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처리한 민주, 밖은 때리고 안으론 달래고 

박덕흠‧조수진‧윤창현 의원 향해 날 세우며 대야 압박수위 상향
vs 최단기간 추경합의 성과 강조하며 통신비 지원축소 양해구해

기사승인 2020-09-23 15:41:48
- + 인쇄
추경 처리한 민주, 밖은 때리고 안으론 달래고 
국회는 22일 늦은 오후 본회의를 개최하고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양보와 수용, 협의의 정치가 국회에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발목잡기도 생떼도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이 앞으로도 이같은 모습만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긴 어려울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은 ‘협치’의 산물이라는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처리한 다음날부터 줄곧 대척점에 있던 국민의힘을 향한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추경 처리과정에서 한 발 양보한 모습을 보였던 것을 만회하겠다는 듯 공세는 더욱 날카로웠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덕흠 의원의 사퇴와 제명을 촉구했다. 그는 “외압이나 청탁이 없었다고 잡아떼는데, 도둑놈이 ‘도둑질 예방 못 한 경찰이 잘못’이라는 식으로 조롱하는 것”이라며 “건설업계 로비스트로 전방위 활약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적폐의 끝판왕 박덕흠은 하루빨리 의원직을 그만두는 것이 도리이고, 국민의힘도 범죄종합세트 박덕흠을 즉각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신 최고위원은 ‘정치개혁TF’ 단장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윤리적 문제가 제기된 야당 의원들을 향한 공세를 더 했다.

기자회견에서 이름이 거론된 인물을 박 의원을 비롯해 조수진‧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다. 신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18일 제명한 같은 당 김홍걸 의원과 윤리감찰단 조사를 받고 있는 이상직 의원을 거론하며 “국민의힘도 조수진‧박덕흠‧윤창현 의원에 응당한 조치를 하라”고 압박했다.

함께 자리한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공직자 재산신고 과정에서 조 의원이 11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누락 신고한 것을 언급하며 “당선 전후 신고내역 변동이 있으면 사유를 소명하게 하는 등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야당의 동의와 협조를 당부했다.

추경 처리한 민주, 밖은 때리고 안으론 달래고 
더불어민주당은 4차 추경안을 처리한 다음날인 23일, 야당을 향한 압박수위를 높였다. 사진=지난 1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 전경. 연합뉴스

이정문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윤 의원을 저격했다. 그는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2012년 3월부터 올 3월까지 삼성물산 사외이사를 지내며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관여했다. 이해충돌 가능성이 현저하다”면서 상임위 이동(사보임) 등 야당의 적절한 조치를 촉구했다.

심지어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위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추천을 비롯해 공정경제3법 등 민주당이 추진해온 정책적 목표들에 대해서도 야당이 앞서 동의하거나 공감의 뜻을 표한 만큼 적극 협조하라는 힘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야당을 향한 전방위 압박과는 별도로 4차 추경 처리과정에서 관측된 당내와 지지층의 실망에 대한 사과와 양해의 뜻을 거듭 피력하며 달래는 모습도 보였다.

전날 이낙연 대표와 같이 김태년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4차 추경안이 통과돼 약속대로 추석 전 지급을 시작할 수 있게 돼 매우 다행이다. (다만) 모든 국민에게 통신비를 지원한다고 했는데 통신비 지원을 모든 국민에 하지 못한 것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조속한 처리를 위해 야당의 의견을 수용하게 된 것”이라고 양해를 구하며 ▲코로나 및 독감 백신 확보 ▲아동 특별돌봄비 확대 ▲법인택시 운전자 등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추가 ▲의료인 치료·회복 등을 위한 사업추진 등 추경 처리결과를 성과로 제시했다.

덧붙여 이 대표는 “의회사상 최단기간, 그것도 여야 합의로 추경안이 처리됐다"며 "국민의 고통 앞에 여야가 협치한 좋은 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야당과 함께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 첫발을 디뎠다는 의미를 강조하며 통신비 선별지급에 따른 실망감을 상쇄하고자 했다. oz@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