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 내고 n번방 자료 1125건 내려받은 ‘교사’

정진용 / 기사승인 : 2020-10-23 15: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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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번방 사건' 가해자들의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대/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n번방’, ‘박사방’ 등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배포한 텔레그램 대화방에 가입해 영상을 전송받은 것으로 드러난 교사가 4명에서 8명으로 늘었다. 성비위 교사들에 대한 처벌 강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각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충남 초등학교 교사 1명, 경북 고등학교 교사 1명, 경기 고등학교 교사 1명, 전북 중학교 1명 등이 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에 연루돼 경찰의 수사 개시 통보를 받았다. 앞서 인천, 강원, 충남에서 총 4명의 교사가 수사당국의 수사 개시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 4명이 더 확인된 것이다.

새로 드러난 교사 4명 중 충남 기간제 교사 1명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구매한 혐의로 지난 6월 수사 개시 통보를 받은 직후 계약이 해지됐다. 기간제인 경북 교사 1명은 n번방 참여 관련 혐의로 지난 8월 수사 개시 통보 직후 계약이 해지됐다. 전북 교사 1명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한 혐의로 지난 19일 수사 개시가 통보돼 바로 직위해제 됐다. 그는 직위해제 직전까지 일선 중학교 담임 교사까지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기 교사 1명은 수사 개시 후에도 직위해제가 되지 않아 수업을 지속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시흥 한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이 교사는 웹하드 내 비밀 클럽인 ‘박사방풀’에서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내려 받아 소지한 혐의로 지난 7월 수사 개시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이 교사가 재직 중인 고교는 지난 7월 수사개시 통보를 받고도 3개월 넘도록 직위해제는 물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아 학교에서 수업을 계속했다.

먼저 드러난 n번방 연루 교사 중 천안 특수학교 교사 A씨는 불법영상물 사이트에 접속해 3만원을 내고 n번방 성착취 자료 1125건을 내려받아 소지한 혐의를 받는다. 또 아산 고등학교 교사 C씨는 텔레그램 ‘회뿌방’에 접속해 n번방 사태 주범인 ‘갓갓’ 문형욱(24·구속)이 만든 클라우드에 접속해 각종 성착취 자료 210개를 내려받아 소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은 모두 직위해제된 상태다.

사진=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9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글로벌플라자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대구·경북 및 강원 국립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2014년부터 교육부는 교사 성범죄를 근절한다면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지만 경징계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음란물을 유포한 인천 공립 초등학교 교사는 ‘견책’ 처분에 그쳤으며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받는 경남 공립 고등학교 교사와 음란물 유포 혐의를 받는 경기 공립 초등학교 교사는 지난해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다.

현행법상 성비위 교사가 그대로 같은 학교로 돌아가 담임교사를 맡아도 막을 방법이 없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1~2020년 8월) 성폭력, 강제추행, 감금, 성희롱 등 성비위를 저지른 교원 총 1093명 중 절반가량인 524명(48%)이 다시 교단으로 복귀했다. 이에 이 의원은 지난 21일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를 피해 학생으로부터 즉각 분리조치하고 다시 교단으로 돌아올 수 없도록 하는 ‘성범죄클린학교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교육 당국의 미온적 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관련 기관들이 학교 내 성범죄 관련 자료 공개를 꺼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서울시 ‘스쿨 미투’의 경우 서울시교육청은 스쿨미투 처리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도 패소하고도 정보를 계속 공개하지 않고있다. 개인 정보 보호가 그 이유다.

이 의원은 지난 1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서울시교육청은 피해 사례만 공개하고 교육청이 뭘 했는지를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분리 여부, 가해 교사 직위 해제 여부, 교육청 요구 및 처리 결과는 개인 정보가 아닌 기초적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정보 공개는 최대치로 하라고 같은날 아침에도 지적했다”면서도 “한 고등학교로부터 정보 공개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2000만원의 역소송을 당했다. 최대치로 공개하되 역소송을 당하지 않는 정도의 공적 범위를 가지고 합의된 규칙을 만들자는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12일 입장문을 내 “서울시교육청은 항소로 가해 교사를 옹호하며 학생과 시민들의 지극히 민주적인 의지를 꺾을 게 아니라 학생과 시민들에게 자신들이 성비위 교사 대책으로 내세웠던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행정으로 증명해내지 못한 반성과 교사들의 성폭력을 은폐하고 축소해 온 과오를 되짚고 투명하게 공개하여 사죄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