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장 부정선거 의혹 그리고 검찰수사

정수익 / 기사승인 : 2020-09-29 14: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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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 담아

▲고양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고양시장 부정선거 의혹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고양=쿠키뉴스 정수익 기자] 검찰이 28일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 관련자 모두를 무혐의 처리하자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 많다. 8개월여 동안 뭉개고 있다가 이달 들어 마지못해 수사에 나선 검찰이 속전속결로 사건을 처리할 때부터 알아봤다는 것이다. 이 사건 담당인 서울동부지검장 등 검찰 인사에서 이미 예상됐다는 것이다.

우리 검찰이 하 수상하다. 언제부턴가 영 맥을 못 추고 있다. 특히 현 정권 인사와 관련된 주요 사건의 수사를 별다른 이유 없이 계속 미루거나 공정하게 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런가에 대해서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이런 상황에서 고양시민들의 검찰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10개월 가까이 묵히고 있는 고양시장 부정선거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태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증거가 많이 나와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는 검찰에 질릴 정도라고 하는 이들이 많다. 현 정권 관련 주요 사건이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뿐만이 아니다. 많은 시민들은 이러저런 통로로 검찰을 향해 목소리를 냈다. 고양지청뿐만 아니라 그 윗선에까지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23일 지역 시민단체인 일산연합회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을 찾아가 시민들의 서명을 첨부한 탄원서를 제출한 일도 그 일환이다.

이 탄원서에는 “이행각서까지 등장한 부정선거 의혹으로 인해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면서 현 상황을 피력했다. 그리고 부정선거를 입증할 수많은 증거가 나와 있는데도 지지부진한 수사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 “이행각서가 사실이라면 불법공천, 매관매직, 인사전횡의 선거농단, 시정농단의 거대한 적폐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탄원서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검찰에 대한 원망과 불신 그리고 소망과 기대 등이 혼재된 시민들의 목소리다. 탄원서에는 “고양시만큼 비리 의혹이 많은 지자체도 드물고, 제대로 된 조사 없이 무혐의 처리되는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반복됐던 지자체는 더욱 드물다” “수사가 더 미뤄지거나 그냥 종결돼 버린다면 불신 속에서 수많은 의혹과 억측으로 얼룩진 고양시가 될 것” “대한민국 사법정의가 살아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실 것을 믿는다”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전현직 고양시장 측 사이의 거래 의혹을 사고 있는 이행각서


이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양시장 민주당 후보경선을 하는 과정에서 예비후보였던 이재준 현 시장 측이 역시 예비후보였던 최성 당시 시장 측과 사전 공모한 의혹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전·현직 시장 측은 이행각서를 교환했을 뿐 아니라 관권선거 금권선거를 자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의혹은 지방선거 당시부터 지역사회에서 줄곧 회자되고 있다. 상식적으로 양측의 공모를 의심할 수밖에 없고 이를 뒷받침해줄 구체적인 자료들도 나왔다. 지난해 5월엔 핵심 당사자 2명의 증언이 담긴 통화 녹취를 비롯해 휴대전화 메시지, 자필확인 등 여러 증거들이 나오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굳이 이런 게 아니더라도 이 의혹은 이재준 시장 취임 후 이뤄진 일련의 시정에서 합리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그의 인사정책은 그 의혹의 신빙성을 알려주기에 손색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수많은 공직자와 시민들이 인정하고 있다. 기자도 ‘이재준 고양시장의 인사(人事)에 대한 단상’(쿠키뉴스 2019년 4월 14일자) 등의 글로 그 내용을 전했다.

이런 점에서 이 사건 수사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검찰로서는 다른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문외한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공개된 증거들만 조사해도 어렵지 않게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 당사자 몇 명만 조사해도 사건의 전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혹여 검찰이 이 사건의 비중을 가볍게 본다면 그건 굉장히 잘못됐다. 탄원서에도 잘 나타나 있듯이 시민들에게는 이 사건이야말로 초미의 관심사다. 지역에서는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하는 큰 이슈이다. 잘못하면 수많은 의혹과 억측으로 얼룩진 고양시가 될 수도 있다는 시민단체의 걱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해 5월 공개된 부정선거 관련 핵심 당사자의 문자메시지와 자필확인서


기자는 야당에 의해 검찰고발이 이뤄진 직후 ‘냄새 풀풀 나는 고양시장 부정선거 의혹, 이번에는 풀려야’(쿠키뉴스 2월 14일자)라는 글을 통해 의혹규명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이어 이행각서의 실재를 입증할 자료가 나왔다는 보도가 나온 뒤 ‘냄새 풀풀 나는 고양시장 부정선거 의혹, 이번에는 ’진짜‘ 풀려야’(6월 15일자)라는 글로 더욱 강한 기대감을 전했다.

그런 죄과(?) 때문인지 요즘도 이 사건과 관련한 질문을 더러 받는다. 그럴 때면 ‘궁금하기로 치면 내가 더하다’는 말 외에 어떤 대답도 할 수 없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거주지인 고양시 안에서 몇몇 지인과의 오붓한 만남으로 보낼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혹 고양시장 부정선거 의혹수사 관련 질문이 나오면 “이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대답하려 한다. 그리고 탄원서에 담긴 “검찰이 대한민국 사법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는 말도 전하고 싶다.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