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키다리 아저씨(Daddy Long Legs, 1955)’와 기부의 경제학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입력 2020-09-23 11: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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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키다리 아저씨(Daddy Long Legs, 1955)’와 기부의 경제학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작고한 필자 어머니의 일생은 ‘교회에 대한 헌신, 자식에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기부’의 삶이었다. 생전에 어머니께서는 과자 공장을 하는 아버지 몰래 밀가루를 이웃에 나눠주곤 했는데, 아버지에게는 비밀이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아마 수백 포대는 넘지 않았을까? 이러한 신앙과 사랑을 바탕으로 한 기부의 삶에 대한 그리움으로 ‘키다리 아저씨’를 살펴보았다.

‘키다리 아저씨’는 진 웹스터가 1912년에 발표한 소설로, 내용은 고아 소녀 주디가 이름도 모르는 후원자에게 대학 생활 4년간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원명은 ‘다리긴 거미’의 일종으로 소녀가 후원자에게 붙인 별명이다. 이 소설은 시대와 국가를 초월하여, 많은 청소년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것은 주인공의 ‘변함없는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씨’가 많은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1914년에는 연극으로 만들어져 뉴욕에서 상연되어 큰 호평을 받아 300회나 계속 상연되었다. 그리고 1919년 메리 픽포드가 주디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으며, 1931년에 유성 영화로 다시 영화화되었는데, 자넷 게이너가 주디의 역할을 맡아 큰 인기를 받았다. 그리고 1955년에 장 네굴레스코 감독이 뮤지컬로 영화화하였는데, 1955년 아카데미 미술 감독상과 음악상 노미네이트되었다. 이 영화에서는 이야기를 현대적인 것으로 바꿨으나, 기본적인 주제와 내용은 소설과 차이가 없다. 단지 주디를 줄리라는 이름의 프랑스 아가씨로 바꿨으며, 그녀는 파리에 온 돈 많은 미국인 저비스에게 발견되어 미국 대학에서 근대적인 여성으로 교육받게 된다.

실제로 기부란 돈이나 물건 등을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내놓는 것이다. 영화에서 저비스는 줄리를 도와주지만 이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물론 그런 결과를 바라고 도와준 것은 아니지만 엄밀하게 기부의 의미에 어긋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낌없이 도와준 것만으로도 기부의 의미에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민간의 기부는 정부의 손길이 닺지 않는 여러 분야에서 소외된 계층의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된다. 따라서 이에 걸맞는 세제지원정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보다는 자발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키다리 아저씨(Daddy Long Legs, 1955)’와 기부의 경제학
윌리엄 헨리 게이츠 2세는 아들 눈높이에 맞는 독특한 교육을 바탕으로 빌 게이츠(Bill Gates)를 세계 최고 갑부이자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Inc.) 제국의 황제로 만들었다. 그는 아들에게 물질적 재산 대신 기부와 자선사업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 그의 교육을 받은 빌 게이츠는 “모든 부자는 자신이 축적한 부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를 나누면 자녀들도 더 좋아지고 세상 역시 좋아질 것이다.”라고 하였다.

“서민의 기부는 나라를 아름답게 하지만, 부자의 기부는 나라의 운명을 바꾼다”고 말한다. 부자란 통장에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을 넣어 둔 이가 아니라, 늘 베풀 것이 있는 사람이다. … 우리가 나눌 수 없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없어서다.(이주향, ‘나눔의 삶이 아름답다’, 동아일보, 2010. 9. 16. A31면).

사람은 죽음을 앞두고 공통적으로 세 가지 후회를 한다고 한다. 첫째, 남에게 베풀지 못한 점. 둘째, 조금 더 참지 못한 점. 셋째, 너무 바쁘게 살아오느라 하고 싶은 것을 못한 점. 기부와 관련된 것은 첫째 후회다.(이정우, “기부의 계절, 기부의 경제학”, 한겨레, 2009.12.27.) 인생의 마지막에 후회하지 않는 방법은 간단하다. ‘기쁜 마음으로 남에게 주는 것’을 실천하면 된다. 나누면 행복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누는 일, 그리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선행도 일도 따지고 보면 다 작은 ‘기적’들인지도 모른다.(장영희, ‘[동아광장] 우리 곁에 있는 기적’, 동아일보, 2008. 1. 7. A34면). 기부는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기적이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