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을 찾아서] “나무에 미쳐 인도네시아까지 갔죠”…이성규 이케아 퍼니처빌더

기사승인 2020-09-22 04: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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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쿠키뉴스는 국내 산업 발전의 자양분이자 경쟁력의 밑바탕이 돼 왔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수행해야 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명장을 찾아서’ 연재는 우리나라 산업 발전을 위해 묵묵히 산업 현장을 밝혀 온 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명장을 찾아서] “나무에 미쳐 인도네시아까지 갔죠”…이성규 이케아 퍼니처빌더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나무에 미쳐서 인도네시아까지 갔어요. 수많은 나무를 보고 만지면서 가구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었죠.”

‘퍼니처빌더’란 스웨덴 가구 기업 이케아(IKEA)의 한 직책을 말한다. 퍼니처빌더는 이케아 새 제품이 나오면 직접 설명서를 보고 조립하면서 일반인도 쉽게 조립할 수 있는지 점검한다. 조립설명서에 미흡한 점이 있으면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서 수정도 요청한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가구가 출시되면 직접 매장 룸세트에 제품을 설치한다. 매장에 출근하면 매장 룸세트 내 가구들이 안전상 문제가 없는지 살피기도 한다.

가구를 손에 잡은 지 15년 경력이 된 이성규씨(38)는 이케아코리아의 1세대 퍼니처빌더다. 지난 2014년 국내 최초로 경기도 광명에 이케아가 들어설 당시 퍼니처빌더로 처음 입사했다.

그의 명찰에는 태극기와 함께 달린 인도네시아 국기가 눈에 띈다. 이케아 직원들이 명찰에 단 국기는 본인이 구사할 수 있는 언어를 말한다. 하루도 손에서 나무를 놓지 않았던 이씨는 가구를 공부하고 싶은 욕심에 목재 수출 상위권 국가 인도네시아에서 산림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명장을 찾아서] “나무에 미쳐 인도네시아까지 갔죠”…이성규 이케아 퍼니처빌더
▲사진=박태현 기자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가구를 더 공부해보기로 결심했어요. 그러던 중에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외국인에게 지원하는 목재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2009년 무작정 인도네시아로 떠났죠. 운 좋게 산림학과에 진학해 많은 나무가 가구로 변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 가구를 접할 때 보다 더 심도 있게 가구를 이해할 수 있게 됐죠. 나무에서부터 가구를 이해할 수 있게 되자 애정이 더 깊어진 것 같아요. 지금껏 손에서 가구를 놓지 않았던 이유 중 가장 큰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씨의 가구 사랑은 우연히 시작한 아르바이트에서부터 시작됐다. 고등학교시절 용돈을 벌기 위해 들어간 한 싱크대 공장에서 이씨는 사람과 일생을 함께하는 가구에 매력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는 “가구는 한 사람의 인생이 묻어 있는 흔치 않은 물건”이라며 “가구에 정이 가고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예전부터 초중고 장래희망 목수에 관한 일을 적었지만 아르바이트를 계기로 손에 가구를 잡으면서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이케아 각 지점 퍼니처빌더 교육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각 지역 스토어에는 여러명의 퍼니처빌더가 상주해 있다”며 “첫 세대 퍼니처빌더다 보니 안전하게 피스를 다루는 법 등 알려줄 사항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이씨는 “주기적인 교육시간을 갖기 위해 미팅시간을 만들어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각종 장비를 손에 쥐고 커다란 나무를 만지는 일이 일상인 이씨는 크게 다칠뻔한 아찔한 경험도 있었다. 싱크대 공장에서 일하던 당시 이씨는 커다란 나무들을 연결하기 위해 드릴로 나사를 돌렸다. 드릴을 돌리는 찰나 합판에서 튕겨나온 드릴은 그대로 이씨의 이마를 스쳐 지나갔고, 이마에는 뼈가 훤히 드러나 보일만 한 크기의 상처가 깊게 패어 있었다.

이씨는 “고개라도 피하지 않았더라면 큰 사고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며 “위험한 자재가 많은 가구 제작 현장에서는 안전이 제일이라는 교훈을 얻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명장을 찾아서] “나무에 미쳐 인도네시아까지 갔죠”…이성규 이케아 퍼니처빌더
▲사진=박태현 기자
‘안전 최우선’이라는 이씨의 신념은 이케아 고객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기도 했다. 어느 날 이케아 광명점 안전점검에 나선 이씨는 바닥에 떨어진 흰 봉투를 발견했다. 고객들이 밟고 미끄러질세라 그는 봉투를 주워 확인했다. 봉투 안에는 매장에 들른 한 고객이 잃어버린 3000만원이 들어있었다. 거액의 돈에 매장 안내방송보다도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씨는 경찰에 연락해 주인에게 돈을 돌려줬다.

이씨는 “가구나 가구 주변에서 느끼는 위험 요인은 여자의 감 보다도 정확하다고 확고히 말할 수 있다”며 “유심히 매장을 관리하고 가구 주변을 살피는 덕분에 넓은 매장에서 그 봉투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매장 직원이 3000만원을 확인해 무사히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은 소비자에게도 최우선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해외에서는 모든 가구를 벽에 고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국내에서는 세 들어사는 이들이라면 이같은 결정이 쉽지 않다. 이씨는 “이케아 가구뿐만 아니라 모든 가구는 벽에 고정해 사용해야 한다. 많은 고객이 인지해야 할 것 같아 이야기한다”며 “인터넷이나 오프라인에 보수작업에 이용할 수 있는 제품들도 많이 출시돼 차후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할 때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구를 사랑하는 이씨의 목표는 이름을 내건 가구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이다. 가죽공방을 함께 운영 중이라는 이씨는 “가죽과 어울리는 가구를 디자인해 영어이름 ‘르 소니’ 이름을 건 가구 브랜드를 내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제껏 연구한 나무에 가죽을 접목해 아웃도어 제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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