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특집①] LCK, 이번엔 기대해도 되니?

문대찬 / 기사승인 : 2020-09-18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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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중국 상하이로 출국한 담원 게이밍 선수단. 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매해 열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롤드컵)’은 e스포츠팬들의 세계적인 축제다. 롤드컵을 향한 관심은 세계 각지의 축구 클럽들이 각축을 벌이는 UEFA 챔피언스리그를 방불케 한다. 롤의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에 따르면 2019 롤드컵 결승전의 분당 평균 시청자는 2180만 명에 이르고, 최고 동시 시청자수는 4400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 지역의 통계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로, 실 시청자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 때 롤드컵 트로피는 한국 팀들의 독차지였다. 2013년 SK 텔레콤 T1(현 T1)의 우승을 시작으로 2017년(삼성 갤럭시‧현 젠지e스포츠)까지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최고의 팀을 배출한 최고의 리그였다. 하지만 2018년부터는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의 인빅투스 게이밍(IG)에게 왕좌를 내주더니 2019년에도 중국의 펀플러스 피닉스(FPX)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2년 연속 결승 무대에 오르지 못하면서 LCK에겐 도전자라는 수식어가 익숙해졌다. 

올해 롤드컵 왕좌 탈환의 임무를 받은 세 팀은 서머 시즌 1, 2, 3위를 차지한 담원 게이밍과 DRX, 젠지다. 11일 출국한 담원에 이어 18일엔 DRX와 젠지가 롤드컵이 열리는 중국 상하이로 이동한다. 이후 자가 격리를 거친 뒤 내달 3일부터 그룹스테이지 일정을 치른다. 

이들의 롤드컵 행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반신반의다. 지난해 ‘이번엔 다르다’라는 평가 속에 출격한 세 팀이 모두 실패하며 상처를 남긴데다가 올해 5월 중국 팀들과 치렀던 ‘미드시즌컵(MSC)’에서의 패배로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더욱 깊어진 탓이다. 다만 MSC 이후 보인 발전된 모습들에 LCK 관계자 및 팬들도 기대감을 마냥 숨기지는 않는 상황이다.

쿠키뉴스는 롤드컵을 맞아 위 세 팀의 전력 등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기자의 개인적인 사견에 그치지 않기 위해, LCK 중계진인 ‘와디드’ 김배인 해설 위원의 도움을 받았다.


‘압도적인 힘’ 담원, ‘역체팀’ 반열 오를까


▲담원의 '쇼메이커' 허수. 

2020년 담원의 여름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스프링 시즌 다소 흔들렸지만 ‘고스트’ 장용준의 영입 후 정상 궤도에 올랐고, 서머 시즌 16승 2패를 기록하며 당당히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플레이오프 결승전에서도 DRX를 맞아 3대 0 완승을 거두며 체급차를 보였다.

담원의 행보는 ‘역대 최고의 팀(역체팀)’으로 평가받는 2015년 SK 텔레콤 T1을 떠올리게 한다. 담원의 서머 시즌 세트 전적은 34승 5패로 승률이 무려 87.1%에 달하는데, 이는 역대 LCK 팀 중 가장 높은 승률에 해당한다. 득실차는 +29로 2015년 SK 텔레콤 T1이 기록한 최다 득실차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담원은 약점이 없는 팀이다. 어떤 방패도 부셔버리는 최고의 칼, ‘너구리’ 장하권을 비롯해 ‘캐니언’ 김건부, 장용준, ‘베릴’ 조건희까지 누구든지 캐리롤(Carry Role)을 맡을 수 있다. 개인 기량이 워낙 압도적이라, 경기 시작 15분까지 상대 팀과의 골드 격차는 무려 3055에 달한다. 참고로 중국 리그 우승팀인 탑e스포츠(TES)의 해당 지표는 772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단연 주목해야 할 선수는 ‘쇼메이커’ 허수다.

올 시즌 LCK MVP에 오른 허수는 롤e스포츠가 선정한 2020 롤드컵 베스트 미드라이너에도 뽑힐 정도로 그 기량이 만개했다. 허수는 올 시즌 KDA(킬/데스/어시스트) 16, 15분까지의 골드격차 670, 분당 대미지 561, 킬 관여율 72% 등 다양한 지표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롤드컵 우승만을 남겨두고 있는 담원의 여정은 시작부터 가시밭길이다.

