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 치료에서 소외되는 환자가 없기를

기사승인 2020-09-07 05: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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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암 치료에서 소외되는 환자가 없기를
글·김승철 대한부인종양학회장(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

난소암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은 ‘침묵의 살인자’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다른 곳으로 전이될 때까지 진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난소암은 환자의 85%가 재발을 경험할 정도로 재발율이 높고, 전 세계에서 부인암으로 인한 여성들의 주요 사망 원인일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그러나 다른 암종에 비해 치료제의 발전이 더뎠다. 약 7년 전까지만 해도 독성이 강한 항암화학요법만이 존재했다. 수술을 통해 체력이 떨어져있는 환자들은 항암치료를 통해 구토와 탈모 등을 추가로 겪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 2013년 난소암 표적 치료제가 처음 등장하면서 약제 독성에 대한 이상반응을 줄일 수 있었다. 

2015년부터는 먹는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억제제가 국내 등장했다. 난소암 환자들은 PARP 억제제를 통해 기대 여명을 연장시킬 뿐만 아니라 삶의 질까지 높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환자들에게 PARP 억제제는 장기 생존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일상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치료 환경을 개선한 혁신 약제인 셈이다. 

문제는 건강보험 급여 조건이다. PARP 억제제는 현재 난소암의 주요 바이오마커 중 하나인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에서만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고 있다. 이들은 전체 환자의 약 20%정도에 해당한다. BRCA 유전자 변이가 없는 대다수의 난소암 환자들은 좋은 치료제가 등장했음에도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쉽사리 약제를 선택할 수 없다. 

특히 최근에는 BRCA 유전자 변이와 관계없이 1차 치료에서부터 누구나 사용 가능한 PARP 억제제가 등장했다. 

암은 1차 치료에서 질병의 진행을 최대한 늦출수록 약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PARP 억제제를 사용해 환자의 생존기간을 더욱 늘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학회에서도 이러한 약제 가치를 인정해, 올 8월 난소암 치료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개정하면서 PARP 억제제를 1차 치료에 적극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BRCA 유전자 변이가 없는 환자들에서는 비급여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투약을 권유하기 어렵다. 혁신적인 효과가 확인된 약제가 있음에도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망설이는 상황을 볼 때마다 전문의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BRCA 유전자 변이가 없는 대다수의 난소암 환자들은 단 1개의 표적 치료제만이 급여 사용 가능하다. 환자가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면, 독성 강한 항암화학요법으로 돌아가야 한다. 암 정복 시대에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이제는 BRCA 유전자 변이가 없는 대다수의 난소암 환자들도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논의가 필요하다. 난소암 환자가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일상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되길 바란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