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적정 의료인력 얼마나 되는지 따져 봐야”

“의사 인력 늘리는 것만이 모든 답 될 수 없어”

기사승인 2020-09-25 05: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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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적정 의료인력 얼마나 되는지 따져 봐야”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등 보건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지난 8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보건의료정책으로 인해 의료계가 반발하며 정부와 큰 갈등을 빚었다. 의료계는 정원확대를 위한 연구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6년 이래 의대 입학정원이 3058명으로 동결되면서 지역 간 의사 불균형, 의사 수 부족 문제가 지속됐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지난해 기준 한국의 인구당 활동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71%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OECD 회원국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3.5명, 우리나라는 2.4명이다.

하지만 의사 인력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각국의 의료체계와 환경 ▲사회·경제적 현황 ▲의료이용행태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의사인력 수급 정책을 세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OECD 국가 가운데 의료비 지출 규모는 매우 작은 편이나, 국민건강 결과는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의료계는 의사 수와 의료인력 수급의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해서 의료인력 수급에 대한 추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계현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의료인력은 가장 핵심적인 국가 보건의료자원으로 의료인력의 양과 질은 그 국가의 의료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이용된다”며 “단기간에 수급을 조절할 수 없어 잘못된 보건의료인력 정책은 국가보건의료 체계에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정부가 세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한국의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전제하에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 의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향후 우리 사회가 겪어야 할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은 상당할 것. 국민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시행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따라 보건의료인력의 양성 및 공급 현황 파악을 위한 3년 단위의 실태조사와 5년 단위의 보건의료인력 종합 계획수립으로 정확한 현황을 파악해 전문가들과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2018년 연구를 통해 미래의 의사 인력에 대해 추계했다. 2018년의 의사 공급과 수요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일정 시기까지는 최대 1500명을 증원해도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그 이후 의사 인력 초과가 나타날 수 있어 적절하게 정원 증원 및 감축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OECD 국가 평균보다 임상 의사 수는 적지만, 국민 1인당 외래 진료횟수는 연간 16.9회로 가장 많았다”며 “의사수급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이용행태,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역 건강 불균형 등 보건의료의 실제적 문제를 의대 증원을 통한 의사 인력 증가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성인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역 건강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지역의료를 발전시켜야 하고, 특정 필수 전문과목의 문제는 의사인력 관리를 기반으로 한 적정 보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특정 역역에의 강제적 근로 배치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공공의료를 위해 지방의료원을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우리나라 의료수준을 일류로 이끈 효율적인 운영의 경험이 있는 민간 설립 의료기관에 위탁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22일 의대 정원을 10년간 총 4000명을 한시적으로 늘릴 계획을 발표했지만, 대한의사협회와 지난 4일 ‘원점 재논의’하기로 합의한 상황이다.

nswrea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