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교 vs 윤준병, 공직선거법 유사혐의 엇갈린 운명

종교시설 내 명함배포에 검찰, 서영교 ‘선처’ vs 윤준병 ‘직위상실 구형’

기사승인 2020-10-21 05:00:03
- + 인쇄
서영교 vs 윤준병, 공직선거법 유사혐의 엇갈린 운명
사진=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검찰의 법률 적용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유사한 불법행위에 서로 다른 결론을 도출해 운명을 갈라놓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의원(서울 중랑갑)과 윤준병 의원(전북 정읍·고창)에 대한 검찰의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판단사례가 대표적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서영교 의원과 윤준병 의원은 모두 유세를 할 수 없는 종교시설에서 명함을 배포하고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서 의원은 ‘불기소’ 처분을, 윤 의원은 벌금 150만원이 구형돼 의원직을 내놓을 위기에 놓였다.

결과만 놓고 보면 서 의원은 죄를 짓지 않았고, 윤 의원은 위법행위가 심각했기 때문에 검찰이 다른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의문점들이 드러난다. 

당장 서 의원은 이번 선거가 3번째 선거로 중진 반열에 오른 나름 베테랑이다. 반대로 윤 의원은 이번이 첫 선거였다. 선거경험과 선거법 숙지정도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서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허위사실 유포 등 선거법 위반혐의를 받고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재판부는 “선거판세가 안정화되는 선거 3일전 당선무효를 감수하면서까지 허위사실을 공표한 동기를 찾아보긴 어렵다”면서 ‘실수’에 무게를 실어 무죄를 판결했다.

그럼에도 다시금 선거과정에서 의혹을 받게 된 셈이다. 심지어 서 의원은 ▲선거사무소 외 장소에서의 선거활동(공직선거법 제89조) 외에도 ▲예비후보자 등의 선거운동 제한위반(공직선거법 제60조의3) ▲정당 활동을 벗어난 선거운동(공직선거법 90·93·111조) ▲허위사실 유포(공직선거법 250조3항) ▲사진 등 무단사용(저작권법 제37조) 등의 혐의도 함께 받았다.

서영교 vs 윤준병, 공직선거법 유사혐의 엇갈린 운명
서영교 당시 서울 중랑갑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 4.15총선 당시 한 종교시설 입구에서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서 후보의 옆에는 선거캠프 관계자가 명함을 나눠주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제보자 제공

상대적으로 윤 의원은 종교시설에서의 명함배포 외에 지난해 12월 총선출마를 위해 정읍·고창 지역위원장을 사임하며 당원인사문과 새해 연하장을 대량 발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직선거법 상 당원과 지역 인사들에게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인사장이나 연하장 등을 배포할 수 없도록 돼 있어서다.

두 사건에 대한 검찰의 설명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서 의원 사건과 관련해서 검찰 관계자는 “혐의가 없는 부분도 있고, 일부 죄가 인정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내부 판단기준 상 죄가 경미해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고 선처한 것이라고 했다. 

확인된 바를 종합하면 교회에서 캠프관계자가 명함을 전달한 것은 맞지만 서 의원이 직접 전달하지 않았고, 해당 행위도 1분을 넘지 않았다. 당시 종교시설에서도 정기행사가 있었던 것이 아니기에 유죄로 추정은 되지만 위법정도가 크지 않아 죄를 묻지 않기로 했다는 판단이다.

반면 윤 의원과 관련해서 검찰은 “초선의원으로 선거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하더라도 교회에서 명함을 배부한 것은 선거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면서 유죄를 추정했다. 초선의원이지만 위법행위에 대한 의도가 분명해 선처를 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 한 정계인사는 “기준을 모르겠다. 솔직히 선거사범에게 기소유예가 내려질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선거를 여러 번 치러본 사람에겐 선처를 베풀고 초선에겐 엄벌을 한다는 것도 형평에 맞지는 않아 보인다”면서 “권력에 따라 잣대가 달라지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도 검찰의 공직선거법 위반사범에 대한 처분결정을 두고 “공정해야 할 법의 잣대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여당과 야당, 친문과 반문 여부가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법 앞의 평등’은 이제 철지난 구호가 돼 버렸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oz@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