8강 진출 티켓은 각 조 별로 두 장씩 주어진다. 담원은 중국의 징동 게이밍(JDG), 유럽의 로그와 함께 B조에 속했다. 중국 리그 준우승 팀인 JDG는 강력한 롤드컵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TES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전력을 갖고 있다. 정글러 ‘카나비’ 서진혁과 스프링 결승 MVP를 차지하는 등 최고의 서포터로 꼽히는 ‘뤼마오’ 추오밍하오가 만들어내는 변수가 위협적이다. 로그 또한 신분은 3번 시드이지만, 유럽 리그 서머 정규 시즌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을 가진 팀이다. 

‘죽음의 조’라는 우려 섞인 평가가 나오지만 김배인 위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죽음의 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 북미‧유럽 리그의 전력이 예전 같지 않다”며 “JDG가 강팀이지만 오히려 일찍 만난 것이 담원에겐 좋을 수 있다. 스크림 등에서 겪는 것과 실전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은 다르다. 이기든 지든 담원에겐 좋은 양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DRX, 완전체가 되어줘


▲'와디드' 김배인 해설위원이 뽑은 DRX의 키플레이어 '쵸비' 정지훈.

DRX는 매력적인 팀이다. 때로는 선수들보다 더욱 존재감을 뽐내는 ‘씨맥’ 김대호 감독의 지휘 아래 신인과 베테랑이 한 데 어우러져 팀을 구성했다. 맏형 ‘데프트’ 김혁규를 비롯해 리그 최고의 미드라이너 중 하나인 ‘쵸비’ 정지훈이 중심을 잡고, ‘도란’ 최현준, ‘표식’ 홍창현, ‘케리아’ 류민석 등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과감한 패기로 팀의 방향성에 힘을 싣는다.

14승 4패로 스프링 시즌 3위를 기록한 DRX는 서머 시즌에는 15승 3패로 2위를 차지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젠지를 꺾고 담원과 만났지만 0대 3으로 완패했다.

돌아보면 DRX는 완전체였던 적이 없다. 선수들 간의 ‘리듬’이 통일되지 않았다. 정지훈은 큰 기복 없이 굳건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기량이 들쑥날쑥했다. 시즌 초반 최현준과 홍창현이 길을 잃고 헤맸다면 시즌 막바지엔 김혁규-류민석 듀오의 경기력이 아쉬웠다.

일정하지 않은 경기력 탓에 스포츠 전문 매체 ESPN 역시 DRX를 평가절하 했다. 롤드컵 파워 랭킹 8위에 DRX의 이름을 올렸는데, LCK 3번 시드인 젠지(5위)보다도 낮은 순위였다.

세간의 편견을 깨기 위해선 결국 증명이 필요하다.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왔다. DRX는 이번 롤드컵에서 TES와 같은 D조에 속했다. 내달 5일 TES와 맞대결이 예고돼있다. 

▲TES의 미드라이너 '나이트' 줘딩. 사진=라이엇 게임즈

일단 미드라이너 간 대결에선 쉽게 우위를 점치기 힘들다.

‘나이트’ 줘딩은 중국의 최고의 미드라이너다. 강력한 피지컬과 접전 상황에서 나오는 슈퍼 플레이, 흔들리지 않는 판단력 등이 강점인 선수다. 담원의 허수 역시 “나이트가 잘하는 미드라이너라고 생각한다. 대회에서도 TES와 나이트가 제일 경계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지훈도 이에 밀리지 않는다. 젠지전에서 ‘비디디’ 곽보성에게 경기 내내 우위를 점했고, 일방적으로 패했던 담원과의 결승전에서도 정지훈의 기량만은 빛났다. 롤드컵 출전 경험도 있어 줘밍보다 유리하다.

관건은 나머지 선수들이다. 고점일 때의 경기력을 동시에 발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김배인 위원은 “TES는 의심할 여지없는 롤드컵 우승 후보다. LPL 결승전에서 나이트 선수를 보면서 그가 보여준 집중력과 슈퍼 플레이에 감탄했다. 특히 5세트에서 보여준 경기력에 대단한 선수라고 느꼈다”면서도 “하지만 한국 미드라이너들이 세계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쵸비 선수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더불어 도란과 표식 선수가 결승전에서 매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이 어떤 변수를 보여줄지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룰러, 롤드컵 우승 DNA를 보여줘!

