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업계 배송·비대면 서비스 혁신, 상용화 '까마득'

한성주 / 기사승인 : 2020-09-17 03: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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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약국·원격화상투약기 연이어 좌초… 선행연구·의견수렴 필요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비대면 서비스들이 약업계에 진입을 시도하면서 약국가와 마찰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배달약국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서비스 운영을 중단했다. IT스타트업 닥터가이드가 지난 5월29일 출시한 배달약국 앱은 환자와 30분 거리에 있는 약국에서 의약품을 대리수령·전달해주는 배달 플랫폼다. 의료기관이 발급한 처방전을 환자가 가까운 약국으로 전송하면, 이를 받은 약사가 환자에게 전화와 서면으로 복약지도를 하고, 이후 배달 서비스를 통해 의약품이 환자의 집으로 전달해주는 서비스다.

닥터가이드는 지난 8일 보건소로부터 처방전을 병원에서 환자에게 전송한 뒤 다시 환자가 약국으로 전송하는 방법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닥터가이드는 “보건복지부의 최종답변을 받기 전까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고, 소비자 우려와 약국가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안전한 앱을 만드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의약품 배송 서비스를 아이디어 공모전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중기부가 이날 개최한 2020 규제자유특구 아이디어 공모전 최종 결선에서 선정된 6개의 우수작 가운데는 ‘원격진료에 대한 의약품 안전배송 솔루션'이 포함됐다. 의약품의 조제·배송·상담 등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해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원격진료를 활성화 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이에 약국가의 반발이 커졌다. 그동안 약사 단체들은 배달약국의 안전성·적법성을 문제 삼으며 서비스 중단을 촉구해 왔다. 정부가 의약품 비대면·배송 서비스를 우수한 공모작으로 뽑으면서 상용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대한약사회는 배달약국이 ▲약국개설자가 아닌 사람이 약국 명칭을 사용한 점 ▲인터넷을 통한 처방의약품 배달을 광고하고 알선한 점 ▲앱을 통해 처방전을 전송받아 의약품을 조제·배송하는 행위 등으로 약사법을 위반했다는 복지부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권혁노 대한약사회 약국이사는 “배달약국이 명백한 약사법 위반으로 확인됐다”며 “의약품 조제·판매와 관련된 일체의 불법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며, 해당 업체의 조치 결과를 확인한 후 고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약국가에서 비대면 서비스가 논란을 일으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배달약국에 앞서 원격화상투약기도 상용화에 난항을 겪었다. 원격화상투약기는 지난 2013년 개발됐지만, 약국가의 반대와 약사법상 불법으로 간주되는 원격 판매 방식 때문에 상용화되지 못했다. 지난 6월 정부의 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 안건 상정도 무산됐다.

정부는 이들 비대면 서비스의 도입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배달약국과 같은 의약품 배송 앱은 당장 도입하기에는 규정상 문제가 있지만,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큰 틀에서 논의할 때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약품정책연구소 관계자는 비대면 서비스에 대해 "단순히 찬반 입장으로 나눌 수 없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가 이뤄진다고 해서 약계도 그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대면 정책 도입에 대한 기초 연구, 해외사례 조사, 도입 효용성·안전성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약사뿐 아니라 의사, 국민들의 참여 하에 충분한 의견 청취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