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제이미 “음악으로 얘기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활동명 바꾸고 신곡 ‘넘버스’ 발매

기사승인 2020-09-11 08: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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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제이미 “음악으로 얘기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너는 숫자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사람이다.’ 가수 제이미가 지난 3일 공개한 신곡 ‘넘버스’(Numbers)의 메시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점수, 등수, 월급, 집값 등 온갖 숫자에서 정체성을 찾는 세상, ‘숫자는 필요없다’는 제이미의 메시지는 귀하디 귀하다.

제이미. 2012년 SBS ‘K팝스타 시즌1’의 우승자이자 ‘박지민’으로 더 잘 알려진 그 이름. 제이미는 2013년 JYP엔터테인먼트에서 그룹 피프틴앤드(15&)로 데뷔해 활동하다가 올해 워너뮤직코리아로 적을 옮겼다. 활동명도 한국어 이름 ‘박지민’에서 영어 이름 ‘제이미’로 바꿨다.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더욱 잘 나타내는 이름이라고 생각해서다. 홀로서기를 시작한 제이미와 최근 이메일로 이야기를 나눴다.


숫자로 매길 수 없는 존재의 가치


Q. 우선, 서면으로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돼 반갑습니다. 신곡 ‘넘버스’에 담은 메시지와 이 곡을 쓰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넘버스’는 사람의 가치가 숫자로 매겨지는 것을 꼬집은 곡이에요. 물론 노력의 결과로 좋은 점수나 성과를 얻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하지만 거기에서 멈추게 하는 일들도 많잖아요. 예를 들어 성적, 조회수, 순위, 팔로워 수 등 수많은 숫자들 때문에 ‘나’라는 사람의 색깔을 잃어가고, 자신감을 잃는 사람들이 있죠. 그런 분들에게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너는 숫자로 매길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문구가 머릿속에 떠올랐어요.”

Q. ‘K팝스타 시즌1’에서의 모습만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제이미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활동명을 변경한 걸로 알아요. 달라진 자신의 모습이 대중에게 낯설게 받아들여질까봐 걱정하진 않았나요?

“제가 앞으로 하는 음악이 (대중에게) 낯설 수 있다는 고민은 당연히 했어요. 그런데 그 고민은 활동명을 제이미로 바꾸지 않았던 때에도 하고 있던 고민이었어요. 예전에는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음악이 더욱 중요했는데, 요즘에는 ‘내 노래를 듣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는 쪽으로 고민이 기우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이 저에게 행복하게 다가오더라고요.”

Q. 특히 지난 5월 종영한 Mnet ‘굿걸: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에서 보여줬던 솔직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가 멋졌어요.

“진짜로 방송 그대로의 모습이 저예요. 모든 것에 다 솔직한 게 마냥 좋지만은 않을 수 있겠죠. 하지만 저의 솔직함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런 모습을 보여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제이미에게는 왜 중요한가요?

“어떤 이미지나 캐릭터를 갖고 방송을 하는 것 또한 그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귀여운 스타일을 시도해보긴 했는데 잘 안 돼서….(웃음) 그냥 자연스러운 모습이 저한테도 편하고, 가장 솔직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그 솔직한 모습에 대한 반응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고, 호불호도 있을 수 있겠죠. 그래도 여러 의견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성장이 있고, 배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행복과 남을 위하는 것 사이, 균형을 찾고 있다”

[쿠키인터뷰] 제이미 “음악으로 얘기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지금의 단단한 내면이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다. 제이미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연예 활동도 잠시 멈추고 자신 안의 소리에 집중했다.

Q. 당시의 경험이 제이미에게 어떤 영향을 줬나요?

“저에게 가장 뜻 깊은 해였던 것 같아요. 제가 진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깨닫게 해주는 시기이기도 했고, 제가 해나가는 일의 무게감도 많이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속상했던 일들도 많았지만 지금은 정말 미미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냥 제가 욕심을 내서 만들던 음악들 밖에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그렇지만 그때가 없었더라면 지금도 ‘나는 어떤 아티스트일까’, ‘어떤 음악을 하고 싶어?’라면서 방황했을 것 같아요.”

Q. 그럼 지금의 제이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했지만, 사람으로서도 그때 많이 단단해진 것 같아요. 그 전엔 여리기만 했는데, 남을 위하는 것보다는 나를 조금 더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그렇다고 또 너무 저만 생각하면 안 되잖아요. 그 중간을 계속 찾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나와 다른사람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답을 내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그런 면에서 음악을 하면서도 많이 타협할 수 있게 변한 것 같아요.”

Q. 피프틴앤드로 데뷔했던 15세의 박지민과 지금의 제이미는 어떻게 다른가요?

“(데뷔한 지) 거의 10년이 됐네요. 10대에서 20대, 정말 시간이 너무 빨리 가더라고요. 사실 저는 아직도 제가 고등학생 같거든요. 그래서 뭔가 많이 달라졌다라고 느껴지는 건 딱히 없어요.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예전보다 욕심도 나고, 자신감도 붙은 것 같아요. 힘도 에너지도 2배로 충전이 돼서 그 부분을 많이 표현하면 될 것 같아요.”


“내 안에는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있다”

[쿠키인터뷰] 제이미 “음악으로 얘기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소울풀한 목소리 덕분에 ‘K팝스타 시즌1’에서도 ‘롤링 인 더 딥’(Rolling in the deep·원곡 아델),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주디 갈랜드) 등 팝송 커버무대로 화제를 모았다. ‘굿걸: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에서 가수 에일리와 ‘탱고’(Tango) 무대를 선보인 뒤에는 원곡 가수인 아비어에게도 극찬을 받았다.

Q. 예전엔 제이미 목소리가 가요보단 팝에 더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혹시 자신의 목소리로 고민해본 적 있나요?

“감사합니다! 저는 항상 저의 색깔이 고민이었어요. 특색 있는 목소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게 가수로서 저의 부족한 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 곡 저 곡을 불러보면서 이젠 모든 장르의 곡을 좋아하게 됐어요. 그런 점이 제 음악에도 많이 영향을 줬나봐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것도 제 목소리 때문 같아요. 부모님 모두 음악을 하셨는데, 아버지가 ‘20세 중반쯤 되면 아빠처럼 목소리가 허스키해질 거다’, ‘너를 더 표현할 수 있도록 실력이 많이 늘 거다’라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어렸을 때 무대를 보면 조금 허스키하지만 순수한 목소리였는데, 어느덧 색깔이 많이 달라져 있더라고요. 다양하게 표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Q. 제이미에겐 특히 어린 여성 팬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을 포함해 제이미씨를 우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가요?

“‘여러분들에게 힘을 드리고 싶은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얘기하기보다는 음악이나 무대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를 잘 모르더라도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를 느낄 수 있는 무대를요.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어린 친구들에게 ‘나 자체가 정말 특별한 사람이구나’, ‘내 안에는 정말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있구나’라는 것을 얘기해주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wild3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