▲2017년 롤드컵에서 우승한 삼성 갤럭시(현 젠지e스포츠). 사진=라이엇 게임즈


젠지는 이번 롤드컵에 진출한 세 팀 가운데 유일하게 롤드컵 우승 경력이 있는 팀이다. 전신인 삼성 화이트(2014), 삼성 갤럭시(2017)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롤드컵에서 왕좌에 오른다면 SK 텔레콤 T1(2013‧2015‧2016)과 함께 롤드컵 최다 우승팀 반열에 오른다.

젠지의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은 2017년 삼성 갤럭시 멤버로 롤드컵 우승을 경험했다. 원거리 딜러가 중심이었던 당시 메타에서 박재혁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2018년 다소 부침을 겪었지만 올 시즌 박재혁은 의심할 여지없는 최고의 원거리 딜러로 거듭났다. 시즌 종료 후 뽑은 ‘LCK 베스트5’에서 원거리 딜러 포지션에 담원 선수가 아닌 유일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담원의 원거리 딜러 장용준은 결승전에서 활약한 뒤 “룰러에게서 감명을 많이 받았다”며 “해외에 어떤 선수들도 룰러보다 못하다”며 존중을 표했다. 

▲젠지의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


김배인 위원도 박재혁과 ‘라이프’ 김정민이 이루는 바텀 듀오를 향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과거 RNG가 구성했던 우지-밍의 바텀 듀오를 보는 것만 같다”며 “전 세계적으로 살펴봐도 지금은 ‘룰라’ 듀오가 최고다. 젠지의 바텀은 걱정이 없다”고 칭찬했다.

젠지는 DRX, 담원에 비해 조 편성에서 상대적으로 기분 좋은 결과를 얻었다. 북미의 1번 시드인 팀 솔로미드(TSM), 유럽의 2번 시드인 프나틱과 함께 C조에 자리했다. 두 팀 모두 젠지보다 높은 시드의 팀이지만 김 위원은 젠지가 1위로 8강에 진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젠지가 1위로 그룹을 통과하는 건 확실해 보인다. 지금의 플레이 스타일을 고수한다면 단 1패도 하지 않을 것 같다”며 “혹 한 세트나 두 세트를 내준다면 그룹스테이지를 넘어서 본선을 바라보는 일종의 실험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젠지가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선 평정심 유지가 관건이다. 

올 시즌 젠지는 시종일관 강력한 모습을 유지하지만 중요한 경기에선 그릇된 판단으로 고꾸라지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이는 앞선 스프링 시즌부터 이어진 고질적인 팀 체질이다. 

실제 젠지는 15분 골드 지표, 경기 시간, 타워 철거 개수, 드래곤 획득 개수 등 다양한 지표에서 DRX보다 앞서지만 정작 플레이오프에선 DRX를 만나 2대 3으로 패했다. 뚜렷한 ‘팀 리더’가 보이지 않는 만큼 코칭스태프들의 역할 또한 어느 팀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팀 내전을 결승에서 보고 싶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롤드컵 결승 무대는 한국팀의 차지였다. 이에 당시 일각에선 ‘지겹다’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이제는 결승 무대에 한 팀이 진출하기도 어려운 일이 됐다. 하지만 김 위원은 이번에야말로 한국팀 간의 결승전을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고무적인 것은 세 팀이 모두 스프링 시즌의 단점을 빠르게 개선시켰다는 것이다. 빠른 시간에 방향성을 만들어 냈고 메타 변화에 당황하지 않고 잘 대처했다”며 “LPL은 강하다. 하지만 무너질 땐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메타는 롤드컵 기간 중에도 변한다. 변화를 잘 캐치하고 이에 맞춰나간다면 이번에야 말로 왕좌 탈환의 적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내가 이런 믿음을 갖는 건 한국팀에 대한 신뢰가 강하기 때문이다. LCK를 쭉 지켜보면서 메타 픽업, 운영 등에 감명을 받았다. 한국팀간의 결승전을 오랜만에 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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