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접종인원 전멸"...잇단 사망소식에 불안 확산

의료계, 독감백신 관심따른 '착시현상' 가능성...접종 당일 안정취하고 비상연락망 대비

기사승인 2020-10-22 04: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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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동부지부에서 한 어린이가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사례가 연이어 보고된 가운데 일선 병의원의 백신 접종 인원이 확연히 줄고, 이미 접종한 환자들의 문의는 빗발치고 있다.  
  
21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따르면, 회원 병원 70여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독감 백신 관련 첫 사망인 17세 청소년의 사례가 보고된 이후 대다수 병원의 독감 백신 접종 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지난 16일 하루 95건의 청소년 독감 백신 접종이 시행됐던 A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는 접종건수가 19일 45건, 20일은 0건으로 줄었다. 또 다른 B의원에서는 16일 77건의 접종이 이뤄졌으나 19일 56건으로 줄고, 20일에는 1건에 그쳤다. C의원은 16일 17건을 접종했지만 19일 10건, 20일에는 3건으로 줄었다

앞서 16일 인천에서는 무료 백신을 접종받은 17세 고등학생이 사망한 것으로 처음 보고됐다. 이후 20일에는 전북 고창에서 70대 여성이, 대전에서 80대 남성이 독감 백신을 맞은 후 사망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까지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것으로 보고된 사례는 총 9건으로 확인됐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최소한 사망사례가 보고되면 일선 병의원에 곧바로 사망자가 맞은 백신종류와 제조번호를 알려야 하는데 질병관리청의 대응이 충분치 않다"며 "17세 소년의 사망 사고 이후 소아청소년 독감 접종은 제로에 수렴할 정도로 줄었다. 이미 백신을 접종한 환자와 보호자들로부터 백신종류나 번호를 묻는 전화가 쇄도하다"고 지적했다. 

독감 백신 접종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부작용은 '아낙필락시스 반응'과 '길렝바레 증후군'이 대표적이다. 아낙필락시스는 항원-항체 면역 반응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급격한 전신 반응으로 대개 백신 접종 직후부터 10시간 이내에 발생한다. 길래바레증후군은 중추신경계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며 접종 1~2주 이후 하체부터 점차 굳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호흡근까지 굳어질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다만, 의료계는 독감 백신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이야기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아낙필락시스가 발생할 가능성은 100만분의 1도 안 된다. 길랭바레증후군도 2009년에 1건 이후 보고된 적이 없었다"며 "올해 독감 백신 관련 사망이 유달리 많은 것은 맞지만, 독감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고가 늘어난 착시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국내에서 한해에 독감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은 약 1000명가량이다. 반면 독감 백신으로 인한 사망은 매우 적다"며 "위험성을 비교했을 때 고령자, 임신부 등 취약군은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성민 충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보고된 사망사례들이 백신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봤다. 김 교수는 "독감 백신은 계란에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만드는 것으로 계란 알레르기 외에 위험요소가 별로 없다. 상온노출이나 백색입자도 보통 사망위험을 높이는 요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독감 예방접종이 걱정된다면 인과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접종을 미뤄도 괜찮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조심하고 있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발생이 예년에 비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은 위험요소를 고려할 때 예방접종을 맞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독감 백신은 안정적인 표준 프로세스를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생산량이 늘었다고 해서 위험도가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특히 올해는 독감 백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보고가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기존에는 관심 부족으로 보고되지 않은 사례가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정책적으로 보면 독감예방백신사업을 거두어들일 정도는 아니다. 백신 미접종으로 인한 위험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개인 차원에서 몸이 약하거나 특별히 기저질환이 심한 상태에 있다면 백신 접종 여부는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까지 독감백신 관련 사망은 총 9건이 보고됐다. 이중 보호자의 요청으로 공개가 거부된 2명을 제외한 7명을 대상으로 1차 검토한 결과, 5명이 기저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첫 사망자로 보고된 인천의 17세 청소년도 기저질환이 있었다. 

아낙필락시스 의심 소견이 나타난 사례는 미공개 요청 1명과 대구 70대 남성 총 2명이다. 그 외 5건은 독감 백신 이상반응과 사망과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질병관리청은 독감 예방접종 이상반응을 방지하기 위해 ▲예방접종은 건강상태가 좋은 날 받기 ▲접종 대기 중 충분한 수분섭취 ▲예진 시 아픈 증상이나 만성질환은 의료진에 알리기 ▲접종 후 의료기관에서 15~30분간 이상반응 여부 관찰하기 등을 당부했다.

관련해 정기석 교수는 "접종 당일 하루는 과격한 활동하지 않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접종 후 몸이 안 좋게 느껴진다면 주변에 이상이 있다고 알려야 한다. 접종 전 가족이나 지인, 사회복지사 등에게 접종 계획을 알리고, 이상 시 '비상 연락'을 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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