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흡연 늘었는데 금연지원은 아쉽네

“궐련→전자담배, 금연정책의 터닝포인트” 

기사승인 2020-09-19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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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예방 위해서도 금연 중요…“결코 덜 위험한 담배 아냐”

일률적인 금연지원서비스, 다양화 필요



전자담배 흡연 늘었는데 금연지원은 아쉽네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국내 남성의 흡연율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자담배 사용은 늘고 있어 ‘궐련담배’ 중심의 금연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흡연은 코로나19 감염에 치명적이지만 정작 흡연자 건강관리에 대한 지원은 줄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흡연 행태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금연지원서비스를 다양화하고, 코로나19 상황에 맞는 비대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전자담배 ‘단독+중복사용자’ 늘어

최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1998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남성의 궐련담배 흡연율은 꾸준히 감소해 66.3%에서 36.7%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하루 한 갑 이상 흡연자 분율도 1998년 54.0%에서 2016년~2018년 31.2%로 22.8%p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여성은 27.4%, 10.8%로 16.6%p 줄었다. 

반면 전자담배 현재사용률은 증가세다. 2018년 남성의 전자담배 사용률은 11.3%로, 조사를 시작한 2013년에 비해 5배 증가했으며, 일반 궐련담배와 중복사용자도 크게 늘었다. 또 일반 궐련담배 단독사용자는 2013년 95.3%에서 2018년 73.5%로 줄었고, 전자담배 단독사용은 같은 기간 0.4%에서 4.0%로 늘었다. 중복사용자는 4.4%에서 22.5%로 증가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남성 흡연자 중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금연시도율은 56.5%였으나 2018년 51.9%로 떨어졌다. 

금연 전문가들은 ‘전자담배’를 대상으로 금연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국립암센터 가정의학클리닉 교수)는 “흡연하는 담배의 종류가 바뀌고 트렌드가 바뀌는 것은 금연정책에 있어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자담배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궐련보다 안전하다고 여기는) 잘못된 인식이다. 국민들이 일반 담배의 해로움은 잘 알고 있지만 전자담배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별도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거나 광고 예산을 늘려 위해성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전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글로벌 시장 조사기업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이 발표한 국내 담배시장 분석 결과를 보면, 일반 궐련담배 시장 비중이 꾸준히 줄고 있는 대신 가열담배(궐련형 전자담배) 비중은 늘고 있다”며 “지난해 담배시장에서 가열담배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25%로, 2022년까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에 전자담배 금연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일률적인 지원서비스…‘덜 위험한 담배’ 인식 바꾸는데 한계

전자담배 금연지원 사업은 ‘안전한 담배’라고 오인하는 사용자 인식 개선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 회장은 “전자담배도 담배로 규정돼 있고 발암물질이 있다. 모든 금연정책은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는 게 핵심인데 (전자담배 사용자는) 본인이 흡연자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면서 “덜 위해하니까 괜찮다고 하는 논리는 사망할 위험이 낮으니까 10층이 아닌 3층에서 뛰어 내리라는 말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 센터장도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자신이 금연한다고 생각하거나 덜 위험한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궐련과 전자담배를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이 많고, 이들은 니코틴에 중독돼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센터장은 전자담배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금연지원서비스가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금연지원 서비스는 일반 담배,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담배 사용자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똑같은 치료 프로세스로 진행한다”면서 “사실 많은 전자담배 사용자가 담배 대체제로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고 금연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 얘기는 기존의 금연지원서비스 참여 경험도 있다는 것인데, 똑같은 소리만 하면 변화가 없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교육내용을 업데이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미국 FDA가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제품을 ‘위해저감 담배제품(MRTPs)’으로 허가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언급하면서 “FDA 법을 잘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보도가 나가면 소비자들은 혹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금연서비스를 지원하는 곳에서는 새롭게 유입되는 정보들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최신 내용을 모르고, 그에 대한 답변도 제대로 못한다면 신뢰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담배 흡연 늘었는데 금연지원은 아쉽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전국으로 확대한 가운데 지난달 20일 오후 텅 빈 부천역 인근 유흥가 골목에 젊은이들이 술집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 코로나19로 금연 예산 감액…앞뒤 맞지 않아

한편, 전문가들은 지난 6월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이 일부 감액된 것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정부는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최소화되면서 사용하지 못한 금연지원서비스 예산 일부를 감액했다. 

이 센터장은 “코로나19와 담배가 연관성이 없으면 모르겠는데 코로나 고위험군이 흡연자인 상황에서 금연 예산을 덜어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환경과 원인체, 숙주간 균형이 잘 이뤄지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숙주인 사람의 건강상태가 좋아지면 바이러스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데, 정부는 마스크, 치료제 얘기만 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감염병이 계속 발생할 것을 대비해 ‘숙주’ 관리에 집중하는 중장기적 플랜을 가져야 한다”며 “대면 사업을 못하는 상황이라면 비대면 서비스 개발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 회장도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로 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때문에 다른 사업 예산을 줄이고 그쪽으로 투입을 늘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흡연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는 6만2000명이다. 매일 100명 이상이 사망하는 금연사업 예산을 줄인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흡연과 관련한 문제는 다른 질환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담뱃세로 걷은 건강증진부담금에서 지원하는 금연사업비가 2%밖에 되지 않는데, 그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