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희생자 합동 추념식 72년 만에 여수서 열려

입력 2020-10-19 14: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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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희생자 합동 추념식  72년 만에 여수서 열려

[여수=쿠키뉴스] 전송겸 기자 =제72주년 여순사건 희생자 합동 추념식이 19일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에서 열렸다.

사건 발생 72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이날 추념식에는 민·관·군·경 유족 대표와 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권오봉 여수시장과 전창곤 여수시의회 의장, 더불어민주당 김회재·주철현 의원 등 지역 정치인도 참석해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순직경찰 유족 대표가 합동 추념식에 참석해 화해와 상생의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올해는 유족들도 행사에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추념식은 4대 종교단체 대표의 추모와 시립국악단의 공연을 시작으로,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촉구 홍보 영상 상영, 추모 공연, 추념사,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윤정근 여순사건 여수유족회장과 남중옥 순직경찰 유족 대표는 화동으로부터 동백 꽃다발은 받은 뒤 화해와 상생을 다짐하며 악수를 해 눈길을 끌었다.

권오봉 여수시장은 "70여년의 세월과 시대적 그림자에 가려졌던 아픈 과거가 이른 시일 내에 진실을 되찾기 바란다"며 "동백꽃이 역사적 비극보다는 화합과 평화의 미래를 상징하는 꽃으로 거듭나기 소망한다"고 밝혔다.

전창곤 여수시의회 의장은 "올해 처음으로 민, 관, 군, 경 희생자 유가족 모두 참여하는 진정한 의미의 합동 추념식이 열리게 됐다"며 "오늘 추념식이 특별법 제정을 바라는 지역사회의 간절한 열망을 하나로 모으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주철현(여수갑) 의원도 "여순사건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은 좌와 우를 떠나 여수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가능하다"며 "본회의 통과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지역민들과 유족들의 격려, 동참이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근 여순사건 여수유족회장은 “72주년을 맞아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며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할 화해와 상생을 보여주자”고 다짐했다.

남중옥 순직경찰 유족대표는 "저의 아버지를 포함한 일흔두 분의 돌아가신 경찰관들을 위하는 길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했다"면서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갈등이 아니라 모두가 희생자이고 피해자의 마음으로 진실규명에 나서야 하고 나아가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현실적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전남 여수읍 신월리에 주둔한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일부 군인들이 제주 4.3사건 진압을 거부하고 일으킨 사건이다. 

이후 2년여 동안 전남·북과 경남일부 지역에서 비무장한 민간인을 비롯해 군인, 경찰들이 희생당했으며, 전남 동부권 7개 지역에서 1만여 명의 민간인이 희생됐으나 아직까지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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