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는 데 왜?" KBS에 환불 요구한 병원…수신료 논란 재점화

수신료 인상 준비 중인 KBS…여론, 여전히 부정적

기사승인 2020-10-29 0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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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서울의 한 병원이 23년간 TV가 10여대 밖에 없었음에도 50대분의 수신료를 냈다며 KBS를 상대로 환불을 요구했다. KBS는 그동안 병원이 이를 신고하지 않아 병원 측이 TV 보유 대수를 증명하지 못하면 환불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수신료 환불을 둘러싼 병원과 KBS의 줄다리기가 때아닌 수신료 폐지 공방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40여대 TV 수신료 돌려 달라는 병원…KBS "TV 대수 입증해야"

29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A병원은 1998년 개업 후 23년간 매달 50대의 TV 수신료를 납부했다. 해당 기간 병실 수는 10~12개로 병실마다 TV는 한 대씩, 최대 12대뿐이었다는 게 병원 측 주장이다. 

영업장의 경우 TV당 2500원씩 수신료가 청구된다. 단순 계산으로만 A병원은 매달 TV 50대에 해당하는 12만5000원을 수신료로 납부, 22년 7개월 동안 3387만5000원을 냈다. 병원 측은 이 중 약 2500만원은 존재하지 않은 40대의 수신료라고 주장한다. 

KBS 측은 경향신문에 "TV는 자유롭게 옮기거나 설치·폐기할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 신고가 없으면 TV 소지 여부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방송법 시행령 제40조는 TV 보유자가 수상기와 관련한 변경사항이 있을 때 신고하도록 규정한다. 

이를 근거로 KBS는 이용자가 수신료를 잘못 내면 환급이 가능하지만 병원이 가지고 있던 TV 대수를 증명하지 못할 경우 환불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A병원은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양승동 한국방송공사 사장. 연합뉴스
◇40년째 제자리…수신료 논란ing

A병원과 KBS의 대립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상에선 TV 수신료를 둘러싼 공방이 한참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수십년간 병원이 수신료 과다 청구를 모르고 있었다는 건 관리 부족' '고지서를 꼼꼼히 살피지 못한 병원 측 실수'라는 의견과 함께 '40년째 TV 수신료가 똑같아 이제 오를 때도 됐다' '수신료를 올리고 이용자가 수신 채널을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 등의 의견을 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깡패도 아니고 국민한테 수신료를 뺏어서 KBS는 억대연봉잔치나 한다' 'KBS 보지도 않는데 수신료를 언제까지 내야 하나' '이제는 유튜브 등을 주로 보는데 TV 수신료가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전기사용료와 수신료는 분리 시켜야 한다' 'TV광고는 내보내면서 수신료를 왜 받나' 등 부정적인 댓글을 쏟아냈다. 

TV 수신료는 40년째 2500원이다. 이중 6.15%를 한국전력이 수수료로 떼어가고 남은 93.85%를 KBS와 EBS가 97대 3으로 나눈다. 수신료가 현실화해야 한다는 공영방송의 요구는 매년 나오지만 대체로 TV 수신료에 대한 여론은 곱지 않다. 

실제로 지난 6월 미디어오늘 리서치뷰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수신료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60%가 '수신료를 인하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은 6%에 그쳤다.

공영방송의 질이 떨어지고 내용이 공정치 못하다는 평가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데다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해 사실상 강제라는 점은 오랜 논란거리다. 

지난 15일 양승동 KBS 사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추석 연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나훈아쇼를 언급하며 제2, 제3의 나훈아쇼를 만들 수 있도록 수신료를 올려 달라고 언급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KBS는 지난 7월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며 올해 하반기 중 수신료 현실화 추진단을 출범해 사회적 합의를 위한 준비에 들어갈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KBS는 현재 전체 재원 가운데 45%가 수신료 비중이며 이를 70%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다. 수신료 비중을 70% 이상으로 높이려면 현행 월 2500원인 수신료가 1000원 이상 인상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중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경영진 검토를 마칠 계획인 KBS는 내달 인상안을 이사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내년 1월 안건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고 최종적으론 내년 4월 국회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 내년 4월 이후 수신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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