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서 기업으로... 통신사들 '디지털 전환' 노린다

SK텔레콤 이어 KT도 기업대상 비통신 부문 초점
미디어, B2B, 에너지사업 등 비통신 매출 늘릴 것 선언
특히 B2B 분야에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역량 강화
너도나도 탈통신 이유는 통신분야 저조한 성장
앞으로 'KT 엔터프라이즈' 통해 B2B 진출 본격화

기사승인 2020-10-29 0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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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에서 기업으로... 통신사들 '디지털 전환' 노린다
▲KT 구현모 대표가 28일 '경영진 간담회'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한다는 KT 성장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제공=KT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KT가 통신기업(텔코)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인 디지코로 변모합니다."(구현모 KT대표)

KT가 통신사에서 통신을 함께 하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앞으로 통신부문보다 비통신 부문의 성장에 주력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28일 KT 경영진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신매출이 100%였던 KT가 현재는 미디어, B2B, 에너지 등 대략 40% 정도 매출이 통신이 아닌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 2025년에는 통신과 비통신이 5대 5 비중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탈통신' 선언은 통신사에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비통신 부문을 앞으로 더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LG유플러스도 B2B 사업 부문을 점차 키우고 있다. 


취임 7개월 된 구현모 신임 대표, 미래 먹을거리 "B2B에 있다"



올해 3월 취임한 지 7개월이 된 구 대표는 앞으로 KT의 미래 먹을거리를 크게 미디어와 금융, B2B 시장으로 봤다. 그리고 이들 분야에 KT의 미래 역량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를 총동원해 ABC 중심의 플랫폼으로 나서겠다는 포부다. 

현재 KT는 KT와 스카이라이프, 인수예정인 HCN을 합쳐 미디어부문 1위 사업자다. 구 대표는 앞으로 1256만명을 확보하며 국민 중 4분의 1이 KT 미디어 서비스를 누리게 된다고 예고했다. 

또 금융 분야에서도 케이뱅크 증자 문제를 해결하고, BC카드가 1대 주주가 되면서 KT그룹의 계열사로 들어오면서 금융 시너지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산업분야인 B2B 시장에서도 국가재난통신망, 클라우드사업, 대단지 공장 스마트에너지 사업 등에서 괄목할 만하게 성장했다. 

구 대표는 회사가 가진 역량인 ABC에 대해 설명하며 "KT는 변화가 없는 회사, 정체된 회사라는 고정관념을 깨겠다"며 "KT는 통신데이터, 금융데이터, 소비데이터를 갖고 있는 회사로 개인고객 1800만, 가구고객 900만, B2B 고객사 5만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의 경우 KT의 AI기술이 들어있는 AI아파트가 누적 51만세대이고, AI호텔의 경우 누적 6000객실에 적용하고 있으며 AI콜센터도 내년부터 본격 진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서 "클라우드의 경우 저희가 토종 인터넷데이터센터(IDC) 1위 사업자로 전체로 보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다음이다"라며 "통신사의 강점을 살려 클라우드와 IDC, 네트워크까지 엔드투엔드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KT가 정체된 회사라는 외부의 시선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구 대표는 "외부에서는 5년간 1% 밖에 성장하지 못한 회사라고 보시는데, 미디어부문에서 20% 성장했고 기업IT솔루션은 18%, AI/DX부문은 8%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KT가 갖고 있던 집전화와 국제전화 수요가 감소해 5년간 1조원 이상 줄어든 것은 어쩔 수 없는 트렌드로 보고 있고, 바닥을 쳤기 때문에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관료적 문화를 타파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 11개의 지역본부 체계를 6개의 본부로 줄였고, AI 인재 60여명을 전문인력으로 육성시키고 있으며 현대중공업, 우리금융그룹과 전략제휴하고 벤처 스타트업 33개와도 협력하는 등 미래지향적인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T는 이날 새로운 B2B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Enterprise)’를 공개, ABC 플랫폼 역량 기반으로 본격적인 B2B DX 시장 발굴 및 확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박윤영 KT 기업부문장은 "KT는 디지털 전환(DX)에 초점을 맞춰 B2B 시장을 성장시키고 금융·물류·사무환경·헬스·제조·데이터센터·SOC 등 7대 분야에서 DX 성공 모델을 발굴하고 지자체, 교육, 건설, 산업단지, 복합단지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KT는 ABC 역량을 집중한 혁신서비스를 연계해 KT DX플랫폼을 올 11월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5G의 B2B 적용에 대해 박 부문장은 "B2B에서의 5G 혁신의 걸림돌은 5G 모듈 모뎀 가격이 시장이 수용할 만한 적정한 가격대로 나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같이 시장을 만들어가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너도나도 탈통신 왜? 규제 막혀 성장 '지지부진'


'탈통신' 선언은 KT만이 아니다. SK텔레콤도 올해 초 이미 탈통신을 선언한 바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를 갖고 통신(MNO) 사업과 함께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비통신 영역의 뉴 ICT 사업을 동력으로 삼는, 통신사가 아닌 'ICT 복합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SK텔레콤은 통신부문과 비통신 부문을 나누어 경영하는 '듀얼 OS' 체제를 도입한 바 있다. 통신 부문에서 5G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B2B 사업을 펼치고, 비통신 부문에서도 미디어와 융합보안 및 커머스 부문에서의 경영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듀얼 OS' 체제는 웨이브와 SK브로드밴드, ADT캡스, 11번가, 원스토어 등 외부에서 펀딩받은 회사가 많기 때문에 이를 성장시키기 위한 일환이라고도 설명했다. 이들 자회사들은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불리고 있다. 

박정호 사장은 "이미 SK텔레콤 매출의 40%가 통신이 아닌 비통신 사업에서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비통신 사업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사업 변경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도 통신 외의 비중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지난 2분기에는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데이터 사용량 증가 등으로 IDC(인터넷데이터센터)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32.6% 성장했다.

또 LG유플러스는 대형 은행 백오피스 시스템 구축, 국제전용회선 사업 수주 등의 신사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커넥티드카 사업 등 다양한 B2B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다. 

통신사가 '탈통신'을 추구하는 이유는 통신 분야의 정체된 성장이 가장 큰 이유다. 구현모 KT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모바일은 지난 5년간 성장을 거의 못했는데, 요금인하 압력 등 규제산업이기 때문"이라며 "미디어나 기업IT솔루션, AI와 DX사업은 규제영향이 적은 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정치권에서 통신요금 인하 압력이 점차 거세지는 가운데 통신사들은 요금제 인하의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공약 중 하나가 통신요금 인하였던 만큼 통신사들이 기존의 수익을 내놓아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실제로 KT의 경우 국정감사를 앞두고 슬림 요금제를 내놓기도 했다. 

5G 투자가 지속되는 와중에 5G 품질문제가 불거지고 이용자 확산세가 주춤한 것도 통신사의 경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여기에 네트워크 기술을 갖고 이미 B2B와 협력하고 있는 통신사들이 기존의 사업 외에 다양한 사업을 수주할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한 지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부문의 성장이 제자리걸음하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탈통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영역을 파괴하고 네이버, 카카오,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경쟁하면서 다양한 부문의 B2B 사업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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