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멈춰선 장기기증...기증 못한 사망자는 역대 최대

기증희망 등록했지만, 기증 못한 사망·취소 지난해 72%급증...이유는?

기사승인 2020-09-11 03:26:02
- + 인쇄
코로나19로 멈춰선 장기기증...기증 못한 사망자는 역대 최대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수가 확연히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장기기증을 희망했지만, 기증하지 못하고 사망하거나 취소하는 건수는 급증했다.  

8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수가 4만571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2918명) 대비 27.3%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 학교, 종교기관 등에서 이뤄지던 장기기증 캠페인이 전면 중단된 영향이다.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2016년 14만222명에서 2017년 12만5108명, 2018년 12만4951명으로 감소하다 지난해 14만7061명으로 늘었지만 올해 다시 급격히 줄면서 최저치를 찍을 전망이다. 매월 신규 등록자 5000여명에 불과한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등록자는 2004년 이후 최초로 7만 명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반대로 장기기증 희망자로 등록했지만, 기증을 하지 못하고 사망하거나 기증을 취소하는 사례는 늘었다.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중 사망 및 취소건수는 2016년 5039명, 2017년 6844명, 2018명 685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다 2019년 1만1770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한 해 동안 72%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올해는 6월까지 6개월간 집계된 사망 및 취소건수가 5938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 이어 사망 및 취소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는 초기 기증희망 등록자들의 사망시기 도래, 기증취소 건수의 점진적 증가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질병관리본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관계자는 “2018년의 경우 취소 및 사망건수 6853건 가운데 사망은 2665건, 취소가 3823건으로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사망자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9년 1만여건 중 사망은 6646명, 취소는 4987건으로, 금년도 6월까지 사망이 3694건, 취소는 2244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사망자수가 크게 늘고, 취소건수는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추가적인 분석을 해봐야 알겠지만 기증희망자 중 고령 사망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우선 추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기증 서약을 담당하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도 “최근 운동본부로 접수되는 기증취소 사례는 월 200건 정도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1991년에 장기기증희망등록을 시작했는데, 당시 초기에 등록했던 50~60대 연령층이 80대가 되면서 사망건수가 증가한 것은 아닌지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장기기증서약의 약 70%가 이 기관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국내 장기 및 조혈모세포 등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수는 올해 6월 기준 4만1262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7.5명의 환자들이 이식만을 기다리다 사망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기증률이 저조하고, 이식대기자의 사망률도 높다. 

주동진 신촌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간이식의 경우 응급도 점수(6점~40점)에 따라 이식이 배정된다. 3개월 내 이식을 받지 않으면 사망률이 90% 이상인 환자들이 대상이다. 미국은 25~30점만 되어도 이식 기회를 얻는데 우리 환자들은 평균 38점으로 상태가 심각해진 뒤에야 이식대기자에 이름을 올리는 실정”이라며 “장기기증 활성화와 인식개선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박평재 고대구로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도 “현장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결국 돌아가시는 안타까운 사례들을 수없이 본다. 장기기증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고 나의 가족과 이웃을 위한 나눔이자 사랑 실천이기도 하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비대면 장기기증문화 확산을 위해 '아임도너 챌린지'를 이달 30일까지 진행한다. 아임도너 챌린지는 SNS에 자신의 장기기증 희망등록증과 챌린지를 알리는 해시태그를 게시하는 것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유명인들의 동참도 늘고 있다. 

본부 관계자는 “래퍼 로꼬와 장성규씨가 챌린지에 참여하고 이틀 동안 온라인 등록자가 각각 1000명, 500명가량 늘었다. 일주일에 400~500명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많은 참여를 이끈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많은 분들이 희망나눔에 동참하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romeo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