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친화 산부인과, 침대형 휠체어 없고 수화통역사 상주 안해

국비 지원 0원, 예산난에 의료장비·시설 부실

기사승인 2020-10-22 1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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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친화 산부인과, 침대형 휠체어 없고 수화통역사 상주 안해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노상우 기자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뇌병변 장애를 가진 산모 A씨는 정기검진을 받으러 간 산부인과의 문이 좁아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없었다. 시각 장애인 산모 B씨는 산부인과에서 혈압을 측정한 뒤, 직접 수치를 기록해야 해 난처했다. 초음파 영상을 재생해주는 서비스도 이용하기 어려웠다. 청각 장애인 산보 C씨는 산부인과 의료진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필담으로 대화를 나눴다. 수화통역사 서비스는 평일에 단 2시간밖에 지원되지 않았다.

장애여성의 출산을 돕기 위해 각 지자체가 지정·운영하는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장애친화 산부인과 서비스 표준 개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로부터 장애친화 산부인과로 지정된 병원들이 장애여성을 위한 의료장비와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지난해 6월∼12월, 보건복지부는 장애친화 산부인과 서비스에 대한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전국 15개 장애친화 산부인과 중 ▲광주미즈피아 ▲광주빛고을 ▲전남미즈아이 ▲전남강진의료원 ▲진주고려 ▲현대여성아동 등 6개 병원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 의료장비 부분에서 장애친화 산부인과의 결함이 드러났다. 침대형 휠체어를 보유한 병원은 강진의료원이 유일했고, 전동식 수술대는 광주미즈피아와 광주빛고을 등 2곳만 갖추고 있었다. 휠체어 체중계는 광주미즈피아·전남미즈아이·현대여성아동 등 3곳에만 있었다.

진료환경 편의성 측면도 열악했다. 시·청각 장애여성에게 의료 관련 기록을 원활히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모두 갖춘 병원은 강진의료원 단 한 곳이었다. 진료 내용을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설명하고, 장애유형별로 환자의 증상을 설명하는 매뉴얼이나 방법을 완비한 병원은 전남미즈아이가 유일했다.

강 의원실에 따르면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지자체 사업이라는 이유로 국비를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 조사대상에 들어갔던 6개 병원은 지난 4년간 지자체 예산으로만 지원을 받았는데, 그 총액은 2억9984만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현장점검과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별도 예산을 편성해 장애친화 산부인과 지정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내년에 8개 병원을 새로 지정할 예정인데 분만실적이 많은 상급병원 위주로 선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강 의원은 “장애친화 산부인과의 열악한 의료장비 및 취약한 진료환경은 결국 정부 지원이 부족한 탓이다”라며 “장애친화 산부인과 지정 및 지원의 법적 근거를 구체화해 운영을 내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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