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악뮤 이수현 “따듯하고 솔직한 노래를 부르고 싶다”

기사승인 2020-10-21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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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악뮤 이수현 “따듯하고 솔직한 노래를 부르고 싶다”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어느 날, 엄마가 딸에게 말했다. ‘넌 에일리언이란다. 특별한 사명을 갖고 비밀리에 지구에 왔지.’ 엄마의 이야기에 딸은 자신의 지난 날을 떠올렸다. 어느 무리에도 속하지 못한 채, 제 존재에 의문을 가져야만 했던 날들을. 딸은 다짐했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에게 손가락질하는 이들까지 구원해내겠다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속 이야기가 아니다. SF 소설의 줄거리도 아니다. 출생의 비밀을 깨닫고 히어로로 각성한 주인공은 ‘남매 듀오’ 악뮤(AKMU)의 멤버 이수현. 그는 지난 16일 낸 첫 솔로곡 ‘에일리언’(Alien)에서 자신은 “망할 이 지구를 구원할 에일리언”이라면서 “베일 뒤에 숨을 필요 없”다고 노래한다. 한 편의 명랑 히어로물 같은 이 곡의 가사와 멜로디는 이수현의 친오빠이자 음악적 동지인 이찬혁이 썼다.

‘에일리언’은 자존감이 낮아진 딸에게 엄마가 그간 감춰왔던 비밀을 말해주면서 시작한다. “사실 넌 저 먼 별나라에서 왔어. 금메달까지 딴 일등 선수였어.” 딸은 용기를 얻어 수퍼 에일리언이었던 자아를 찾는다. 이수현은 당신도 ‘에일리언’일 수 있다고 말한다. “혹시 본인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면, 곡을 듣고 자신도 어떤 비밀을 가진 수퍼 에일리언일지 한 번 파헤쳐 보세요. 그리고 저와 함께 세상을 뒤집어 놓을 에일리언 군단이 되어 보는 게 어떨까요?” 이수현이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려준 이야기다.

[쿠키인터뷰] 악뮤 이수현 “따듯하고 솔직한 노래를 부르고 싶다”
이수현에게 지난 3년은 ‘내 음악’을 찾는 시간이었다. 애초 그는 이찬혁의 군 복무 중 솔로 음반을 낼 예정이었다. 이미 곡도 나온 상태였다. 그런데 이수현의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그는 이찬혁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오빠가 만들어준 음반, 안 할 것 같아. 내 음악이 하고 싶어.’ 이수현은 “나만 할 수 있는 독특하고 신선한 캐릭터”를 찾고 싶어했다.

진통은 길었다. 벌려놓은 작업을 멈추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악뮤 음반을 만들 땐 이찬혁과 함께 해오던 일들을, 이번엔 이수현 혼자 고민하고 결정해야 했다. 그에겐 경험이 곧 선생님이었다. 그간 악뮤 음반을 만들며 배우고 쌓아온 모든 것들이 ‘에일리언’을 작업하는 데 좋은 영향을 줬단다. 자신의 취향과 결정, 참여로 만들어진 노래였다. 이수현은 “더욱 신중하고 진지하고 책임감 있게 작업에 임했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오면 솔로곡으로 내고 싶다”는 꿈을 이뤘다.

“악뮤로 활동하면서 음악적 취향도 계속 달라져간다는 걸 느꼈어요. 변화를 스스로 체감하면서 저만의 정체성을 담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매일 생각이 달라지고 하고 싶은 게 변해서, 다음 솔로곡은 어떨 것이라고 확답을 드릴 수는 없어요. 다만 지금의 저를 고스란히 담아낸 ‘에일리언’처럼, 그때그때 저의 생각과 표현하고 싶은 색깔들을 담은 노래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쿠키인터뷰] 악뮤 이수현 “따듯하고 솔직한 노래를 부르고 싶다”
자아를 찾기 전 ‘에일리언’은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외로운 존재였다. 이수현에게도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순간은 “당연히” 있다. “가끔 밤 산책을 하는데, 하늘에 별들이 막 반짝이는 걸 봐요. 그리고 저는 저 별들처럼 반짝이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제가 그 순간 그 공간 속에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이수현은 이 외로움을 외면하진 않는다. “인간은 외로움의 동물이니까요.”(웃음) 그는 이방인이 된 듯한 감각이 “일상에서 계속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부분”이라고 봤다. 종종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고 평가받는 그의 성숙한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대답이었다.

그러고보면 이수현은 SBS ‘K팝스타2’에 출연했을 당시부터 ‘천재’로 불렸다. 지난해와 올해엔 JTBC ‘비긴어게인’ 시리즈로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음악 여행도 떠났다. 이수현은 “노래 속 감정을 잘 해석하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노래를 부르기 전에 자신이 가사 속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한다. 곡을 깊게 이해하고 온전히 자신의 감정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다. ‘비긴어게인 코리아’에선 이소라에게 “내가 (이수현보다) 더 후배인 것 같은, 배우는 입장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칭찬도 들었다. 이수현은 “‘비긴어게인’에서 호흡을 맞췄던 아티스트 분들과 작업해보고 싶다. 노래할 때는 물론 음악 이야기를 나누며 곡을 완성해가는 매 순간이 즐거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현은 예술의 힘을 믿는다. “사람들을 안아줄 수 있으며, 웃음을 줄 때도 있고 눈물을 흘리게 할 때도 있고….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게 예술이 가진 가장 큰 힘인 것 같아요.” 한 명의 예술가로서 느끼는 책임감도 그만큼 크다. 자신의 노래가 누군가에겐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제 음악으로 사람들을 치유해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어요.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가져야 할 책임감이 바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메시지가 가진 힘, 그 힘에 대한 책임감을 항상 가지며 따듯함이 담긴, 감정이 담긴, 솔직하고 진실된 노래를 평생 부르고 싶습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