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임수향이 10년 만에 연기 선생님을 찾아간 이유

기사승인 2020-10-29 0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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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임수향이 10년 만에 연기 선생님을 찾아간 이유
▲배우 임수향 / 사진=FN엔터테인먼트 제공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감정 소모가 컸고 평소보다 더 집중했기 때문에 떠나보내는데 실감이 나지 않네요.” MBC 수목극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종영 후 서울 학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수향에게 작품을 마친 소감을 묻자 돌아온 말이다. 임수향은 정통 멜로를 표방하는 이 드라마에서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오예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두 형제 사이에서 이뤄질 수 없는 사에 갈등하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있는 인물이에요. 잘하지 않으면 질타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도 이 드라마와 역할을 선택한 이유는 이 작품이 가진 색이 좋았기 때문이에요. 문어체 대사가 돋보이는 문학 소설 같은 드라마였죠. 겉으론 잔잔해 보이지만 밑바닥엔 강렬한 소재들이 있었고요. 그런 느낌이 독특한 동시에 묘해서 마음이 끌렸던 것 같아요.”

임수향은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감정을 다 표현해야 하는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오예지의 분량이 상당한 것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는 이 작품을 준비하며 데뷔 무렵 연기를 배웠던 연기 선생님에게 찾아가 대본 분석부터 함께했다. 이유를 묻자 임수향은 “하던 대로 연기하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쿠키인터뷰] 임수향이 10년 만에 연기 선생님을 찾아간 이유
▲배우 임수향 / 사진=FN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기 선생님을 찾아가 대본을 통으로 다 외웠어요. 현장에서 대본을 보지 않아도 머릿속에 모든 대사가 있게끔 연기적으로 더 준비했죠. 도예를 하는 장면이 많지는 않았지만,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우며 도예가의 마음가짐을 익히기도 했고요. 그런 식으로 준비하다 보니 역할에 ‘과몰입’해 촬영하며 너무 많이 울었어요.”

한 장면 한 장면 감정을 열렬하게 쏟아내며 오예지를 그려냈다. 임수향은 “촬영이 전투에 나가는 것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열 개 중 여덟 개가 감정이 부딪히는 장면이었을 정도로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임수향은 “쉽지 않아서 더 집중했고, 시청자가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지 고려하며 감정 표현에 강약 조절을 하려 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드라마를 다시 보면 제 연기에 관해선 아쉽기만 해요. 대사 어미 처리를 왜 저렇게 밖에 하지 못했을까. 조명을 왜 저렇게 받았을까. 이런 식의 아쉬움이죠. 처음으로 선생님과 대화하며 연기를 준비하다 보니 초심을 되찾는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이 작품이 끝나면 더 훈련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연기적으로 에너지를 더 발산하기 위해서 체력을 더 길러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쿠키인터뷰] 임수향이 10년 만에 연기 선생님을 찾아간 이유
▲배우 임수향 / 사진=FN엔터테인먼트 제공

유독 깊은 사연을 가진 캐릭터를 자주 만났던 임수향이다. 예전엔 작품을 마치고 캐릭터를 떠나보내는 것에도 오랜 시간을 쏟아야 했지만, 이제 그 부분은 조금 수월해졌다. 그는 “처음 ‘신기생뎐’을 할 땐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것에만 1년 정도 걸린 것 같다”면서 웃었다.

“활동하면서 연기와 일상을 구분하는 방법을 체득했어요. 사연이 많고 깊은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역할을 맡다 보니 ‘나를 지키면서 연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기하면서 ‘역할과 나는 다른 존재다’임을 인식하고 촬영에 임해요. 이번에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래도 촬영하는 동안엔 어려웠어요. 그래도 작품 내에서 예지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지 알면서 연기하니 그 부분은 위안이 됐죠.”

드라마의 끝에서 오예지는 두 형제를 떠난다. 임수향은 두 사람 중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예지의 선택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버린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 김고운(김미경)의 사랑을 깨닫는 순간, ‘행복하면 안 된다’는 굴레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나설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울더라도 다시 웃으며 살아가고, 밤이 지날 것을 알기에 더는 어둠이 무섭지 않다는 예지의 대사는 성장한 그의 단면이자 시청자에게 건네는 위로였던 셈이다.

“이 드라마를 하기 전엔 ‘내가 가장 예뻤을 때’라고 물으면 ‘스무 살 때 예뻤다’고 대답했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을 마치면서 내린 답은 ‘지금’이에요. 나는 늘 예쁘단 걸 알게 됐어요. 지금을 사는 나는 괴롭죠. 행복할 때도 있지만, 아프고 힘들 때도 많아요. 하지만 지나고 생각하면 그때의 나는 참 예뻤어요. 그걸 그 순간엔 모른 채 살아갈 뿐이죠. 그러니 ‘지금도 예쁘구나’ 생각해야죠. 작품을 통해서 항상 인생을 배우는 것 같아요.”

inout@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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