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탈락, 데프트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기사승인 2020-10-16 18: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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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드컵 탈락, 데프트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DRX의 원거리 딜러 ‘데프트’ 김혁규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었다. 

1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0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롤드컵)’ 8강 토너먼트에서 DRX는 담원 게이밍을 맞아 0대 3으로 완패했다.

경기 종료 후 열린 화상 인터뷰에서 김혁규는 “스스로 많이 실망한 한 해였던 거 같다. 잘 따라와 준 팀원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윽고 그는 가느다란 손에 얼굴을 파묻고 어깨를 들썩였다.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롤드컵 우승 트로피를 향한 김혁규의 열망은 유명하다. 전성기 시절 세계에서 손꼽히는 원거리 딜러로 평가 받았지만 유독 롤드컵과는 연이 없었다. 

2014년 삼성 갤럭시 블루 소속으로 롤드컵에 첫 출전해 4강에 진출했고 2015년과 2016년엔 중국 에드워드 게이밍(EDG) 소속으로 8강에 올랐다. 우승 적기로 평가 받았던 2018년 KT 롤스터 시절엔 중국의 인빅투스 게이밍(IG)을 만나 8강에서 분패했다. 

2013년 2월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한 김혁규는 어느덧 8년 차 프로 선수가 됐다. 25살의 젊은 나이지만, 프로게이머로선 결코 적지 않은 나이다. 리그에서 그보다 긴 경력을 가진 선수도 드물다. 그래서인지 올 해 롤드컵은 그에게 더욱 각별했다. 

김혁규는 롤드컵을 앞두고 “매일 누워 있을 때, 자기 전과 일어날 때 롤드컵에서 우승하는 상상을 많이 한다”며 “요즘에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감성적으로 바뀌어서 롤드컵 상상만 해도 되게 벅차고 뭔가 눈물이 많이 나는 것 같다. 프로 시작할 때부터 항상 롤드컵 우승은 최종 목표였다”고 덧붙였다. 

김혁규는 “그리고 이제 군대 때문에 기회가 그렇게 많이 남지 않은 거 같다”며 “지난 롤드컵 때와는 다르게 조금 더 소중한 기회인 거 같다”고 밝혔다.

김혁규에 대한 팬들의 시선이 이전과 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는 담원과의 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도 못했으며, 자주 실수했고 잦은 데스를 기록했다. 혹자는 김혁규의 경쟁력이 더 이상 세계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기자가 아는 김혁규는 휘어질지언정 꺾이지 않는 선수다. 

업계 관계자들은 선수들의 프로의식을 논할 때 흔히들 ‘페이커’ 이상혁(T1)과 김혁규를 거론한다.

둘의 공통점은 들끓는 승부욕이다. 지는 게 싫은 것이야 프로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소양이지만, 반복된 프로생활에 지치다보며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긴 쉽지 않다. 이상혁과 김혁규처럼 정상급 선수로 자리한 선수라면 더더욱.

하지만 김혁규는 스크림(연습경기)도 실전처럼 열을 올려 참여하는 등 그 승부욕이 남다르다. 스스로의 기량에 만족하지 못하면 밤을 새워 솔로랭크를 돌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혁규가 올해 갑작스런 허리 부상을 겪은 것도 무지막지한 훈련양의 영향이 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심지어 김혁규는 담원과의 8강전 종료 후 숙소로 돌아가 솔로랭크를 플레이 했다. 결과는 연전연패였지만 그의 남다른 승부욕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혁규는 지난 7월 1500킬을 달성한 뒤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건강관리 잘하고 실력도 더욱 발전해서 2000킬까지 하고 싶다”며 “리그에서 킬을 가장 많이 기록한 선수가 될 때까지 프로 생활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혁규는 내년에도 뛸 것이다. 비록 소속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프로로서 그의 태도, 롤드컵을 향한 뜨거운 열망은 변함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소환사컵이 빛을 잃지 않는 한. 

mdc0504@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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