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이야기' 담은 창원조각비엔날레

입력 2020-10-21 21: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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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쿠키뉴스] 강종효 기자 = 대한민국 남쪽에 위치한 ‘창원’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수식어가 있다. 

민주화 운동의 성지, 1970년대 수출자유지역, 대한민국 최초의 계획 도시그 외에도 또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조각들을 배출해낸 '한국 조각의 본고장'이라는 것이다. 

'창원 이야기' 담은 창원조각비엔날레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올림픽 공원을 상징하는 올림픽1988을 제작한 조각가 문신,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조각계에 많은 영향을 끼친 작가 김종영의 고향은 모두 창원이다. 

뿐만 아니라 창원은 박종배, 박석원, 김영원과 같은 걸출한 작가들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2010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을 모태로, 이런 조각 거장들의 예술혼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2년마다 창원 도심 곳곳에서 창원조각비엔날레가 개최돼 오고 있다.
                
올해는 성산아트홀, 용지공원 포정사에서 창원조각비엔날레를 만날 수 있다. 

‘창원’ 지역에서 개최되는 비엔날레인 만큼 작품 또한 창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들이 많다. 

'창원 이야기' 담은 창원조각비엔날레

먼저 연기백 작가의 가리봉 133이다. 작가는 이번 비엔날레 참여를 위해 창원 지역의 일제강점기 적산가옥과 더불어 70~80년대 주택 벽지를 관계자의 허락을 구해 뜯어냈다. 

작가는 건물이 사회적 틀과 제도의 산물이라면, 벽지는 거주자의 피부이자 개인의 실재하는 삶의 무대의 ‘막’이라고 생각했다. 

거주자의 체취를 가득 담은 벽지가 작가에 의해서 발견되고, 일상의 사물이었던 벽지가 작가의 선택에 의해 전시장에 들어와 예술품으로 변모한 것이다. 

수십년간 창원 지역에서 그 자리를 지켜온 주택의 벽지로 만들어진 이 작품을 통해 이전의 시간과 공간의 맥락을 느껴볼 수 있다.
     
'창원 이야기' 담은 창원조각비엔날레

다음은 글렌다 리온(Glenda LEÓN)의 잃어버린 시간 II 이다. 

이 작품은 창원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오래 사랑 받아온 용지공원(비엔날레 야외 전시장)에서 실제로 파낸 흙을 성산아트홀(비엔날레 실내 전시장)에 쌓아 놓은 작품이다. 

용지공원에서 파내어진 구덩이는 구덩이대로 야외에서 전시되고, 그것으로부터 장소 이동한 흙은 흙대로 실내에서 전시되고 있다. 

두 장소에서 한꺼번에 펼쳐지는 이 작품은 흙이 간직한 창원의 역사와 시간을 상기하게 만든다. 

흙더미 꼭대기에 놓인 모래시계는 이러한 흙이라는 질료에 담긴 시간의 의미를 드러내며, 흙더미 자체가 작품이 될 수 있는 비조각의 가능성을 알려 주는 작품이다.
                
'창원 이야기' 담은 창원조각비엔날레
                          
마지막으로는 작가 조경재의 여좌본부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태어나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실제로 살았던 진해시 여좌동의 고향집 기록에서 영향을 받았다. 

작가는 과거 본인의 집을 소재로 공간적 구성과 재료들의 조합으로 사진작업의 확장적 개념을 찾아가고 있다.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는 ‘비조각-가볍거나 유연하거나’로, 앞서 소개한 작품의 소재와 같이 다수의 ‘조각’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실내 전시장 방문 희망자는 네이버 예약 시스템에서 접수할 수 있다.

k123@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