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1역은 합격점, 그런데 말입니다 ‘18 어게인’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0-09-22 15: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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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1역은 합격점, 그런데 말입니다 ‘18 어게인’ [볼까말까]
▲사진=JTBC 제공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인생의 ‘리즈시절’로 돌아가면 행복할까. 흔히 쓰이는 ‘리즈시절’은 영국 프리미어 축구 선수 스미스가 축구 클럽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칠 때를 이르던 말에서 비롯한 신조어다. 쉽게 말해 인생의 전성기다. 가정에선 이혼 직전, 회사에선 승진 탈락 위기에 놓인 한 남성은 농구 코트를 누비던 자신의 ‘리즈시절’을 꿈꾸며 농구공을 던진다.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한 푸념일 뿐이었는데, 정말 그 시절 몸으로 돌아왔다. 드라마 ‘18 어게인’의 이야기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출연진과 제작진이 만났다. ‘18 어게인’은 드라마 ‘고백부부’로 호평받았던 하병훈 PD가 JTBC 이적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드라마다. 하 PD는 첫 방송을 앞두고 “살면서 이런 부담감은 처음”이라고 털어놨지만, 곧 “시청자가 드라마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온 배우 김하늘이 이른 나이에 가정을 꾸리고 이제는 아나운서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정다정 역을 맡았다. 한순간 18세로 돌아가는 홍대영 역에는 배우 윤상현이, 18세 홍대영인 고우영 역에는 배우 이도현이 낙점됐다. 이 외에도 배우 김유리, 위하준, 이기우 등이 출연한다.

지난 21일 방영된 첫 편에서는 37세 홍대영이 18세 고우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승진 실패와 이혼 위기에 놓인 홍대영은 우연히 자신의 전성기였던 고등학교 2학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18세로 돌아간 대영(이도현)은 오랜 친구인 고덕진(김강현)에게 도움을 청해, 고우영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다녔던 세림고로 등교하고, 그곳에서 쌍둥이 자녀들을 만나 함께 학교 생활을 하게 된다. 홍대영과 이혼을 결심한 정다정(김하늘)은 리포터 일에서 부당하게 해고된다. 하지만 정규직 아나운서 채용 기회가 다가온다.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가볍고 경쾌하게 풀어냈다. 드라마 곳곳에 숨겨졌거나 노골적으로 드러난 패러디를 찾는 재미가 있을 정도다. 연출도 시종일관 가벼운 분위기가 이어진다. 홍대영의 잔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화면에 과감하게 텍스트를 넣는 식이다. 하지만 드라마 끝에 에필로그를 넣어 과거 이야기를 무게감 있게 조명해 캐릭터와 이야기에 개연성을 부여했다.

우려했던 2인1역도 합격점이다. 이도현은 18세의 몸에 37세의 영혼이 깃든 고우영 역을 능청스럽고 자연스럽게 표현해, 소재의 이질감을 줄였다. 김하늘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전작과 다른 모습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고백부부’와 원작인 영화 ‘17 어게인’과 비슷하다는 평이 많다. ‘18 어게인’만의 고유한 매력을 내보여야, 이 작품을 기대하던 시청자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볼까

‘고백부부’ ‘17 어게인’을 재미있게 봤다면 추천.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패러디 범벅인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시청자에게도 권한다. 마블 유니버스는 물론 너구리, 그 너구리도 나온다.

■ 말까

시간을 되돌리거나 몸을 되돌리는 설정을 황당하다고만 생각한다면, 18세가 된 37세가 얼렁뚱땅 과정을 통해 학교에 간다는 전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채널을 돌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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