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후쿠오카’ 경계를 지우고 마주친 낯선 일상

기사승인 2020-08-28 05: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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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리뷰] ‘후쿠오카’ 경계를 지우고 마주친 낯선 일상
▲ 영화 '후쿠오카'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경계를 넘어 일본으로 향했다. 중국(‘중경’, ‘두만강’)에서 시작해 국내(‘이리’, ‘경주’,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에서 영화 작업을 이어가던 장률 감독은 일본 후쿠오카에서 새 영화 ‘후쿠오카’를 찍었다. ‘후쿠오카’는 현재와 과거, 현실과 꿈, 국가와 언어의 경계를 넘나들며 소박하면서 낯선 이야기를 펼쳐낸다. 문지방이 닳듯, 양쪽을 오갈수록 경계는 점점 옅어진다.

‘후쿠오카’는 대학가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제문(윤제문)과 교복을 입고 드나드는 단골손님 소담(박소담)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소담은 엉뚱하게 함께 후쿠오카 여행을 제안하고, 제문은 꿈을 꾼 것인지, 귀신에 홀린 것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에 이끌려 소담과 후쿠오카로 함께 떠난다. 두 사람은 후쿠오카에서 28년 전 절친한 사이였던 해효(권해효)가 운영하는 작은 술집 들국화에 들르고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후쿠오카’는 제문과 소담의 관계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해 더 넓은 이야기로 나아간다. 교복을 입은 21세 여성이 40대 남성에게 해외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하거나, 같은 방에서 얇은 문을 사이에 두고 잠을 청하는 장면을 영화는 “쟤 또라이야”라는 제문의 대사로 설명한다. 의문에서 시작된 묘한 긴장감을 서술하는 대신, 영화는 함께 술을 마시며 과거 이야기에 빠져있는 제문과 해효의 관계에 집중한다. 오랜만에 만난 커플처럼 티격태격하며 대화를 나누고 걷고 술을 마시는 두 남자 사이를 소담은 자유롭게 오가며 천천히 결말로 이끈다.

[쿡리뷰] ‘후쿠오카’ 경계를 지우고 마주친 낯선 일상
▲ 영화 '후쿠오카' 스틸컷

과거에 머물러 있는 제문과 해효의 28년 전 사연이 주된 서사처럼 그려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소담의 존재감에 눈길이 간다. 처음 만난 일본인, 중국인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갑자기 노래를 부르고 인형을 받는 등 소담의 행동과 말은 영화의 맥락과 어긋난다. 그럼에도 소담이 바라보는 시선과 다른 방향의 생각, 머무는 발걸음이 영화를 이끄는 동력이 되고 조금씩 변화를 이끌어낸다.

편안한 시선으로 밀도가 낮은 순간의 공기를 담아내는 영화다. 부담 없이 소소한 이야기를 지켜보다가 마법 같은 순간을 마주치는 재미가 있다. 다만 찌들은 40~50대 남성들의 각성을 위해 순수한 20대 여성을 도구로 썼다는 비판이 나올 여지가 있다.

27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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