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진인 조은산 ‘시무7조’ 청원에 정책 ‘기조유지’ 답변

기사승인 2020-10-23 17: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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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진인 조은산 ‘시무7조’ 청원에 정책 ‘기조유지’ 답변
23일, 청원만료 1달이 지난 진인 조은산의 ‘시무7조 상소문’에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이 답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청와대가 스스로를 먼지 같은 사람이란 의미의 ‘진인(塵人)’으로 칭한 조은산(필명)이 청원한 일명 ‘시무7조 상소문’에 추상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월 27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개된 후 총 43만9611명이 동의한 진인의 ‘시무7조’에 대해 23일 “고견에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이어 “청원을 통해 전해준 의견도 잘 듣고 다시 살피는 계기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후의 답변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 정책기조를 재차 강조하는 문장들로 채워져 있었다. 진인이 비판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롯한 경제·외교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이나 변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강 센터장은 답변에서 “정부는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5가지를 국정과제로 삼고 일관된 방향성 가지고 정책집행하고 있다”면서 “정책 미비점이나 비판 등 세세하게 국민의 의견을 듣고 유연성 갖고 정책을 보완하며 집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진인이 강하게 비판한 부동산 정책과 관련 “정부는 부동산 투기는 철저히 근절하고 실수요자는 두텁게 보호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정부는 투기목적으로 단기거래를 하거나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며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세제를 개편하는 한편,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답한 것이 전부였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세계가 어려움 겪고 있다. 경제위축도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방역과 경제는 모두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스로 방역·경제의 주체로 나서준 국민 덕분”이라며 “함께 잘 사는 나라,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이루는 것 또한 국민이 적극 함께 할 때 이뤄낼 수 있다”며 협조를 당부하는 말로 답변을 마무리해버렸다.

이와 관련 청원에 동의를 표한 한 직장인(37)은 황당함을 표했다. 그는 “이게 답변의 전부냐”면서 “구구절절 국가 부동산·경제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하라고 했는데, 하던데로 하겠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융통성이고 보완이고, 43만명이 동의한 의견을 투정으로 듣고 흘리는 식의 답변태도는 납득하기 힘들다”고 실망감을 넘어서는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편 진인 조은산은 ‘시무7조’에서 ▲세금인하 ▲이성적 국정운영 ▲실리 중심의 외교 ▲현실주의적 접근 ▲인사(人事)의 엄정함 ▲헌법에 입각한 판단 ▲대통령 스스로 초심을 되새기며 새롭게 거듭나라는 당부 등 문재인 정부가 시급하게 추진해야할 7가지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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