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청량돌’은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서]

기사승인 2020-09-25 08: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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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청량돌’은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서]
▲ 청량한 분위기를 강조한 그룹 세븐틴 ‘만세’ 뮤직비디오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그 많던 ‘청량돌’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음악과 귀여우면서도 건강한 느낌을 강조한 음악, 풋풋하고 무해한 이미지를 앞세워 사랑받던 ‘청량돌’의 계보가 최근 끊기다시피 했다. 청량돌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그룹 세븐틴과 아스트로, 골든차일드 등도 데뷔 3~4년차를 기점으로 성숙미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제 소년들은 “츄, 츄, 츄, 츄, 츄잉검”(엔시티드림 ‘츄잉검’)을 노래하지 않는다. 청량돌의 빈 자리는 강렬하고 격렬해진 노래들이 메우고 있다.

세븐틴은 청량한 느낌을 콘셉트로 구체화한 최초의 팀이다. ‘아낀다’, ‘만세’, ‘아주 나이스’ 10대의 에너지를 응축해놓은 듯한 댄스곡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지난해 초 감성적인 분위기의 ‘홈’(Home)으로 변화에 시동을 걸더니, 같은 해 9월 발표한 ‘독: 피어(Fear)’에선 무겁고 어두운 콘셉트로 180° 변신했다. 그룹 아스트로 역시 초창기 발표한 ‘숨바꼭질’, ‘숨가빠’ 등에선 청량한 매력을 앞세웠지만, 지난해 낸 ‘블루프레임’(Blue Frame)이나 올해 발매한 ‘낙’(Knock)에선 몽환적인 느낌을 줬다.

이런 경향은 ‘청량돌’ 후발주자에서도 나타난다. 그룹 골든차일드는 데뷔 초 금동고 3부작 음반(‘담다디’, ‘너라고’ ‘잇츠 유’)에서 10대 소년의 청량함을 강조했지만, 지난해 시작한 자아찾기 3부작(‘워너비’ ‘위드아웃 유’ ‘원’)에선 강렬하고 극적인 이미지로 변신했다. 뉴 잭 스윙 장르의 노래로 차별화를 꾀했던 그룹 베리베리는 올해 ‘페이스 잇’(Face it) 시리즈를 시작하며 딥하우스, 트랩 장르를 흡수했다. 콘셉트를 관통하는 열쇳말도 ‘소년’에서 ‘성숙’으로 바뀌었다.

그 많던 ‘청량돌’은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서]
▲ 그룹 골든차일드는 자아찾기 3부작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그나마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나 트레저 등 신인 아이돌이 청량 콘셉트의 명맥을 잇고 있다. 가요 관계자 A씨는 “청량하고 밝은 분위기의 타이틀곡 의뢰는 줄어들긴 했지만, 데뷔하는 그룹이나 신인급의 경우는 여전히 그 수요는 꾸준하다”고 귀띔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걸그룹보다는 보이그룹에서 이런 경향이 특히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짚었다. “여성 아이돌의 경우, 연차가 쌓여도 소녀풍 혹은 청순한 콘셉트가 가능”한 반면, “남성 아이돌은 경력이나 나이가 조금만 높아져도 청량한 콘셉트를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고, 팬들도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길 원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아이돌 산업의 필승 전략으로 자리잡은 ‘세계관’도 청량돌 실종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룹 엑소와 방탄소년단의 성공 이후, 기획사들이 더욱 정교하고 거대한 세계관을 설계하면서 청량한 음악에 대한 수요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정 평론가는 “최근 트렌드가 음악적으로는 힙합이 강하게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남성 아이돌의 경우, 엑소와 방탄소년단 이후 세계관 전략이 보편화됐다. 자신만의 세계관을 통해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다보니, 가볍고 청량한 느낌의 콘셉트가 비(非)선호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퍼포먼스에 집중한 음악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는 움직임도 강렬한 음악에 대한 수요를 높이는 원인이 된다. A씨는 “예전보다 강렬한 음악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퍼포먼스’에 집중시키기 위함으로 보인다”라며 “해외 K팝 마켓이 크다보니 해외 팬덤의 확장을 위해서는 퍼포먼스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강렬한 음악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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