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달라진 여행 예능 풍경

기사승인 2020-10-30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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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달라진 여행 예능 풍경
▲tvN ‘바퀴 달린 집’ 포스터·JTBC ‘갬성캠핑’ 포스터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여행 예능의 풍경이 달라졌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며 여행이 쉽지 않아진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해외 명소나 맛집 등을 소개하던 여행 예능은 이제 인적이 드물고 한적하게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 추세다. 물론 주 무대는 국내다. 여행 형태도 새로운 모습이다. 비대면 여행 방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캠핑과 ‘차박’(자동차에서 숙박하는 여행), 요트 여행 등이 여행 예능 소재로 부상했다.

지난 8월 종영한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은 비대면 시대 여행 예능의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 배우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가 바퀴가 달린 집인 ‘타이니 하우스’를 이용해 전국을 앞마당 삼아 하루를 살아보는 과정을 그린 이 프로그램은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었다. 정해진 대본 없이 발길이 닿는 대로 움직이고,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 삼아 바깥 생활을 직접 체험하는 출연진과 보며 시청자가 대리만족을 느낀 것이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출연진과 게스트가 나누는 대화도 색다른 재미였다.

본격적으로 캠핑과 ‘차박’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캠핑에 남다른 애정과 노하우를 가진 것으로 유명한 배우 라미란과 코미디언 김숙은 배우 정혁과 함께 BS Joy  예능 ‘나는 차였어’에서 본격적인 ‘차박’ 여행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캠핑카 개조 방법과 비용, 캠핑 명소 등 시청자가 실제 캠핑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했다.

JTBC 예능 ‘갬성캠핑’은 캠핑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감성을 극대화했다. 지난 13일 출발한 이 방송은 ‘감성’을 중요시하는 다섯 명의 출연진이 캠핑카를 이용해 여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코미디언 안영미, 박나래, 배우 박소담, 마마무 솔라, 에이핑크의 손나은이 숨겨진 이국적 풍경을 찾아 떠난다. 인적이 없는 장소에 캠핑카를 세워두고 낭만을 즐기던 출연진은 밤이 깊어지면 마음속에 담아둔 고민거리를 털어놓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힘을 얻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 달라진 여행 예능 풍경
▲tvN ‘바닷길 선발대’ 포스터·MBC에브리원 ‘요트원정대 : 더 비기닝’ 스틸컷

차 대신 요트를 타고 바다로 떠나는 예능도 있다. 요트 여행은 아직 낯설지만, 그래서 더 흥미로운 소재다. 바다 위에서 타인을 접촉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MBC에브리원은 요트를 타고 태평양을 항해한 ‘요트원정대’에 이어 ‘요트원정대 : 더 비기닝’의 닻을 올렸다. 요트 초보자인 배우 장혁, 최여진, 가수 소유가 김승진 선장과 함께 요트 여행의 기본기를 익히고 바다로 나가는 내용이다.

tvN 예능 ‘바닷길 선발대’는 지난해 방송했던 ‘시베리아 선발대’의 후속 격인 프로그램이다. 절친한 배우들과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을 떠났던 배우 김남길과 고규필이 이번엔 배우 박성웅, 고아성과 함께 요트를 이용한 여행을 경험한다. 이들은 서해에서 동해까지 항해하며 숨은 섬들을 여행하고, 요트 위에서 바다 생활을 맛본다. 전문가가 동승하지 않는 대신 방송 전 요트 면허를 취득한 출연진 넷과 제작진 만 배에 오르는 것이 특징이다.

사람이 없는 섬, 무인도도 코로나 시대 여행 예능의 목적지다. MBC ‘안 싸우면 다행이야’는 극한의 야생에서 홀로 살고 있는 자연인을 연예계 대표 절친이 찾아가 함께 살아보는 자급자족 생활이 콘셉트인 프로그램이다. 축구선수 출신 안정환과 이영표, 코미디언 박명수와 하하의 무인도 생존기가 펼쳐졌다. 하늘길이 막혀 방송을 쉬었던 SBS ‘정글의 법칙’도 국내 무인도로 눈을 돌려 프로그램을 재개했다.

2015년 첫 시즌을 선보인 후 세계 각국을 누빈 tvN ‘신서유기’ 또한 시즌8을 국내에서 촬영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적이 없는 야외나 한 건물에서만 촬영을 진행하는 대신, 같은 건물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국내와 비대면에 집중하는 여행 예능의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최근 여행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재의 선택지가 줄어든 제작진의 고충이 느껴진다”면서도 “하지만 소재가 같은 일부 여행 예능에선 새로움이나 차별점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아, 시청자가 같은 프로그램으로 착각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정 평론가는 “선택할 수 있는 여행 목적지나 방법이 한정돼 내용이 겹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 안에서 달리 보일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만 시청자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inout@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