하는 ‘지역의사’를 선택할 것이라는 생가각은 망상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명의 의사를 키우는 데 2~3억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의사 증원을 위해 1조원 이상의 세금이 든다”며 “지금까지 전공의 수련 비용에 단 한 푼도 지원한 적 없는 정부에서 지난 2017년 정원 49명의 서남의대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해 폐교시킨 나라에 또다시 부실의대를 양산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은 것 아닌가. 꼼꼼한 설계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사들은 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파업하려 할까
대한의사협회가 1일 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등을 반대하며 14일 전국의사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의료계가 파업하더라도 환자가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환자단체 관계자는 “공익적 성격의 파업이라면 환자가 피해를 보더라도 참겠지만, 파업의 이유가 의대 정원확대 반대라고 한다면 환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필수의료분야까지 파업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국민의 여론이 의사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진료 공백이 있는 곳, 필수 공공의료 분야에 의사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하는데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의대 정원확대의 핵심은 의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피해를 보는 환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계 관계자도 환자의 안전을 전제한 파업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연차를 내고 파업하겠다는 것을 말릴 권한은 없지만, 전공의가 빠져나간 의료공백으로 환자가 피해를 보거나 영향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수술 일정을 변경하고, 대체인력으로 파업을 대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확대에 찬성하는 병원계의 입장이 의협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도 말했다. 그는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격차를 조정해야 한다는 데에는 의료계 모두가 동의한다. 병원계는 해결방안으로 의사의 절대 수를 늘리자는 것이다. 지방에서는 의사를 구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환자들도 수도권에 몰려드는 것. 해결방법에 대한 생각이 다를 뿐이지, 의협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확대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5일 ‘의료계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의사 수 부족이 심각해 의대 정원확대를 미룰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복지부는 “우리나라 의사 수는 13만명이나, 현재 활동 의사 수는 10만명에 불과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만큼 필요한 활동 의사는 약 16만명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역별로 보더라도 서울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3.1명인데 반해, 경북 1.4명, 충남 1.5명으로 지역 편차가 크고 지역 의사 수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대책은 절박함에서 출발했지만, 의료계의 고민도 최대한 반영해 수립한 대책”이라며 “국민을 위한 의료체계의 개선과 국가적인 의료발전을 위한 정부의 불가피한 선택이며, 의료계의 고민도 함께 고려하였다는 점을 의료계에서도 이해해 달라고 부탁한다”고 밝혔다.

집단휴진과 관련해서 정부는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일부 의료단체 등이 집단휴진 등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국민들에게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집단행동은 자제하고 대화나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요청한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의료기관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모든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후 의료계의 집단행동 과정에서 혹시 불법적인 요소가 발생한다면 법과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 만에 하나 국민에게 위해가 발생하면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nswrea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