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안해서합니다] 마스크 쓰라는데 ‘쿨쿨’ 자는 척…의무화 무색한 지하철

기사승인 2020-09-03 05: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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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안해서합니다] 마스크 쓰라는데 ‘쿨쿨’ 자는 척…의무화 무색한 지하철
사진=1일 오후 공항철도 열차 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자 잠든 척을 하고 있다./ 김희란 기자
[쿠키뉴스] 김희란 인턴기자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지 어느덧 석 달이 넘었습니다.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 과연 잘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지난달 중순부터 수도권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례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시민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달 24일 0시부터 실내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이미 지난 5월26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공항철도 노선, 서울 9호선,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1~8호선 등에서는 보안관들이 열차 내를 돌아다니며 마스크 미착용자를 계도하고 있습니다. 공항철도 측은 지난달 24일부터 보안관들 뿐만 아니라 계도요원을 추가로 배치해 주말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차 내 마스크 미착용자를 단속하고 있는데요. 기자가 마스크 착용 계도 현장에 직접 나가봤습니다.
[아무도안해서합니다] 마스크 쓰라는데 ‘쿨쿨’ 자는 척…의무화 무색한 지하철
사진=공항철도는 계도요원들을 배치해 마스크 미착용자를 계도하고 있다./ 김희란 기자


△계도현장, 속출하는 턱스크·코스크족

1일 오후 2시 계도요원 2명과 함께 계도를 시작했습니다. 요원들의 임무는 열차 내를 샅샅이 살피며 마스크 미착용자 혹은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린 일명 ‘턱스크족’을 잡아내는 것입니다. 열차가 다음 역에 도착하면 하차 후 대기했다가 다음 열차에 탑승, 같은 방식으로 단속합니다. 
[아무도안해서합니다] 마스크 쓰라는데 ‘쿨쿨’ 자는 척…의무화 무색한 지하철
사진=1일 오후 2시 계도요원 2명과 함께 계도를 시작했다./ 김희란 기자

공항철도 지하철 내부는 한산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인지 평소보다 조용한 모습입니다. 열차 내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옆 사람과 이야기할 때도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최대한 조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도 잠시, 계도 시작 5분 만에 첫 턱스크족을 발견합니다. 그는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리고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계도요원이 주의를 주자 민망한 듯 고개를 숙이며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마스크 미착용자와 턱스크족이 속출했습니다. 한 열차에 마스크 미착용자는 최소 한두 명씩 꼭 있었습니다. 적발당한 한 시민에게 마스크를 왜 착용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리 가라는 듯 손짓하면서 매섭게 노려봅니다. 기자는 자리를 피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도안해서합니다] 마스크 쓰라는데 ‘쿨쿨’ 자는 척…의무화 무색한 지하철
1일 오후 서울 공덕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걸어가고 있다./ 김희란 기자

이날 공항철도 서울역~검암역 구간 오후 2시부터 5시까지의 계도 건수는 총 21건입니다. 이중 마스크를 아예 쓰고있지 않은 사람은 한 명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턱스크’였습니다. 단속된 이들 중에서는 젊은이보다 중장년층이, 여성보다는 남성이 많았습니다. 공항철도에 따르면 같은 날 총 계도 건수는 70건입니다. 적지 않은 숫자죠.

마스크로 입만 가리고 코는 막지 않은 마스크 착용 불량자, 일명 ‘코스크’들도 많았습니다. 계도요원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마스크를 착용했다가 지나가면 다시 마스크를 벗는 ‘얌체족’도 다수였습니다. 미처 잡지 못한 코스크족과 얌체족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사례는 적발 건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스크 안 쓸래요’ 고집불통 시민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려고 버티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이날 한 남성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잠들어있었습니다. 계도요원이 다가가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묵묵부답, 눈을 꼭 감고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계도요원들은 난감해하며 지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남성은 계도요원들이 가자마자 실눈으로 주위를 살폈습니다. 그러다 기자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남성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실랑이도 벌어졌습니다. 계도요원의 지속된 안내에도 “마스크를 쓰기 싫다”며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우는 경우입니다. 버티던 시민은 결국 다음 역에서 자진하차 했습니다. 최승훈 공항철도 역무매니저는 “취객이나 노인분들에게 마스크를 써달라고 하면 ‘너네가 뭔데 그러냐’고 화를 내 지칠 때가 있다”면서 “지하철·철도는 다중이용시설인 만큼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 말고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무도안해서합니다] 마스크 쓰라는데 ‘쿨쿨’ 자는 척…의무화 무색한 지하철
사진=공항철도 인천 검암역에서 시민들을 계도 중인 역무원/ 김희란 기자

△‘마스크를 바르게 착용해주세요’

역무원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내 각 지하철역에는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안내 표시가 가득합니다. 승강장 밖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항철도는 역내 4개 국어로 코로나 관련 행동 강령을 게시 중입니다. 공항철도 일부 역에서는 개찰구에 교통카드를 찍으면 “마스크를 바르게 착용해주세요”라는 음성 메시지가 나옵니다. 공항철도는 오는 3일부터 모든 역에 이러한 음성 안내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그러나 역무원들의 노력만으로는 지하철·철도 내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호응입니다. ’제대로 된’ 마스크 착용은 보건당국이 꾸준히 강조해온 예방수칙입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감염률은 대폭 하락합니다. 감염자만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감염률은 5%, 감염자와 비감염자 모두 착용 시 감염률은 고작 1.5%로 현저히 낮아집니다. 

턱스크, 코스크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로 코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가 입, 목구멍, 기관지 등 호흡기의 여러 기관 중 코로나19 감염에 가장 취약합니다. 같은 양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다른 기관보다 코점막 안에서 가장 많은 감염 세포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이는 코로나 19 감염이 코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의미입니다. 마스크로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코와 입을 함께 가려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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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항철도 측은 음성 메세지, 안내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김희란 기자

heeran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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