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헬스] 젊으니까 괜찮다? '고혈압‧당뇨’ 젊었을 때 치료해야

만성질환 치료율 낮아… 방치하면 나이 들어 고생

기사승인 2020-09-24 03: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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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헬스] 젊으니까 괜찮다? '고혈압‧당뇨’ 젊었을 때 치료해야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 20대인 A씨는 수년 전 우연히 받은 건강검진을 통해 고혈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나이가 젊고 비만이 아닌 탓에 관리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가족들이 심뇌혈관질환으로 연달아 수술‧치료를 받는 것을 보고 덜컥 겁이 났다. A씨는 “이제 곧 30살이 되는데 관리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20~4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비율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들 질환은 우리나라 주요 사망원인인 ‘심뇌혈관질환’의 선행질환이기 때문에 예방 및 조기 관리‧치료가 중요하다.  

통계청의 2018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은 각각 사망원인 2위, 4위이다. 6위는 당뇨병이고 10위는 고혈압성 질환이다. 진료비 또한 고혈압 3조3329억원, 당뇨병 2조4747억원, 심장질환 2조6085억원, 대뇌혈관질환 2조7867억원으로 사회경제적 부담이 크다. 

그런데 30대의 관리수준은 10%대에 불과하다. 질병관리청의 2016~2018년 고혈압‧당뇨병‧고콜레스테롤혈증 관리현황을 보면, 30~39세의 고혈압 인지율은 19.8%였고 치료율은 16.9%, 유병자기준 조절률은 12.3%에 불과했다.

당뇨병의 경우에는 30대 인지율이 33.6%인 반면, 치료율은 28.5%, 유병자기준 조절률은 34.7%였다. 고콜레스테롤혈증도 30대 인지율은 18.0%, 치료율 10.6%, 유병자기준 조절율은 7.2%로 낮았다. 또 해당 질환을 가진 젊은 환자들의 치료자기준 조절률도 다른 연령대과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번 통계에서 20대의 만성질환 관리현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젊은 연령층에서 질환 인지율이 낮은 것으로 미루어볼 때 건강검진 비율이 낮은 20대의 인지율이나 치료율, 조절률은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고혈압‧당뇨병과 관련이 깊은 이상지질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 인구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기준 18.9%였는데, 20세 이상 성인 중 지질저하제를 꾸준히 복용을 유지하는 환자 비율은 40%대에 불과했다. 

만성질환 치료는 최대한 빨리 시작해야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젊었을 때부터 질환을 인지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유전이나 가족력이 없는 20대도 만성질환이 있으면 심방세동에 걸릴 위험이 높다.

최근 최종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전국의 성인 남녀 979만7409명의 기록을 약 8년간 추적한 빅데이터를 통해 연구한 결과,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인 당뇨, 고혈압, 비만, 허리둘레, 흡연 등은 나이에 상관없이 심방세동 발병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는 젊은 층에서 큰 영향이 있고 고혈압은 전 연령대에 걸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뇨가 있는 20대는 남성의 경우 2.46배, 여성의 경우는 2.06배 위험도가 높았고, 고혈압이 있는 20대 남성은 1.55배, 여성의 경우 2.52배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방세동은 발병 시 삶의 질이 다분히 저하될 수 있고 허혈성 뇌졸중과 전신 색전증, 울혈성 심부전을 비롯해 각종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발병 요인에 대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재형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20~30대의 젊은 나이에 만성질환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이 ‘생활습관’이기 때문에 습관 개선만으로도 합병증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20~30대에서 발생하는 만성질환의 경우 유전적인 이유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생활습관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가족은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생활습관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라며 “질환에 따라 다르지만 유전적인 것이 원인인 경우는 10% 내외다. 고혈압은 7%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젊을수록 건강관리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강하고 뚜렷한 증상이 없어 관리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유병기간이 길수록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젊을수록 몸이 덜 망가졌기 때문에 치료도 수월하고 교정할 수 있는 조건도 많다. 젊은 환자들은 당장 약물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생활습관 교정이나 건강관리만 잘해줘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질병청이 제안하는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를 위한 9대 생활수칙’에는 ▲금연하기 ▲술은 하루에 한두 잔 이하로 줄이기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고, 채소와 생선 충분히 섭취하기 ▲가능한 한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하기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 유지하기 ▲스트레스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기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측정하기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을 꾸준히 치료하기 ▲뇌졸중, 심근경색증의 응급 증상을 숙지하고 발생 즉시 병원가기 등이 있다. 

관리를 시작했다면 자신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 교수는 “느낌만으로 자신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예상해선 안 된다. 특히 젊으면 술을 조금 덜 마시거나 음식 조절 등으로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여기기 쉬운데, 원래 혈압이 높은 상태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몸이 가뿐해진다. 오히려 정상혈압이 됐을 때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정상혈압은 수축기 120㎜Hg/이완기 80㎜Hg미만이다.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인 경우 고혈압, 120~129㎜Hg는 주의혈압, 130㎜Hg 이상인 경우에는 고혈압 전단계를 의심해야 한다. 정상 공복혈당은 100㎎/dL미만이고, 총콜레스테롤은 200㎎/dL 미만이다.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