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전쟁을 경험한 사람에게 남는 것 ‘아웃포스트’

기사승인 2020-09-01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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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리뷰] 전쟁을 경험한 사람에게 남는 것  ‘아웃포스트’
▲영화 ‘아웃포스트’ 포스터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아웃포스트(Outpost), 전초기지는 침략군이 남의 나라를 공격하기에 유리한 최전방 지역에 설치한 군사 기지를 뜻한다. 하지만 영화 ‘아웃포스트’(감독 로드 루리)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전초기지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적으로부터 방어할 수 없는 최악의 위치에 놓여 있다. 군 사단조차 ‘명백히 방어 불가능’이라는 판정을 내린 이곳을 지키는 군인들의 일상은 전쟁과 뒤섞여 있다.

농담과 욕설이 오가다가 웃음이 난무한다. 아군의 피해를 줄이고자 적에게 손 내밀어보지만, 현상 유지는 쉽지 않다. 갑작스럽게 빗발치는 공격엔 우스개를 하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총을 들어야 한다. 일상이 전쟁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같은 구성과 질감으로 전장 한복판 병사들의 얼굴을 비춘다.

2009년 10월3일, 베트남 전쟁 이후 처음으로 살아서 명예훈장을 수훈자가 두 명이나 나온 캄데쉬 전투를 소재로 했다. 실제 참전자들이 영화를 위해 조언했고,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는 전초기지 속 인물들을 비장한 전쟁영웅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고 살기 위해 분투한다.

클리튼 로메샤(스콧 이스트우드) 하사와 타이 카터(케일럽 랜드리 존슨) 상병 등은 아프가니스탄 준심에 있는 키팅 전초기지에 배치된다. 이곳은 전 방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언제 공격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곳이다. 두 명의 지휘관이 연달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상부는 키팅 기지를 폐쇄하려고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연기된다. 새로운 지휘관을 기다리며 임시로 기지를 지휘하게 된 클린튼 로메샤 하사는 탈레반의 대대적인 습격을 받고 병사들과 함께 사투를 펼친다.

영화는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전초기지를 재현하는 것에 몰두한다. 기지의 외형뿐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야 하는, 살아서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그려낸다. 병사들의 생사가 달린 곳이지만, 합리적인 판단보다 정치적이거나 관성적인 판단이 우선돼 피해자를 만드는 것조차 현실적이다. 지휘관마다 초소와 병사들을 다루는 방법이 달라, 책임자가 바뀔 때마다 기지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도 흥미롭게 볼만한 지점이다.

인상적인 것은 후반부 전투장면이다. 그곳엔 총알이 알아서 피해가는 영화적 주인공은 없다. 몰려오는 적과 눈앞에 닥친 죽음을 두려워하며, 기지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전투는 끝날 듯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마치 실제 전투를 멀리서 관망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치열했던 전투가 끝나고 병사들은 전초기지를 떠난다. 하지만 전쟁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영화는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훈장 말고도 무엇이 남는지를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전투를 승리의 영광으로 기록하는 대신, 경험자 개개인의 표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 돋보인다. 하지만 영화의 섬세한 시선이 기지 안에서만 머무른다는 점은 아쉽다.

오는 9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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