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에 불붙은 듯”…암 통증 왜 생기는 걸까? 

아주 작은 종양이라도 피부‧뼈 등에 생겼다면 통증 극심

기사승인 2020-10-13 04: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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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감’으로 정의되는 통증, 암환자 절반 겪어

출산 고통과도 비교 어렵다…통증 평가 어려워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암은 국내 사망원인 1위이자 고통스러운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통증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지, 얼마나 아픈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제 막 확진 판정을 받은 암환자들은 경험해보지 않은 암 통증을 두려워하고, 가족들은 환자 고통을 이해하지 못해 답답해한다.  


“장기에 불붙은 듯”…암 통증 왜 생기는 걸까? 
▲ 다발성 뼈전이 환자의 뼈스캔 사진. 척추를 비롯해 검게 표시된 부분은 암세포가 뼈로 전이된 부분이다. 모든 암이 통증을 유발하지는 않으나 뼈로 전이된 경우에는 흔히 통증을 동반한다. 이미지=조현정 전문의 제공


◇ 암 고통 심한 이유는 종양 ‘위치’ 때문

국제학회 등에서는 통증을 신체 손상과 관련된 불쾌한 감각으로 정의한다. 예를 들어 체했을 때처럼 불편한 부위가 특정되지 않았으나 속이 답답해 불쾌함을 느끼는 것도 통증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암환자들이 느끼는 통증은 찌릿찌릿한 느낌부터 화끈거리거나, 속이 쓰린 느낌까지 양상이 다양하다. 

암 통증이 생기는 이유는 종양의 위치,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합병증, 또는 기저질환에 대한 민감성 등으로 구분된다. 조현정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많은 암환자가 통증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한다. 통증은 종양의 크기보다는 위치에 영향을 받는다”며 “피부와, 뼈, 근육 등 말초신경 인근 부위는 자극에 민감하기 때문에 암이 생기면 통증을 잘 느낀다. 크기가 아주 작더라도 자극을 잘 느끼는 피부에 종양이 생긴 사람들은 엄청난 통증을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내부 장기 같은 곳은 오히려 둔감하기 때문에 종양이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면 통증을 못 느낀다. 그래서 간이나 난소 등 일부 장기에 생긴 암이 늦게 발견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암 중에서도 고통이 심한 것으로 알려진 췌장암은 자율신경 통증을 전달하는 복강신경총에 암이 잘 침범하기 때문이라고 조 전문의는 말했다. 그는 “췌장암이라고 해서 모두 아픈 것은 아니다. 췌장 자체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지만 췌장 뒤쪽에 있는 복강신경총에 전이가 잘 되기 때문”이라며 “이곳은 장기에서 느끼는 모든 자극들을 모아서 뇌에 전달하는 기관이다. 쉽게 말해 장기에 불이 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암으로 인한 췌장의 염증, 췌장 주변 장기를 압박하거나 침범해 발생하는 다양한 자극들이 복강신경총으로 전달돼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암 치료과정에서 발생한 합병증도 통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그는 “일부 항암화학치료의 부작용으로 말초신경세포가 손상돼 손발이 저리거나 얼음장처럼 차가운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며 “정상세포가 떨어져 나가면서 입안이 벗겨져 구강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는데, 입안은 통증에 민감한 부위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또 “방사선 치료를 하면 정상세포가 손상돼 화상을 입는다. 뜨거운 물에 데인 것과는 다른 양상인데, 피부가 까하게 변색되고, 식도에 염증이 생겨 음식을 삼킬 때마다 아픔을 느낀다”며 “욕창이나 부종, 염증 등 합병증에 의한 통증이 생길 수도 있고, 면역력이 저하되면서 대상포진 등이 재발해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전신상태가 나빠져 원래 있던 만성 통증을 더 힘들게 느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암치료의 부작용으로 생긴 통증들은 대부분 치료가 끝나고 몸이 회복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호전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암환자 절반이 통증 경험…표정‧점수로 평가

