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La Vita E Bella, 1997)’ 와 사랑의 리더십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입력 2020-08-19 20: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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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La Vita E Bella, 1997)’ 와 사랑의 리더십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인류사 최악의 비극 중 하나인 ‘나치의 유태인 말살’이라는 끔찍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코믹하게 묘사함으로써, 비인간적인 상황을 더욱 강조하였으며, 자신은 희생되었지만 살아남은 아들을 통해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는 희망을 보여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1997)>이다.

귀도(로베르토 베니니)와 도라(니콜렛타 브라스키)는 운명처럼 만나 아들 조슈아를 얻는다. 책방을 하며 평화롭게 살던 이들에게 불행이 닥쳐온다. 독일의 유태인 말살정책에 의해 귀도와 조슈아는 강제로 수용소에 끌려간다. 도라는 유태인이 아니지만 자원하여 그들의 뒤를 따른다. 귀도는 조슈아를 달래기 위해 수용소에 도착한 순간부터, 아들에게 자신들은 신나는 게임을 한다고 속인다. 귀도는 자신들이 특별히 선발된 사람이라며, 1,000점을 제일 먼저 따는 사람이 1등상으로 진짜 탱크를 받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귀도는 조슈아가 울거나, 엄마가 보고 싶다거나, 배고프다고 하는 등 떼를 쓰거나, 말을 듣지 않고 소리를 지르거나 하면 점수가 깎이게 된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장난감 탱크를 좋아했던 조슈아는 귀가 솔깃하여 귀도의 이야기를 사실로 믿는다. 두 사람은 아슬아슬한 위기를 셀 수도 없이 넘기며 끝까지 살아남는다.

마침내 독일이 패망했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아들을 창고에 숨겨둔 채, 아내를 찾아 나섰다가 독일군에게 발각되어 사살당한다. 독일군에게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고 믿는 조슈아는 하루를 꼬박 나무 궤짝에 숨어서 날이 밝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정적만이 가득한 포로수용소의 광장에 조슈아가 혼자 서 있다. 누가 일등상을 받게 될 지 궁금하여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조슈아. 그 앞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연합군의 탱크가 다가온다. 마침내 아들은 게임에서 1등을 차지한다.

이 영화에서는 삶과 죽음의 길을 반복적으로 오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인생은 아름답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로베르토 베니니 자신이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것은 한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자기희생적인 사랑 때문에 가능하였다. 인간의 진정한 용기는 사랑으로부터 시작된다. 베니니는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20세기 영화사의 커다란 한 장을 차지하고도 남으리라 생각한다.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La Vita E Bella, 1997)’ 와 사랑의 리더십
한자 愛(사랑 애)자는 ‘旡’(숨막힐 기)자 밑에 ‘心’(마음 심)을 받친 글자에 ‘夊’(천천히 걸을 쇠)가 더해진 글자다. 따라서 사랑이란 ‘가슴에 맺혀 숨막힐 정도로 상대방에게 천천히 다가간다.’는 뜻이다. 영화 속의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이 한자 뜻에 걸맞게 ‘힘들어도 참는’ 사랑의 정수를 보여준다. 사랑할 조건이 없어도 사랑하는 아가페 사랑인 것이다.

제임스 C. 헌터는 'Servant Leadership'이라는 책에서 리더십은 ‘다른 사람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술이며, 사랑만큼 효과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술은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리더십을 향상시키는 사랑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8가지로 표현하였다. 즉, ‘① 인내, ② 친절, ③ 겸손, ④ 존중, ⑤ 이타주의, ⑥ 용서, ⑦ 정직, ⑧ 헌신’이다. 이 8가지 사랑은, 타인을 향한 감정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행동이어야 한다. 사랑은 ‘생활 그 자체이며, 다만 실천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는 값진 보화’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필자 아버지가 타계하시기 전 병석에 누워계신 아버지께, 받친 글이다. “남자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자기 자신과 같다. 아버지를 잃는다는 건 자신을 잃는다는 것과도 같다.”(드라마 <닥터스(2016)>에서)는 말에 동감하여, 다시 한 번 그리움을 담아 보았다. 이 영화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이런 사랑이 있는데 어떻게 인생이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