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醫 밀려나고 불법PA만연...국감서 지적된 의료취약성

흉부외과 의사가 요양병원 취업...수술현장엔 불법 PA 만연

기사승인 2020-10-23 03: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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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醫 밀려나고 불법PA만연...국감서 지적된 의료취약성
▲픽사베이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마지막날인 22일 의료현장의 취약성이 두루 지적됐다. 필수의료분야인 흉부외과 의사는 의료현장에서 점차 밀려나고, 불법 PA는 만연해있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웅한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 이사장은 "(흉부외과의 미래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으로 생각한다"며 흉부외과의 열악한 현실을 알렸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공의 지원율 및 중도 포기 현황’ 자료에 따르면, 흉부외과는 지난 2017년부터 4년 동안 전공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고, 지원율이 평균 61.3%에 그쳤다. 중도 사직률 또한 4.1%로 상위 10% 안에 들었다.

또한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가 학회 회원 3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번아웃(burnout)을 호소하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51.7%나 됐다. 번아웃 원인으로는 36시간 이상 연속 근무 후 응급수술, 밤샘 수술 후 외래 진료 등 과도한 업무 등이 꼽혔다.

김 이사장은 "심장 수술은 중간이 없다. 완벽하게 살든지 죽는 것이다. 이런 수술을 하려면 10년 가지고는 안 된다. 수련기간이 매우 긴 편에 속한다"며 "문제는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사회에 나가 흉부외과와 관계없는 요양병원 등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효율적인 배분이 필요하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제가 전공하는 분야는 어린이 심장을 수술하는 것인데 전국에서 어린이 수술을 하는 사람은 20명 밖에 안된다. 이런 상태라면 외국에 나가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생각된다"며 "현 의료시스템에서 의료계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해마다 20명가량 전공의 지원이 있는데, 이들 중 몇 명이 흉부외과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의료사고가 나면 무조건 소송이고 기대수명이 길어져 소송 금액이 보통 10억 이상이다. 소송이 걸리면 병원장이 흉부외과를 폐쇄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이유로 전국에 소아심장을 수술하는 곳이 대여섯곳 뿐이다. 보건복지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부족한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의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흉부외과에 대해서는 상대가치 점수를 100% 인상했다. 충분치 않을 수 있겠지만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부족한 부분은 흉부외과 의료계와 상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의료현장에 필수의료분야 의사는 부족하지만, 불법 PA 문제는 만연해있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암센터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두 기관의 PA간호사 수는 32명에서 53명으로 165.6%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해 이 병원에서 진행된 수술 5080건 중 1,381건(27.2%)에 PA가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국립암센터도 지난해 8044건의 수술 중 7582건(94.3%)에 간호사가 참여했다. 10건 중 9건의 수술에 PA 간호사가 투입된 것이다.

전문간호사로도 불리는 PA(Physician Assistant)는 해외에서는 합법적인 직종이지만, 국내에서는 의료법상 근거가 없어 불법 의료행위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전국 221개 공공의료기관의 PA는 1173명이나 됐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체 공공의료기관을 조사한 결과다. 서울대학교 병원과 부산대학교 병원 등 교육부 산하 공공의료기관의 PA 수가 932명,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등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 80명 등이었다. 

대형병원의 '대기 간호사' 관행도 지적됐다. 대형병원들이 간호사 인력을 채용할 때 병원 사정에 따라 길게는 1~2년까지 대기기간을 두고있어 중소병원에 간호사 채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김영애 중소병원간호사회장은 "대형병원 대기간호사제로 면허를 취득한 간호사들이 1~2년씩 대기를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전문인적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소병원에는 신규간호사가 없다"고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김 회장은 "전문 인력들이 카페나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도 등의 문제로 대기기간 중 중소병원에서도 일을 하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살펴 개선 대책을 세워주시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간호계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점은 소상히 파악하고 있다. 대기 간호사 뿐만 아니라 대형병원에서조차 신규 간호사가 30~40% 이직하는 사실도 알고 있다. 대책으로 교육전담간호사제도를 만들었는데 가능한 민간병원까지 확대해서 간호사들이 초기에 의료현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간 간호인력 문제 개선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 더 빠른 속도로 개선해나가도록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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