암이 있다고 해서 모두 통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마약성진통제 사용이 권고되기 시작한 1980년대 전후(1966년~2005년) 사이 암환자 통증 유병률을 조사한 외국 연구에 따르면, 전체 암환자 중 통증이 있는 환자 비율은 절반 정도였고, 진행암‧전이암‧말기암 환자에서는 3분의 2 수준인 64%, 통증 환자 가운데 중등도 이상부터 극심한 통증을 겪는 환자는 3분의 1 수준인 40%였다. 이후 마약성진통제 사용이 장려되던 2005년~2014년 사이 진행했던 조사에서도 큰 변화는 없었는데, 진행암 등 환자에서 통증을 겪는 비율은 66.4%, 중간 이상의 통증을 경험한 환자는 38%였다. 

조 전문의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는데, 암환자 중 통증이 있는 환자는 절반인 52%였고, 말기암 환자 중 절반이 호스피스 전문기관 입원 당시 중등도 이상의 통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증 자체가 상당히 주관적인 느낌이기 때문에 통증의 정도를 가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 현재의 건강상태, 기분상태 등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통증 정도를 객관화하고 정량화하긴 어렵다. 이에 자신이 느끼는 고통을 말할 수 없는 환자와 이를 경험해보지 못한 가족들 간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암환자 가족 A씨는 “얼마 전 동생이 췌장과 담도 쪽에 암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생존율이 낮은 암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식단을 더 엄격하게 지키고 운동도 열심히 했으면 좋겠는데 여러 이유를 대며 못하겠다고 한다. 어디가 얼마나 불편하고 아픈 건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난소암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둔 B씨도 “운동이 중요한데 손발이 저리고 땀이 나서 못하겠다고 하신다. 내가 아파보지 않았으니 이해를 못한다고 생각하신다”라고 토로했다. 폐암 환자 C씨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니까 내가 아프다는 것을 모른다. 나도 내 상태가 어떤지, 몸을 움직이는 게 얼마나 피곤하고 힘든 일인지 말하기가 어렵다”면서 “나도 엄마로서 아이들 밥도 해주고 싶고 집안일도 하고 싶지만 가족들이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에 불붙은 듯”…암 통증 왜 생기는 걸까? 
▲중앙호스피스센터 제공


“장기에 불붙은 듯”…암 통증 왜 생기는 걸까? 
▲국립암센터 제공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통증의 위치와 강도를 가늠하는 방법으로는 숫자통증등급 등의 평가도구가 활용되고 있다. 통증점수는 0~10점 중 통증이 없을 땐 0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통증은 10점으로 구분하며,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정도를 숫자로 표현하도록 한다. 환자가 숫자로 통증을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 자신이 느끼는 통증을 가장 잘 표현한 얼굴을 고르게 하는 얼굴통증등급도 활용된다.  

반면, 통증치료로 암 치료가 소홀해지거나 의료진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해 통증 사실을 밝히지 않는 환자도 많다. 또 통증이 더 심해졌을 때 사용할 약이 없을 것을 우려해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고 참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통증을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통증에 대해 의사나 간호사에게 말하는 것이다.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환자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통제는 통증이 시작된 후 복용하는 것보다, 통증이 시작되기 전에 조절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조 전문의는 “의사들도 암을 겪어보지 않았고, 환자가 겪는 통증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증의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출산의 고통과 비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마저도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고 출산하지 않은 사람도 있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 전문의는 통증치료 시 증상이 90% 이상 호전될 수 있기 때문에 통증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과거 드라마에서 보여준 암환자들의 모습이 강렬했기 때문인지 환자들의 예기불안이 심하다. 나중에 아파질 것을 걱정하면서 아파지기 전에 세상을 떴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면서 “암이라고 해서 다 아픈 것은 아니다. 진행암 및 말기암환자에서 통증이 흔히 발생하긴 하지만, 적절한 약물 치료, 중재적 시술, 방사선 치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흔하게 나타나는 암환자 고충은 상실감이다. 정상적으로 할 수 있었던 신체적, 사회적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에 대해 크게 괴로워한다”며 “또 말기로 진행됐을 때 자신의 삶을 뒤늦게 되돌아보는 것에 대해서도 크게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삶에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등 평소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suin9271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