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전히 뜨거운 금태섭 전 의원의 인기와 정치

오준엽 / 기사승인 : 2020-10-23 00: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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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정치인 금태섭이 코너에 몰렸다. 검찰 권력의 축소를 주장해 검찰의 눈총을 샀다. 한 때 대선캠프 상황실장을 하며 따랐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는 등을 돌렸다. 한 때 선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게는 공개적 쓴 소리를, 소속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제정에 반기를 들며 친문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폭력에 가까운 비난을 받으며 사실상 당에서 내쳐졌다. 

탈당선언에 담긴 당을 향한 애정과 안타까움은 외면당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금 전 의원을 조롱하고 절규와 같은 호소를 비웃었다. 당에 대한 충성심을 과시하듯 비난하기도 했다. 독재 권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향한 열정과 소신을 무기로 싸웠다는 사람들의 입에서 소신을 지키려는 이를 부정하고 현실에 굴복하라고 종용하는 듯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를 두고 날카로운 비평으로 주목을 받은 일개 직장인인 진인 조은산은 21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금 전 의원의 민주당 탈당선언을 두고 “(민주당은) 너무도 큰 자산을 잃었다. 사방이 막혀 밀폐된 공간 안에 유일한 정화 식물을 스스로 뽑아 던져버린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시간의 문제일 뿐, (민주당은) 스스로 질식해 쓰러질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다행이라면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의 인신공격에 가까운 폭언에도 정치인 금태섭의 인기는 여전히 꽤 높은 듯하다. 금 전 의원의 탈당 소식은 이틀에 걸쳐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렸고, 갑론을박을 낳았다. 그의 선택을 지지하고 앞날을 응원하는 이들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현역 국회의원들조차 몇몇을 제외하곤 하기 어려운 일을 한 번의 행보로 보여줬다.

인기의 비결은 소신을 지키나가는 모습 때문인 듯하다. 때로는 현실에, 권력에 굴하지 않는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껴 매료됐다는 이들도 있었다. 국민이 바라는 국회의원의 단면이 보인다는 평도 있다. 그 때문인지 국민의힘도 금 전 의원의 이 같은 이미지와 인기를 품에 품고자 러브콜을 보내는 모습이다. 영입을 위해 차기 서울시장직을 제시하려한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한 야권 인사는 “막 상대 당을 탈당한 정치인을 아무 여과 없이 세몰이 차원에서 입당시키려는 야당의 정체성은 도대체 무엇인가. 엊그제까지 당명도 바꿔가며 기성정치의 구태를 벗고 정치혁신을 주장하던 정당이 아무런 원칙과 기준도 없이 반대당의 정치인을 입당시킨다면 기존 구태정치와 하등의 차이가 없다는 비난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아울러 “반대진영으로부터 적폐로 몰리면서 철새정치의 도래지라는 비난과 금 전 의원 당사자 역시 철새 정치인이라는 구태의 누명을 벗어날 길이 없다. 벌써 민주당에서는 그를 철새정치인으로 낙인찍는 댓글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김종인표 개혁정치가 철새정치, 잡탕정당 논쟁에 빠져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반응들로 인해 정치인 금태섭이 소신이 흔들릴까 우려스럽다. 소신을 이뤄갈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질까 염려된다. 소신을 지키기가 이렇게나 힘들다는 현실자각에서는 씁쓸함을 넘어 좌절감까지 느껴진다. 민주당이 과거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이유나 그 뿌리에 있는 민주화 정신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가슴을 쓰리게 한다.

민주당과 금 전 의원을 비난하는 이들에게 되묻고 싶을 정도다. 금 전 의원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정해진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 자신의 소신을 솔직하게 말하고 굽히지 않은 것? 끝까지 민주당의 아픈 부위를 후벼 파서? 과연 민주화를 이야기하고 독재와 싸웠던 사실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민주사회를 평등을 추구하는 이들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분명 금 전 의원에게도 흠결은 있다. 소신을 관철시키기 위한 현실감각이나 정치력으로 표현되는 조율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정치권이 정치로 포장된 뒷거래나 입신양명이 아닌 순수한 이념과 소신을 위해 몸을 던지는, 금 전 의원과 같은 투사를 바라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18 기념식에서 독재권력에 맞서 목숨을 걸었던 유공자들에 대한 감사를 전하며 그들의 희생정신을 ‘오월 정신’이라고 명명하고 십여차례나 강조했다. 민주화 투사였다는 운동권이 유독 많은 21대 국회에서는 도통 보이지 않는 모습, 5·18 당시 투사들이 피 흘리고 목숨을 바칠 수 있었던 소신, 대통령이 명명한 ‘오월 정신’이 되살아나길 기대해본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