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닥터스(2016)’와 만남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입력 2020-09-02 15: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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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닥터스(2016)’와 만남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인간은 만남이다”라는 한스 카롯사의 말처럼, 우리는 숱한 만남 속에서 살아왔으며, 이런 만남을 우리들 가슴에 어떻게 담아가느냐에 따라 인생의 색깔은 달라진다. 우리의 미래는 오늘의 만남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닥터스>는 SBS TV에서 2016년 6월 20일부터 8월 23일까지 월․화요일 밤 10시, 총20회에 걸쳐 방영된 ‘만남을 통해 치유’가 되는 힐링 드라마다.

어머니의 자살, 새엄마의 학대, 퇴학, 아버지에게 버림받음으로, 마음마저 죽어버린 불량소녀 유혜정(박신혜). 그러나 혜정은 삶의 안식처인 할머니(김영애)의 사랑, 키다리아저씨인 홍지홍(김래원) 선생님의 따뜻한 보살핌, 그리고 진정한 친구 천순희(문지인)와의 우정 속에서 지금까지 와는 다른 소녀가 된다. 어느 날 선생님이 길에서 쓰러진 임산부를 정성을 다해 응급처치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손잡아 줘… 사랑은 심장으로 하는 거 아니야. 뇌로 하는 거지.”라는 말을 하며, 그 임산부를 살려내는 모습을 본 바로 그 순간… 혜정에게 일대 전환점이 된다. 그러나 친구 진서우(이성경)의 질투에서 비롯된 추문으로, 지홍은 사직하고, 혜정은 퇴학당한다. 그리고 할머니마저 수술 중 죽는다. 좋은 사람이 되고자 했던 꿈은 물거품이 된다.

그 후 13년, 의료사고를 낸 진명훈(서우 아버지)에 대한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혜정. 그녀와 지홍은 오랫동안 서로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을 간직한 채, 만나지 못하다가 운명처럼 다시 만난다. 이후, 지홍은 혜정에게 ‘웃음’, ‘행복’, ‘사랑’을 찾게 해준다. 비로소 두 사람은 진정으로 서로를 위하며 마주보기를 시작하게 된다. 지홍의 설득과 진심으로 사과한 서우의 부탁, 무엇보다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자신의 ‘복수’를 ‘용서와 화해’(암에 걸린 진명훈 수술)로 바꾼다. 수술에 성공하고 진심으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듣는다. 이제 복수에서 벗어난 혜정은 언제나 꿈꿔왔던 지홍과의 사랑을 이룬다.

지홍과 혜정은 13년 후 운명처럼 다시 만나게 된다. 둘의 만남은… 첫째, 더 좋은 사람이 되는 만남이다. 불량소녀였던 혜정은 지홍을 만남으로써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둘째, 배려와 이해에 바탕을 둔 깊은 만남이다. 아픔을 공유함으로써, 눈빛이나 미소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셋째, 지홍과 혜정은 집도의와 어시스트로, 환상의 팀워크를 보임으로써 어려운 수술을 해낸다. 진명훈 수술 때, 지홍이 어시스트로써 혜정이 아니면 수술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둘의 만남은 함께 함으로써 힘을 얻는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만남이다.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닥터스(2016)’와 만남
넷째, 신뢰에 바탕을 둔 만남이다.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는 혜정. 그녀가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홍에 대한 신뢰였다. 다섯째, 미래의 희망이 되는 진정한 만남이다. 지홍에게 혜정은 자신의 삶의 전부이므로 그가 사는 이유가 된다. 혜정의 경우,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짐으로써,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다. 여섯째, 행복한 만남이다. 남자를 사랑하여 자살한 엄마처럼 살지 않고자 한 혜정. 어릴 때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큰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던 지홍. 혜정에게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사람과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누릴 기회’가 생긴다. 지홍도 13년 전 혜정을 떠나보냄으로써 가슴에 맺혔던 아픔을 씻어내고, 행복해진다. 일곱째, 치유의 만남이다. 복수를 위해 강해져야만 했던 혜정. ‘사랑이 아픔을 치유해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란 것을 지홍을 통해 알았다. 그녀의 과거의 어두운 상처를 어루만져준 사람은 지홍이었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운명이 달라진다. 운명을 영어로 ‘destiny’라고 하는데, ‘결정되었다’는 의미이고, 그리스어로 운명을 뜻하는 ‘moira’는 ‘할당’을 뜻한다. 그렇다면 운명은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할당, 즉 결정되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며, 그것은 바로 ‘운명’이다. ‘나와 너’의 참됨이 교류되는 ‘정말로 만나야 할 사람을 바로 만남’으로써, 희망과 기쁨, 그리고 행복과 사랑이 넘치는 삶이 된다. 비록 코로나가 우리 일상을 어렵게 하지만, 2020년 여름, <닥터스(2016)>와 만나 정말 행복했습니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